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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분야에 짙게 드리워진 ‘최순실의 검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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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분야에 짙게 드리워진 ‘최순실의 검은손’
  • 곽홍희 기자
  • 승인 2016.12.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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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한진해운 몰락에 개입한 의혹에 이어 수협 등에 각종 이권 개입드러나 ‘충격’

[KNS뉴스통신=곽홍희 기자] 세계 10위 무역대국의 첨병역할을 담당하면서 우리나라 해운물류업의 역사이자 상징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아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는 해양수산업계가 최근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떠오른 '최순실 사단'이 해양수산분야 각종 이권사업에도 개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더욱 충격에 휩싸여 있다.

28일 해양수산관련업계에 따르면 미주·아시아 노선 등 핵심 자산이 날아가고 141척이었던 선박은 가압류를 제외하면 사실상 0척이 돼 영업기반이 붕괴된 한진해운은 남은 자산 매각과 함께 청산작업이 마무리되면 지난 1977년 출범해 39년간 전세계 해양을 누벼온 한진해운은 결국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된다.

통일신라시대때 '해상왕 장보고'를 필두로 동북아시아의 바다상권을 수천년간 장악해온 우리나라 해운업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매출액 39조원을 책임졌고, 외화 266억 달러를 벌어들인 7위 수출산업에 세계 5위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해양입국'이라는 국가차원의 밑그림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원래 부채비율이 높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간과한 금융권의 근시안적인 구조조정 작업 등이 겹쳐지면서 오히려 위기만 심화시킨 채 결국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대참사'를 빚고 말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범중 박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7위 한진해운 등이 어렵게 되자 금융권에서 대출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해운업체들이 돈 되는 기업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는데 급급했다”며 “중국의 경우 국가에서 필요한 기업이 어려울 때 오히려 선박금융 또는 운전자금을 지원해 절대 파산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장도 최근 ‘해운업 구조조정, 왜 실효성 없었나’란 보고서를 통해 “국책은행이 해운업의 역할을 이해하는 금융 정책을 펴지 못하고 리스크에만 집중하다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동현 평택대 교수도 “외국의 해운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 정부의 해운 구조조정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무능한 정부가 해운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업논리'가 아닌 '금융논리'로 접근하는 바람에 향후 '세월호 침몰'사건보다 국가경제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한진해운 몰락'사태가 야기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이같은 한진해운의 석연찮은 해체에 최근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이유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사단'의 마수가 해양수산분야 곳곳에 뻗친 사실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면서 해양수산업계 관계자들의 강한 불만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바다의 날' 행사를 앞두고 홍보 동영상 제작을 이유로 수협중앙회와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운조합 관계자를 불러 소위 '최순실의 남자'로 불리우는 차은택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각각 5000만원씩을 지원토록 요청한 것.

하지만 업황 부진으로 회비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해양수산 단체들은 계획에도 없던 예산을 무리해서 편성했고, 이렇게 해양수산부의 압력(?)에 의해 모아진 1억 5000만원은 '바다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해양재단을 통해 차은택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에 경쟁 입찰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면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어져 한국해양재단 홈페이지에 ‘2030 해양수산 미래비전 홍보 동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는 1분42초짜리 동영상은 1억 5000만원이 투입된 것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어서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동영상을 본 관련분야 종사자들은 “누가봐도 몇 백만 원이면 충분히 만들 것 같은 홍보영상물인데, 가뜩이나 경영사정이 어려운 해양수산단체들을 쥐어짜듯이 만든 1억 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서 만들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 홍보영상을 만든 플레이그라운드는 '차은택 사단'으로 불리는 김홍탁 씨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광고회사로 차은택 감독의 측근이자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인 김성현 씨가 사내이사로 있어, 이 회사의 실제 소유주가 차 감독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순실 씨가 이 광고사의 일감을 직접 따왔고 직원 채용과 급여 등 회사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여했다는 점이 들어나 이 광고회사의 실소유자가 차은택이 아닌 비선실세 최순실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차은택 씨 등을 시장현대화사업과 관련,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해양수산업계 내부적으로 관심을 촉발한 바 있다.

이 씨와 차 씨의 경우 총 5237억원이 투입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착수 당시 자문위원회 구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해양수산부 담당공무원 4명 등 시장현대화사업 추진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추이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곽홍희 기자 bin09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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