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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화학물질이 뒤범벅이 된 공장서 근무...암 선고 받고도 항암제 먹으며 출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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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와 화학물질이 뒤범벅이 된 공장서 근무...암 선고 받고도 항암제 먹으며 출근해"
  • 조해진 기자
  • 승인 2011.10.17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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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2] 직업성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 갑상선암 초기 진단을 받고도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일을 하며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50)씨.

[KNS뉴스통신=조해진 기자] 지난 5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국회에서 직업성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직업성 암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부터 35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직업성 암 산재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조사를 지연시켜 (직업성) 암에 걸린 노동자와 가족들이 이중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산재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KNS뉴스통신>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피해 가족들 중 인천의 한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다 급성 혈액암에 걸려 사망한 조선족 박승철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박씨의 누나 박금자씨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소개한 바 있다.

<KNS뉴스통신>은 박씨에 이어 두 번째 사례로 25년 간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일해오다 갑상선암으로 투병중인 김모(50)씨를 만나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연을 들어봤다.

자동차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건강검진을 받던 중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갑상선암 초기여서 약물치료만 받고 있지만 “항암제를 먹고 난 이후부터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온 몸이 다 아플 때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일을 쉬고 싶은 마음이지만 군에 가 있는 아들과 대학 졸업반인 딸을 생각하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며 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 김씨가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조립을 맡았던 부분으로 재질이 플라스틱과 고무로 되어 있다.

김씨는 “25년 동안 공장에서 매일 차 바퀴 윗부분을 덮고 있는 검은색 핸드라인을 조립하는 공정을 맡아 작업했다”며 “한 주는 주간에 일을 하고 한 주는 야간에 일을 하는 주야근무형태로 일을 하다보니 생활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없었다”고 열악했던 작업환경을 설명했다.

또한 “조립시 먼지나 분진과 같은 것들이 날아다니고 고무냄새가 나는 환경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겨울에는 부품을 오븐에 구워서 조립하기 때문에 냄새가 더 많이 났다”면서 유해 물질의 노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씨는 암 발병이후 30번의 휴가를 신청했으며 자비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산재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이 전까지 회사에서 일을 한 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느 날 노동자 게시판에 금속노조에서 직업성 암은 산재 인정 되야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내가 암에 걸린 것도 직장 환경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문길주 금속노조보건국장을 만나 산재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 환경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발암물질인지는 조사를 할 수 없어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TV 등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논란이 된 적 있는 고무나 플라스틱과 같은 재료를 매일 같이 다루고 있고, 주야 근무로 생체리듬도 일정하지 않은 점 등이 암발생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산재 신청을 하고 난 뒤 회사에서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암 발생에 대해 어떤 입장 표명을 한 적은 없다”고 회사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췄다.

이어 “대신 회사에서 병이 발병한 것을 알고 로테이션 업무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젊은 사람들은 이미 로테이션으로 일하고 있다"며 "25년 동안 한 가지 작업만을 해온 사람이 다른 일을 쉽게 익힐 수 있겠나”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근로복지공단에서 김씨가 일하는 공장을 방문해 실사를 해 갔지만 아직 연락이 없는 상태이다.

조해진 기자 sportjhj@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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