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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정한 ‘민주의 봄’은 노력 없이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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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정한 ‘민주의 봄’은 노력 없이는 오지 않는다
  • 원성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0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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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살리기의 구체방안을 내놓는 세력이 집권한다

[KNS뉴스통신] T.S.엘리엇은 그의 시(詩)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읊었다.

엘리엇은 4월을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계절’로 보았고, 따라서 봄은 그저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역설했다.

즉,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은 어린 싹이 스스로 고난을 뚫어내고 올라오는 강력한 의지가 전제돼야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나서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과실(果實)임을 노래한 것이다.

엘리엇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규정한 것은 그가 보는 ‘겨울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는 겨울을 ‘차라리 따뜻했다’고 보면서 그 이유를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기 때문’으로 본 것이다.

엘리엇은 ‘겨울’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잠시 동안의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코 겨울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를 암시적으로 제시해준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안정이 아닌 ‘망각’을 통한 ‘고통의 유예’임에 불과하기 때문임을 명백히 드러내주고 있다.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5당의 대선후보가 사실상 결정됐다. 이제부터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이른바 ‘대선 레이스’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각 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이라는 ‘겨울’을 딛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 우리는 수개월 동안 혹독한 추위 속에서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을 외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광장에서 외쳐왔다.

수십 년간 쌓여온 강고한 적폐세력의 저항 속에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차라리 이런 혼란의 과정보다는 적당한 타협으로 봉합하는 것이 국가를 안정시키는 길이 아닐까라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봄을 맞이해야만 했고, 잠시 동안의 고통은 강고한 연대로 이겨내자고 다짐했고 기어이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통해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이어져 온 ‘개발 독재’라는 한 시대를 마감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는 5월 9일 대선을 통해 민생정치를 제대로 실현할 새로운 정권을 수립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앞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놓여져 있다.

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안희정, 이재명 후보 측 지지자들과의 뛰어 넘기 힘든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포용해서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안 후보도 역시 국민의당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과의 간극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문 후보 지지자들과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갈등이 극심해 ‘경선 이후 과연 같은 당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SNS매체를 통해 양 측 지지자들은 심하게 다투었고, 이 후보 지지자들 중 일부는 공공연히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히지 않으면 차라리 안철수를 지지 하겠다’고까지 천명하는 등 문 후보 지지자들과 반목했다.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가 치중해야할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 후보 지지자들을 민주당의 기치 하에 하나로 모아내지 못한다면 문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심히 약화되리라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손학규 후보 측 지지자들과의 갈등이 민주당의 경우보다는 좀 덜하다고는 하지만 안 후보 앞에는 이와는 다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있다.

우리 국정의 최대 화두(話頭)가 민생경제 살리기인데 안 후보가 독창적으로 내세운 뚜렷한 정책은 교육정책 외에는 크게 어필되는 정책이 눈에 뜨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방안을 그 재원(財源) 마련 대책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밖의 다른 정당들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책을 구체화해서 국민 앞에 내놓고 나서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눈을 부릅뜨고 각 정당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도록 견인해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들의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민주주의가 꽃 피워질 진정한 우리의 봄은, 박근혜로 상징되는 ‘구시대의 종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우리의 노력과 제(諸) 정당의 노력으로만 꽃 피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원성훈 칼럼니스트 enki013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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