[김준배 원장의 의료칼럼] “의사와 환자의 올바른 대화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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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 원장의 의료칼럼] “의사와 환자의 올바른 대화법은?”
  • KNS뉴스통신
  • 승인 2017.06.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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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다시 아프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운동을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특히 연세가 있으시고 근육이 약해져 있으시기 때문에, 무조건 걷기만 많이 하지 마시고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해주는 운동을 같이 해주셔야 합니다. 근육 강화 운동 방법에는 이러 이러한 방법이 있습니다.”

친절하게 운동법까지 시범을 보여드리고 운동법이 설명되어 있는 작은 책자까지 드리며 설명을 마치고 뿌듯해하는 순간, 환자는 이렇게 말하며 진료실을 나선다. “아 네~ 근데 일하다 보면 한 시간은 걸으니 운동 충분해요.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할게요.”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자주 겪게 되는 장면이다. 말하는 사람, 설명하는 사람의 부족함인가? 아니면 듣는 사람이 주의 깊게 듣지 않는 잘못일까? 걷기 운동도 운동이고, 근육 운동도 운동이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가 어렵다. 각자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또 자기가 원하는 대로 듣고 있을 뿐.

의사들은 진료하다 보면 같은 이야기, 동일한 설명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말 그대로 ‘영혼 없는’ 설명이 되어 듣는 사람의 관심이나 집중도를 끌어내지 못하고 스스로 ‘설명 의무’를 잘 수행했음에 안도하고 마는 현실이다.

반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기존부터 스스로 잘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일종의 자기 보호 반응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의사의 말을 유심히 듣기보다 본인의 주장만 반복하고, 본인의 생활 방식, 사고방식을 합리화하며 이를 다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고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안타까운 현실은 소위 ‘한 시간 대기-일분 진료’. 한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를 볼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의료구조 문제도 그 기반에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의사 입장에서는 좀 더 정확하게, 좀 더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좀 더 기억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하고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평촌 서울나우병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매번 반복되지만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설명들, 예를 들면 허리주사치료 후 관리 방법, 수술 후 상처나 일자별 관리 방법, 질환별로 개개인에게 필요한 운동법 등을 일일이 영상으로 만들어서 진료 중 직접 문자로 보내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실을 나선 이후 깜박 잊었을 때에도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을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의사 입장에서는 앵무새처럼 하루 종일 동일한 설명을 하다가 지치지 않고 혹시나 빠뜨리는 부분 없이 누구에게나 설명을 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무엇보다 환자는 의사의 말을 존중하며 집중해서 듣고, 의사는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듣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는 대화 방법을 찾고자 서로 노력하고 그러한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본다.

 

KNS뉴스통신 sushin@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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