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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40억 년의 추억속으로…'캄차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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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40억 년의 추억속으로…'캄차카' (1)
  • KNS뉴스통신
  • 승인 2016.12.30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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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휴화산이 살아 숨쉬는 캄차카 반도의 웅장한 모습

"88일뿐이라고? 무슨 소리야~ 5박 6일 더 추가요!"

벨루가 보드카의 실키한 목 넘김과 향이 아직도 침대에 진득하게 배어 있던 이른 새벽. 원하지 않게 잠에서 깨어나 보니 짧은 여행 일정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머물렀던 현대호텔에서 짐을 챙기고 호텔 주변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사면서 마지막 시내 출사를 가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캄차카에서 가장 좋다는아바차 호텔의 이른 아침...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하는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은 의외로 고요했다. 그 간의 빡빡했던 일정으로 인한 피로 때문일까 아니면 여행의 진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잠시 뒤 그 고요함은 슬그머니 깨졌다. 현지 여행을 안내하던 여행사 직원이 마치 살얼음을 깨듯 잔잔한 목소리로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사람이 평생 웃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글쎄, 그런 류의 생각들을 전혀 안 하고 살던 나로서는 잠시지만 좀 난감했다. 그러자 정답부터 말해준다. 88일이란다. 인생을 대충 70세라고 가정했을 때 TV 앞에서 7년, 잠자는 데 23년, 일하는 데 26년,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내는 시간은 무려 2년이란다. 그런데 즐겁게 웃고 있던 시간이 고작 88일이라니.. 정확한 거냐고 물으니, 자신도 어디서 봤단다. 정답을 들으니 슬퍼해야 마땅한데도 난 이런 얘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근데요, 전 거기다 5박 6일 추가해 주세요~"

그랬다. 말로만 들었던 러시아. 거기서도 40억 년 전의 신비스러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캄차카 반도를 여행하는 시간은 즐거움과 자연의 경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버스는 벌써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거의 다 도착했다. 웅장한 화산과 얼마 전까지도 내국인에게조차 개방되지 않았던 캄차카 반도에서의 추억이 진하게 머릿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듯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 다시 추억해 보아도 그건 정말 멋지고 즐겁고 유쾌한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인천에서 페트로 파블로브스키 캄차트스키 공항까지"

서울에서 캄차카 반도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직항이 없는 관계로 2시간 정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으로 날아가 짐을 옮겨 싣고 국내선으로 갈아탄 뒤 캄차카로 다시 2시간 30분 정도를 더 날아가야 했다. 시간상으로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지만 러시아의 공항에서 산술적인 시간 설정은 경계대상이다.

인천에서 페트로 파블로브스키 캄차트스키 공항까지
캄차카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블라디보스톡 공항. 북한 국적의 비행기도 보인다.

워낙 입국 수속이 까다롭고 지루해 자칫하면 갈아타는 비행시간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 힘들다. 몇 년 전에는 이곳에 직항로가 개설되어 쉽게 올 수 있었다는데 여행객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직항로도 폐쇄되었다. 우리가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동토의 땅 러시아 캄차카의 주도 페트로 파블로브스키 캄차트스키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진 이사벨라 시 외곽 엘리조보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시각 11시가 넘어서였다.

캄차카 공항 정문, 백야현상으로 심야시간임에도 저녁 기운이 남아있다.

캄차카 반도의 5월은 백야현상이 나타나 11시가 넘어도 좀처럼 어두워지지 않았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한국과의 시차는 4시간으로 벌어져 있었고 난 2008년 이곳을 찾은 첫 번째 외지 방문객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엘리조보 캄차카 공항에 도착하자 시뻘겋고 웅장한 까마즈라는 트랙킹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설산을 달리도록 설계된 까마즈 트럭의 모습
러시아의 세관통과는 참으로 지루하기 그지없다. 우리를 기다리던 캄차카 안내인조차 졸고 있는 ㅠㅠ

이 까마즈라는 차량은 예전에 러시아에서 광석을 주로 운반하던 화물덤프트럭이었는데 이제는 화물칸을 개조해 여행 투어에 많이 쓰이고 있는 특수차량이었다. 바퀴가 사람 키만 해서 웬만한 비포장도로도 끄떡없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좀은 덜컹거리고 멀미가 나긴 하지만 그런대로 매력이 있는 이동수단이었다.

