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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군의문사 진상규명 시점 손해배상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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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군의문사 진상규명 시점 손해배상 소멸시효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10.25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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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군(軍)에서 자살한 의문사의 경우 사고 발생일이 아니라 진상이 규명된 시점부터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5일 군 복무 중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A(당시 21세)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6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하지만, 망인이 군복무 중 자살한 사고와 관련해 유족인 원고들로서는 그것이 선임병들의 심한 폭행ㆍ가혹행위 및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대관계자들의 관리ㆍ감독 소홀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2009년 3월 진상규명결정이 내려짐으로써 비로소 알 수 있었으므로, 그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어 이와 반대되는 원심 판결을 탓하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어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신병훈련을 마치고 1991년 1월25일 육군 보병 1사단에 배치된 A씨는 ‘입대 전 학생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군기를 잡으라”는 중대장 등의 지시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이 일상적으로 계속되자 자대배치 9일 만에 부대 내에서 소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고 직후 조사를 맡은 헌병수사관들은 소대원들로부터 조직적이고 일상적인 구타가 행해지고 있다는 진술을 들었고, 망인의 사체부검결과에서도 곳곳에 구타의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있었음에도 A씨가 주특기 변경에 대한 실망감, 소속 대대가 GOP에 투입될 것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복무부적응을 비관하고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유족들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아들의 사망 경위와 동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으니 이를 밝혀 달라고 신청했으나, 두 번에 걸쳐 이루어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도 사고 당일 망인의 행적과 사망 동기 등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2009년 재조사 결과, 소속부대 지휘관들은 선임병들의 후임병들에 대한 일상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가 행해지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고, 망인의 사망 후에는 헌병수사관을 비롯한 외부인들에게 망인에 대한 구타 및 가혹행위 사실을 말하지 말 것을 병사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 결과, 망인은 소속부대에서 근무했던 기간인 약 10일 동안 선임병들에게 수시로 주먹이나 군홧발에 의한 구타는 물론 온갖 종류의 얼차려와 인격모독적인 언어폭력을 당한 뒤 목매어 사망한 채 발견된 것으로, 망인은 연일 계속되는 비인간적인 구타, 인격모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살 이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절망적인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국가는 설령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거나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는데,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가 망인이 자살한 날인 1991년 2월 3일부터 5년이 경과한 2009년 12월 제기됐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해 소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ㆍ2심 재판부는 소멸시효를 진상규명시점으로 적용해 국가가 유족에게 6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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