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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외농업개발 활성화 조건과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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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외농업개발 활성화 조건과 전략
  •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17.04.0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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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KNS뉴스통신=신유통연구원] 우리나라의 식량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2015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3.8%, 그리고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0.2%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콩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식량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적정가격으로 원하는 물량만큼 조달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곡물교역은 전세계적 기상이변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과 함께 소수 국가의 수출과 다수 국가의 수입이라는 과점적 교역체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필요한 때 적절한 가격으로 쉽게 수입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돼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기반의 유지·강화와 함께 필요한 식량을 해외에서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필요 식량을 모두 국내에서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려면 궁극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활성화해 식량자주율을 꾸준히 높여 나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2009년 이후 3년마다 10년 단위로 해외농업개발에 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활성화 전략 및 진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8개국에 161개 기업이 진출해 28만4000t규모의 식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해외농업진출 기업 대부분이 사업 초기단계여서 생산성과 가격경쟁력이 낮은 데다,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국내 반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곡물을 생산해 국내로 반입하는 해외농장 개발형 사업은 속성상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고위험·저수익 사업이다. 그런데 해외농업개발 사업체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저개발국 지역에 진출하는 고위험 투자방식을 택하고 있어 성장에 근본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해외농업개발의 활성화와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개발방식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진출국가의 토지를 임차하거나 토지 사용권을 획득해 현지에서 1차 농산물을 생산하는 해외농장 개발형 위주의 운영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저장·가공·물류시설 등 유통거점 확보나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도 단지 국내 부족 식량작물 위주의 농장개발형 민간기업에 치중하는 단편적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농업 및 농업 관련 전후방 산업의 해외진출과 한국 농업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해외농업개발 사업의 개념과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해외농업개발 사업을 세계적 차원의 식량자원 부족과 식량위기 상황에 대비한 식량안보체계 구축의 한 방안으로 개념화해야 한다. 사업 범위 또한 식량자주율 향상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농업의 세계화와 신성장 동력원으로서의 기반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외에서 개발한 식량자원의 국내 반입만을 목표로 추진하기보다는 국내 농업과 관련 전후방 산업의 해외 동반 진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연계전략이 요구된다. 예컨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국제농업협력사업과 연계해 진출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를 증진하고, 이를 통해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농자재, 가공, 식품서비스, 농식품 수출 등 관련 산업의 원활한 해외진출 통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해외농업개발을 단순히 농업생산기지를 해외로 이동한다는 소극적 개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국 농업 세계화의 일환이라는 중장기적 안목에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jeo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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