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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런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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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런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 김영은 기자
  • 승인 2016.12.08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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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김영은 기자] 영화에서 나오는 책을 보면 그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담겨있다.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도 그렇다. 여자 주인공 민정(이유영)이 카페에서 읽고 있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이를 말해준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직장에서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부모가 진 빚을 갚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출장 영업사원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 잠에서 깨 보니 등껍질이 딱딱한 벌레로 변해 있는데 그가 변신하기 전과 후에 가족들의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그레고르 잠자에게 따뜻했던 가족들은 그가 벌레로 변한 후 구박하고 소외시킨다. 어느 누구도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 그를 동정하거나 위로하지 않는다. 그레고르 잠자가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그를 더욱 냉담히 대하고 구박하고 소외시키는데 가족들이 일터로 나가 직접 생계를 책임지면서 더 심해진다. 이는 그레고르 잠자가 가족들에게 그저 생계를 담당하는 경제수단에 불과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레고르 잠자는 점점 인간으로서의 존재성을 잃어간다.

친구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으로 민정과 다투는 영수(김주혁), 그리고 민정을 못마땅해 하는 영수의 친구들. 민정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달라고 하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영수의 방에서 나와버린다.

그날 이후 민정과 같은 모습을 한 여자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민정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저를 아세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간다.

영화는 끊임없이 민정을 변신(자신이 아니라고 우김)시킴으로써 민정, 나아가 인간 그 자체로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존재로서의 순수성을 얼마나 훼손시키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민정은 왜 그토록 영수가 싫다고 했던 '거짓말 하는'사람이 되기로 했을까? 물론 거짓말인지, 혹은 민정이 아닌지 관객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민정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녀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영수에게 포획된 자신으로부터 도망감으로써 민정이 없는 상태 그 누구도 민정을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끌고가 그녀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의 끝자락에서 남 주인공 영수는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하는 민정에게 당신이 당신이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타인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하는 성숙한 태도가 아닐까? 나의 무엇이 아닌 있는 당신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홍상수 감독 특유의 찌질한 남자가 주는 유쾌한 교훈이다. 
 

김영은 기자 goldkye03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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