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은 A교수를 마음껏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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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은 A교수를 마음껏 협박했다
  • 송승환 기자
  • 승인 2017.03.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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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만 원 빌렸는데 3억 원 내놓으라 40여 통 협박편지·전화”

[KNS뉴스통신=송승환 기자]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 유서에서)

2011년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은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 씨로부터 집요한 협박을 받았다.

유 씨는 함바 비리로 구속된 후 임 전 총장에게 돈을 빌려달라, 손을 써달라는 등 요구를 했고, 그럴때마다 임 전 총장이 거부하자 ‘도와주지 않으면 그동안 소개해준 사람들의 명단을 사법당국에 폭로하겠다’, ‘너와 나는 인간관계 끝이다’ 등의 폭언과 협박을 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7년 희대의 사기꾼 유 씨의 협박은 현재 진행형이다.

“브로커 유상봉과 그 일당들은 지금도 저를 집요하게 협박하고 있습니다.”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71·수감 중) 씨와 돈거래를 한 수도권 유명 사립대 A(64) 교수는 격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A 교수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상봉이 나에게 한 협박은 양아치나 강도의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이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학교수로서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돈은 유 씨의 지인이자 자신의 대학 선배인 S(66) 씨한테 빌린 것으로 나중에 이자까지 더해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유 씨로부터 ‘왜 돈을 이것밖에 돌려주지 않느냐’는 협박 편지와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출신인 A 교수는 2013년 4월 유 씨의 지인 S 씨한테 1900만 원을 빌렸다.

A 교수에 따르면, 유 씨는 그해 7월 함바 비리로 구속된 뒤 A 교수에게 돈을 빌려달라, 손을 써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고, 그럴 때마다 A 교수는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도와주지 않으면 그동안 나에게 소개해준 사람들의 명단을 사법당국에 폭로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A 교수는 “유 씨가 구속 수감 중인 상황에서 협박편지를 보내 3억 원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상봉 씨의 지인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런 식으로) 공갈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지만 유 씨의 공갈 협박 때문에 지인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매우 안쓰럽다”고 말했다.

다음은 A 교수와 일문일답.

▲유 씨는 언제 알게 됐나.

 - 2013년 4월 경기도 과천의 한 식당에서 처음 만났다. 전남 여수에서 수산업을 하는 ‘유 사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함바브로커 유상봉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잘 모르는 사람과 돈거래를 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된다.

 - 믿을 만한 대학 선배가 유 씨를 소개했다. 그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었겠나.

▲돈은 왜 빌렸나.

 - 지인이 사업상 급한 사정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해 유 씨의 지인 S 씨한테 빌렸다. 2013년 7월22일 만나서 모두 변제했고 매달 이자를 더해서 갚았다.

▲유 사장으로부터 함바 수주를 도와달라는 청탁은 받지 않았나.

 -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 유 사장의 지인 S 씨가 당시 나를 보좌하고 있던 후배 한 명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던 유 씨가 다시 구속됐는데 연락이 없었나.

 - 지인 S 씨로부터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2013년 8월 자신이 억울한 일로 구치소에 들어왔는데 면회도 오고 도와달라는 편지가 왔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꺼림칙했다.

▲2013년 7월 돈을 갚은 뒤 별 얘기는 없었나.

 - ‘왜 돈을 이것 밖에 안 돌려주느냐’라는 협박성 편지와 전화가 학교로 2013년 8월부터 2015년 8월까지 2년 동안 무려 40여 통 넘게 왔다. 유 씨가 3억 원 정도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더라. 부풀린 금액 중엔 유 씨가 당시 나를 보좌했던 후배 차를 한 번 태워줬는데 사업상 손실이 발생했다며 2000만 원를 써놓았더라, 어이가 없었다.

▲유 씨가 함바 비리로 문제가 됐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 2013년 7월 중순경에 알게 됐다. 전화로 협박을 받은 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유 씨한테 당한 거다. 유 씨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유상봉의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다”는 A 교수의 고백은 함바 비리와 관련해 2011년 6월 자살한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 사건을 연상시킨다.

임 전 총장은 유서에서 “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고 토로했다. 당시 임 전 총장의 동생 임승규(60) 씨는 “형님(임 전 총장)이 사기꾼 유상봉으로부터 끊임없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유 씨와 잘 알고 지냈다는 K 씨는 “유 씨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검찰에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해 돈을 돌려받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1년 유 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돈을 건넨 경찰관들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일부 경찰관들은 유 씨에게 돈을 반환했다.

유 씨의 측근 P 씨는 “당시 수사가 시작되자 유 씨가 용돈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경찰관들에게 ‘변호사 선임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며 “나중에 유 씨가 경찰관 2명에게서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P 씨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급식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당 운영권 거래 수입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에 유 씨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경찰관들이 돈을 받은 입장에서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을 하는데 안 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또 2010년 11월 문원경(68) 전 행정자치부 차관을 상대로 “5억5000만 원을 돌려 달라”며 보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유 씨는 소장에서 “문 전 차관이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포스코 건설 공사현장에 개설될 함바집 운영권을 준다고 약속해 3차례에 걸쳐 준비 대금 2억 원을 줬다”며 “운영권 확보에 아무런 진전이 없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유 씨는 이어 “문 전 차관이 2007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부동산을 매수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해 공동매수를 전제로 3억5000만 원을 줬지만 사업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 전 차관은 답변서에서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유 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유 씨와의 관계에서 금전을 주고 받은 사실도 없고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계약서나 영수증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씨는 2010년 11월 같은 고향 출신인 정광섭(67) 전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1억7850만 원을 돌려달라”는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함바비리의 핵심인 유상봉씨는 자고 나면 새로운 인물을 거명할 정도로 ‘시한폭탄’이 됐다.

당초 함바를 따내기 위해 1차 로비 대상인 건설업체 사장에서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공기업 사장과 여야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까지 이름이 고루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브로커 유 씨가 폭넓은 인맥을 가진 마당발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그의 사업수완은 대단했다. 그의 초창기 활동 근거지는 부산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이 많은 곳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업계에선 ‘전국구’로 통했다.

유 씨의 문어발 식 로비는 결국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이어졌다. 함바집 운영권을 두고 하청업체들과 2중, 3중 계약을 한 것이 탄로나 이 업체들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면서 유 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함바집 이권을 놓고 경쟁업자들보다 우위를 점하려고 했던 유 씨의 욕심은 더 많은 로비자금을 필요로 했고, 결국 무리한 다중계약으로 이어져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그는 최근 이혼으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잃고, 당뇨병과 갑상선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감 중인 유 씨를 면회 가는 유일한 일반인은 내연녀(48) 김 모 씨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승환 기자 fnnew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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