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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공판검사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치가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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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공판검사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치가 떨려”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10.01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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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흥행 돌풍을 몰고 온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티브인 광주 인화학교 장애아 성폭력 사건을 맡았던 담당검사의 일기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현재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하고 있는 임은정 검사(사법연수원 30기)는 2007년 광주지검에서 인화학교 사건을 담당했다. 그런데 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1심 공판 당일의 상황과 이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를 읽은 소회를 담은 일기를 공개한 것.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법정의 한 장면 스틸컷

임 검사는 2007년 3월 12일 공판 당일 일기에서 “오늘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며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라고 적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다”며 “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막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임 검사는 그러면서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또한 2009년 9월 20일 공지영 소설 ‘도가니’를 읽은 당시의 일기도 공개했다. 임 검사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고 말했다.

이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치가 떨린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임 검사는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 세상에 소리쳐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소리쳤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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