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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한 생산 대응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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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한 생산 대응이 필요할 때
  •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 승인 2017.02.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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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KNS뉴스통신] 우리나라의 농산물 소비는 먹거리의 외부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신선식품의 구입도 감소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가구당 식료품 지출은 약 65만 5256원으로 1980년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이 중 가정식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약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외식에 대한 지출은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가정식 지출보다도 많아졌다. 이러한 배경에는 세대구성의 변화(1인, 맞벌이, 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

먹거리의 외부화가 진전되면서 대표적인 식자재 중의 하나인 채소류는 지속적으로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채소 수입량은 1995년 약 33만톤에서 2012년 약 180만톤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가공 채소의 비율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가공·외식용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음에도 국산 채소의 이용 비중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입 채소와의 가격차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지금까지 국내 산지는 도매시장 중심의 가정용 신선 채소 판매를 중심으로 대응해 왔다. 이에 반해 가공·외식용을 겨냥한 생산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가공·외식용 채소에 대한 국산 채소의 공급은 늘 불안정했고, 이것이 가공·외식업자가 수입 채소의 이용을 늘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공·외식용 채소 수요 급증 불구

국내 산지가 가공·외식용 채소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가공·외식용 채소 가격수준이 통상 가정 소비용으로 출하되는 채소 가격보다 30% 이상 낮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가공·외식용으로 공급하는 규격과 시장출하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가공·외식용 채소 출하단위가 작은데 반해 소량 배송조건은 정비되지 않아 물류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가공·외식용으로 공급하는 채소가 일부 전 처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국내 산지가 전국단위의 대응이 가능한 가공·처리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 및 수확 후 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품규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가정 소비용으로 판매되는 채소는 외관이 중시되지만, 가공·외식용에서 외관은 전혀 중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 맛과 선도, 그리고 공급의 안정성을 중시한다.

세대구성의 변화에 따른 먹거리의 외부화가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 국내 채소 산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공·외식용 채소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가공·외식 수요에 대응하는 포인트는 가격 경쟁력 및 맛과 신선도와 같은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가공·외식업자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확·선별 이후에 등외품이 발생하면 그것을 가공·외식용으로 제공하는 등외품 대책의 일환으로 가공·외식용 채소 접근 방식은 버려야 한다.

공급체계 탓 국산 사용 비중 저조

가공·외식용으로 제공되는 채소는 궁극적으로 가정 소비용으로 제공되는 채소처럼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 산지가 단가가 낮은 가공·외식용 채소를 가정 소비용과 같은 생산방법으로 대응해서는 수익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가공·외식용 채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생산비용과 수요자가 요구하는 가격수준을 파악해 수율이 높은 대형 규격의 다수확 체계와 기계화 체계 등을 확립해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선별 간소화를 통한 상품화율의 향상과 포장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판매가격 하락 이상으로 비용절감을 통해 농업소득을 실현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자가 가공·외식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판매단가에 집착하기보다는 단위면적당 목표 소득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한 산지의 과제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계약거래 확대와 참여농가의 확보이다. 두 번째는 가공·외식용에 적합한 품종 선정과 재배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재배계획을 수립하고 가공·외식용 채소 생산에 적합한 재배 및 수확 후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실현하기 어렵고, 생산자(단체)와 연구·지도 부문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생산비·포장비 등 획기적 절감해야

지금까지 가공·외식업자의 수입 채소 이용을 저렴한 가격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실은 이외에도 가공·외식업자가 직면하는 각종 위험부담과 국내 산지의 대응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가공·외식업자는 납기 변경, 규격 변경, 1차 가공, 품종 변경 등 다양한 요구를 산지에 제시하고 있지만 산지는 사실상 모든 요구에 대응하기 곤란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간 유통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간 유통업자는 공급량 변동과 수요량 변동에 대한 일정한 완충기능을 수행하며, 이것이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산 농산물의 외식·가공 부문에서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안정적 공급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간 유통업자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wts@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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