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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식사는 잘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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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식사는 잘 챙겨 드세요
  • 서종석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2.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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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석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KNS뉴스통신]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경진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증인,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묻는 것을 TV에서 봤다. 오후에 던진 질문이니 의례적인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심리적인 충격요법일 수도 있단다. 이 질문은 검찰이 절도·폭행·살인죄를 지은 강력범이나 잡범들을 조사할 때 수사기법상 건네는 첫마디라는 것이다.

중학생이던 1960년대에 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아직도 마음속에 각인돼 있다. 영미권의 인사는 “좋은 아침, 좋은 하루, 좋은 저녁”인데 우리는 아침·점심·저녁 시도 때도 없이 “진지 드셨습니까?, 밥 먹었니?” 라는 것이다. 컬러 TV로 당시 상황을 시청했으면서도 요즈음 환경을 일부나마 깨닫지 못하고 어제 오후에 만난 학생들에게 “점심 맛있게 먹었니?”라고 물어본 필자는 문맹(文盲) 아니면 색맹(色盲)이 거의 틀림없다. 50년 전 인사법을 지금도 사용하는 이유는 취업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처지를 확인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0㎏대 후반이다.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정부와 농민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조만간 1인당 소비량이 10㎏ 정도 더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지금도 낮은 쌀값이 향후 더 낮아지면 쌀농가들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축전염병으로 2002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매장된 동물의 숫자는 2500만마리가 넘는다. 최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50여일 만에 우리나라 인구의 60%에 달하는 3000만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를 생매장했는데도 언론과 국민들은 무덤덤하다. 자주 반복되면 감성을 둔화시켜 두려운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데, 우리 소비자들이 심리학 용어인 감맹(感盲)에 전염되었을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

얼마 전 참석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닭다리 하나를 먹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쏠렸다. 그중의 일부는 “농대 선생님이니까 일부러 닭고기를 드시는 것입니까?”라고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미맹(味盲)인 필자는 쿨하게 답했다. “삶거나 튀기면 문제없거든요. 그리고 저 닭고기 좋아해요.”

이번주부터 설 대목이다. 차례상에 올라갈 전은 달걀물로 옷을 입혀 기름에 지져야 하기 때문에 미국산 달걀이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 미국산 달걀은 관세 없이 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각각 약 100t씩 들어왔다. 정부가 수입을 예상하는 신선달걀 및 달걀가공품 8개 제품은 총 9만8600t에 달하고, 2월28일까지는 신선달걀 운송비의 50%를 지원한단다.

2017년은 닭을 상징하는 정유년(丁酉年)이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닭을 5가지 덕목을 가진 동물로 생각했다. 머리의 관은 학문, 발톱은 무예, 싸움을 잘하니 용감, 모이를 나눠 먹으니 인정, 시간을 알려주니 신뢰라는 뜻으로, 닭을 빗대어 조화로운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다.

AI로 상처 입은 닭, 달걀 생산 농민들, 가격 상승으로 마음이 불편한 소비자들, 그리고 쌀 생산자들 모두가 피해자여서 소비자와 농업생산자 모두 어려운 약자의 처지에 몰려 있다. 각자의 모자람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채우려고 노력하면서 전체가 화합하는 설 대목이 됐으면 한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우성이다. 그래도 금년 한해 식사는 잘 챙겨 드시길 바란다. 비록 소박하더라도.

서종석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jsseo@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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