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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40억 년의 추억속으로…'캄차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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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40억 년의 추억속으로…'캄차카' (2)
  • KNS뉴스통신
  • 승인 2016.12.3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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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친스키 화산지대의 보석, 알피카 산장"

캄차카 여행에서 가장 백미이면서 놓치지 말고 경험해야 할 여정은 바로 아바친스키 화산 아래 있는 알피카 산장에서의 트랙킹과 체험이다. 아바친스키 화산과 꺄락스키 화산지대를 사이에 두고 해발 850미터 고지에 위치한 알피카 산장에서 시작해, 대규모 화산 주위를 도는 일주일 일정의 80㎞ 트레킹은 캄차카의 최고 인기 상품이다.

알피카 산장, 작은 듯 보이지만 무려 30여명의 고객을 받을 수 있는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캄차카에서는 툰드라 지형과 타이가가 공존하는 대자연의 모습을 배경으로 수시로 출몰하는 야생동물과 마주치거나, 야영을 하면서 별자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캄차카는 헬리 스키와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더할 수 없는 천국으로 눈이 녹고 자연의 신비가 드러나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생태관광의 적기다.

알피카 산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늘어서 있는 자작나무 숲

이 기간에는 예벤족과 이텔멘족, 코략족 등 4만 명에 이르는 유목민을 만날 수 있으며 1만 5000마리의 곰이 활동을 시작해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을 보려면 헬리콥터를 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고, 곰이 달려들 것에 대비해서 가스총으로 무장한 사람이 뒤에 따라다녀야 한다.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기대 반, 걱정 반의 상태로 알피카 산장에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 그대로였다. 그 튼튼하고 우직한 까마즈 마저도 울퉁불퉁 눈이 녹아내리는 설산을 올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까마즈를 타고 1시간여를 올라갔을까, 이내 골곡이 심한 눈밭 길이 등장했다. 주변에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 있는 자작나무 숲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까마즈가 드디어 멈춰 섰다.

알피카 산장까지는 설상차 까마즈도 힘들어 이런 설상용 트레일러를 타야 한다.

둘러보니 더 이상은 까마즈가 오를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는 진정한 눈밭인 셈이다. 모두 짐을 챙기고 까마즈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는 눈에 빠지지 않게끔 탱크 식 레일로 설계된 설상차를 타고 산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느리긴 했지만 올라가는 길에 좌우로 펼쳐진 자작나무 편대는 보는 이의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았다. 쓰러져 있기도 하고 뉘어져 있기도 한 나무들의 무리를 보면서 이런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외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캄차카 트랙팅 코스는 주로 이런 노르딕형 트랙킹이 선호된다고 한다.

그리고 올라가는 도중에 산장을 향해 크로스컨트리로 트랙킹을 하는 여행객 2명을 만났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그대로 시간이 멈춰진 느낌이었다. 마치 코엔 형제가 만들어 낸 바톤 핑크에서 주인공이 바라보는 기이한 데자뷔가 해변에서 설원으로 옮겨진 것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끝없는 설원은 정말 캄차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혹은 어떤 풍경이었다.

설상차를 타고 출발한 지 30여분이(헥헥--;) 넘어서야 드디어 산장에 도착했다. 알피카 산장은 아바친스키 화산 아래 고즈넉하고 아담한 3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식당과 주방이 딸려 있는 본 동과 별관 그리고 러시아식 사우나가 있는 사우나 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산장지기 알렉세이…그가 준 90도짜리 보드카는 정말 뜨거웠다.

산장에서 보는 아바친스키 화산은 과연 웅장했다.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이 그랬듯이 이 아바친스키 화산 역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 중에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위험순위 넘버 1이다. 250년 동안 무려 14차례나 폭발했다. 가장 가까운 시기는 지난 2001년에 폭발한 기록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흰 연기를 하루에 몇 차례나 내뿜고 있다.

이 날도 빨간 석양을 받으며 아바친스키 화산은 모르도르에 칩거하는 늙은 용처럼 연실 허연 연기 기둥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위험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알았다면 겁났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날 석양에 떨어지는 화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사람이라면 그 화산이 아무리 강하고 폭발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장관에 넋이 나갔을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저녁이 되자 숙소를 배정받고 산장에서 우하(연어) 수프와 곡밀 빵으로 만든 저녁식사를 한 후 설원에서 사우나를 즐겼다. 화산지대 드넓은 눈밭에서 즐기는 러시아식 사우나는 각별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 동안 해가 지지 않았다. 백야를 처음 경험하는 나로선 처음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중엔 무척 재미있기까지 했다. 백야가 길어지면 이 곳 사람들은 생체리듬에 따라 문과 커튼을 닫고 일부러 잠을 청한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만 지나도 몸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제 해가 지려고 할 때 멀리서 뭔가가 나타났다. 그건 캄차카에 서식하는 여우였다. 캄차카에서는 연어가 나타는 7월쯤 곰을 볼 수 있는 트랙킹이 유명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일러 볼 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쉬움을 야생여우를 만나면서 그나마 풀 수 있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서야 백야의 끝을 볼 수 있었다.

캄차카 붉은 여우, 먹을 게 없을 때 자주 산장에 출몰한다고 한다

 

산장에 근무하는 직원인 알렉세이는 으스름한 저녁이 시작되기 전부터 산장 뒤편에서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파티를 위해 꼬치구이 불을 피우느라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깊은 밤이 되자 모든 일행들이 산장 뒤편으로 쏟아져 나왔다.

다모토리(최승희)

거기엔 알렉세이가 마련한 잘 익은 꼬치구이와 장작더미 그리고 시원한 보드카가 준비되어 있었다. 산장의 일꾼들이 직접 만든 90도짜리 보드카는 물을 들고 함께 마시지 않으면 식도가 타 들어갈 정도로 강렬했다. 보드카는 입을 타고 심장으로 들어가 캄차카의 별이 되었다. 난 얼큰하게 술이 취해 하늘을 올려다보며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밤하늘이란 원래 검은 밤의 빛깔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 말이다. -계속- (by다모토리·jan 31.2016)

KNS뉴스통신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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