여행사 대표가 직접 마련해 준 러시아 전통음식 샤실릭

러시아 전통요리 샤실릭
샤실릭은 중앙아시아에서 유래한 러시아 전통 바비큐 요리로 양이나 돼지고기를 샴뿌르라고 하는 쇠꼬치에 끼워서 요리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다. 먹기도 즐겨하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음식은 러시아에서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 친목도모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는 중요한 메뉴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단 맛이 나는 양고기를 주로 이용해 요리하지만 지역과 종교에 따라 돼지와 닭 등 재료가 다양한 것이 이 샤슬릭의 특징이며 밀가루로 만든 전병을 같이 곁들여 먹어야 더욱 맛있다.

너무 늦게 도착해 그 길로 러시아 식당으로 달려가 전통음식인 샤실릭으로 저녁식사를 때우고 늦은 잠을 청했다. 예약문화가 없는 러시아에서 그래도 운이 좋아 우리는 캄차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라는 아바차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후 첫날 지루함과 기대감이 뒤섞인 피곤한 몸을 깊은 잠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내일부터 보게 될 화려한 화산 풍경을 꿈꾸며 말이다. 그렇게 이곳은 이제 캄차카였다.

"아바차 만을 바라보며 베링해를 꿈꾸다"

과거 러시아 내국인조차 초청장이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했던 캄차카 반도는 러시아 연방 동쪽 끝 동경 155도, 북위 50도에 위치한 반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면적이 약 47만 평방 km로 우리나라의 4.7배에 달한다. 캄차카 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산지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높은 산들은 대부분 평범한 산이 아닌 화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300개의 화산 중 29개는 언제든 용암을 분출할 수 있는 활화산이며 전 세계 화산의 10%가 이곳에 몰려있다. 토착 원주민 예벤족은 이런 캄차카를 '불에 갇힌 도시'라며, 러시아어로 불의 반지라는 의미를 지닌 '아곤노에 칼쵸'라고 부른다. 그렇게 캄차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이자 최고의 생태지역으로 세계 어느 유명 관광지에 못지않은 다양한 자연체험 테마를 갖추고 있으며, 아시아 대륙을 통틀어 최고의 아름다움을 갖춘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캄차카 반도의 인구는 전 도시를 합해 겨우 37만 명 수준으로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25만은 캄차카 반도 남동쪽 아바차 만에 위치한 주도 페트로 파블로브스키 캄차트스키에 밀집되어 있다.

이 도시는 작고 아담한 해양 도시로 구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미국과 대치하는 극동의 최전방 군사요새로서 북태평양 핵 전함 기지가 자리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었으나 이제는 대부분의 군부대가 철수해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주민의 대부분도 이젠 어업 및 조선업 등에 관련한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잠깐만 도시를 벗어나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활화산 아바친스키와 장엄한 까략스키의 눈 덮인 영봉들이 병풍처럼 위치하고 있어 대자연의 엄숙함에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이 도시를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저 멀리 아바차 만이 탁 트이게 보인다는 전망대 꼭대기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자 인류 항해의 역사에서 볼 때 사람들의 도전을 가장 거세게 뿌리치기로 유명한 거친 베링 해가 드넓은 아바차 만속에 발을 담그고 있었고 그 베링 해로 하염없이 배를 떠나보내는 페트로 파블로브스키 캄차트스키 제일의 항구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아바차 만에서 바라 본 베링해엽의 시발점인 항구
아바찬 만 일대의 풍경

이곳에서 시원하게 뚫린 바다 위로 멀리 보이는 화산지대를 촬영하고 때 마침 운 좋게도 이 언덕에서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전망대는 바다에서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페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알맞은 조건을 지니고 있어서 날씨가 맑은 날이면 많은 동호인들이 이곳에서 페러글라이딩을 즐긴다고 한다.

다모토리(최승희)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현지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저 멀리 화산에 걸친 환상적인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페러글라이딩 제품이 한국산이라며 반가워하던 현지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렇게 아바차 만의 바다는 청명했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은 더욱 파랬다. 그 사이 구름 위로 우뚝 솟아난 웅장한 꺄약스키 화산 봉우리는 나의 렌즈 속으로 기꺼이 들어와 요긴한 추억거리로 메모리 되어졌다. -계속- (by다모토리·jan 31.2016)

KNS뉴스통신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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