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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용의 시인의 마을(5)
이런 저런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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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용의 시인의 마을(5)
이런 저런 생각에
  • 시인 성덕용
  • 승인 2011.09.23 0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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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에

성덕용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놓치고
말똥말똥 잡념만 이리저리 굴리다가
에라 이 잡놈의 세상 주둥이에 불이나 지르자고
어싯비싯 비상계단으로 나섰더니
홀로 외로웠던가 일그러진 달
안개 구름속에 벗하자 반기네

자네 게 있었는가
동지섣달 첫새벽 추위에 마음이 상했는가 몸이 상했는가
소복한 처녀 귀신 한 서린 모습이니
네 웃음도 웃음이 아니구나
머리 검은 짐승 잠을 잃어 한 숨 두 숨 내쉬이며
이매망량 잡질할때
기왕에 벗하려거든 말벗이나 되어 주게
어슴어슴 가슴엣 노래 '별진 잘숙' 추임새도 넣어주고
얼렁벌렁 육두문자도 남사스러울리 없는 밤이니
'쑥 넣었냐 쑥떡이다, 조 넣었냐 좃떡이다' 맞장구도 쳐주게나
새근새근 잠자는 님 꿈속에도 들었다가
혹여 그대 반기거든 내 여기 있다 전해 주소
님의 아름다운 잠 깨울까 저어하여
비상계단 난간에 기대어 웃고 있다고
앞산 사시나무 그림자 되어 웃고 있다고

자네 게 있는가?

 

한해살이

 

성덕용

 

아름답던 열매도 떨어지고 푸르던 잎새도 졌는데
햇살 밝은 창을 향해 선 그대 어쩌랴

그저 보기만 할까

시들한 줄기 잘라내고 무거운 잎새 떼어내고
이제라도 여린잎 돋아라 돋아라 한다
무심한듯 이렁저렁 물 한 그릇 뿌렸더니
햇살 마주하고 하얀 꽃망울 보이더라
어이 할꼬 어이 할꼬
모자란 정으로도 엄동설한 꽃 피웠으니
그대 곁이고 싶어라
그대 곁이고 싶어라

그대 눈앞에 서고 싶어라
그대 눈앞에 있고 싶어라

부서지면 어떠랴 잘라내면 어떠랴
이 한 몸 그대 곁이면 저처럼 꽃 피울 것을.

 

 

3번 국도
-고향가는 길-

성덕용

 

꿈을 안고 간다지만 다 꿈은 아니다
외풍을 막아 주던 든든한 벽 하나 거기 있어
있었던 자리이기에 그리움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헐어진 자리 망촛대 웃자라 징징거리지만
땅에는 서릿발 발작마다 이빨을 드러내지만
지난날을 든든한 성이 되어 지켜 주었던
당신의 자리가 있기에 달려가는 것이다

화롯불엔 막 퍼담은 당신의 전설이 펄떡거린다

호두처럼 단단한 껍데기 안에
쫄깃쫄깃한 고기가 들어있는 게 뭔 줄 아느냐 물으신다
그런 게 어디있냐고 꼬맹이들 아우성이면
그것은 과일인데 별나라에서 온 과일이란다
별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과일 껍데기를 벗기면 고기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강원도 산골에 살 적엔 고기가 먹고 싶으면
별똥별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주워먹었다며
하룻밤에도 몇번씩 떨어지던 별똥별
집 앞마당에도 떨어지던 별똥별
그 맛을 잊지못해 하시던 당신의 눈빛이
동지섣달 매운바람 들창문을 할퀴는 밤
방안 가득 심지 돋운 등잔불로 있었다

고향은 꿈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기어코 가서는 엄동설한풍에 가슴 에이더라도
당신의 별똥별을 주으려 달려가는 것이다

 

시인 성덕용 jlist@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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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진 2011-11-02 23:25:22
잘지내나 저번주 소요산 다녀왔지 동두천 지날때 니생각나서 전화 할까말까 하다
가정을 지켜라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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