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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의 이름은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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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의 이름은 '재즈'
  • 이승준 칼럼니스트
  • 승인 2011.09.2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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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이승준 칼럼니스트] 나는 왜 재즈를 좋아하는가?

재즈를 거의 매일 듣고 있으면서도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질문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세기말적 사운드 얼터너티브나 펑크, 모던 록 , 그리고 우리의 국악 등 세상엔 참으로 많은 음악의 갈래가 있는데 하필이면 가장 대중적이지 못한 재즈라는 음악을 나는 좋아하는가?

20살이 되던 해 록 음악에 빠져 하루하루를 강렬한 비트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던 그 때 우연히 친구의 집에서 키스 자렛의 <My Song> 한 곡의 충격으로 인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모아왔던 천여 장의 록 음반을 처분하고 재즈 음악을 연구,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갔다.

재즈를 향하여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행히 출장이나 여행의 형태로 해외에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몇 국가를 제외하곤 어김없이 재즈 클럽을 찾았는데, 파리의 딕시랜드 전문 재즈 클럽 <Caveau DeLa Huchette>, <Le Lew Morning>, <Sunset>, 시드니의 <Underground>, 시카고의 <Andy's>, 뉴욕의<Blue Note>,
<VillageVanguard>, <Sweet basil>, <Ilidium>, <Visiones>, <Small>, <카네기 콘서트 홀>, <링컨 센터>, 뉴올리언즈의 <preservation hall>등의 명소를 그야말로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1946년에 오픈한 파리에서 가장 유서 깊은 <Caveau Du La Huchette>클럽에서는 딕시랜드 재즈 음악에 맞춰 남녀 한 쌍씩 조를 이뤄 눈을 의심할 정도의 현란한 춤 솜씨를 선보인, 플로어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는 얼마나 큰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재즈의 메카 뉴욕, 꿈에서나 그리던 <블루 노트>와 <빌리지 뱅가드>,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들어갔던 그 곳,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많은 상상을 했다. ‘내부는 얼마나 고급스럽고 인테리어는 어떨까?’ ‘영화에서 본 것처럼 담배 연기 그윽한 분위기 속에서 듣는 재즈는 또 얼마나 근사할까’라는 식으로...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내부 시설은 나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비좁기만 하고 근사한 인테리어나 테이블도 없는, 우리나라의 7, 80년대 허름한 선술집(블루노트의 경우는 조금은 모던하지만)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또한 테이블에서는 엄격히 금연을 취하고 있고 일절 사진 촬영도 허용되지 않았다.(나머지 다른 재즈 클럽도 거의 예외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들도 역시 연주 중에는 그 누구도 조그마한 잡담조차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재즈 연주만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뉴욕의 재즈 클럽을 순회하면서 난 수도 없이 질문을 했다. ‘과연 재즈가 무엇이기에......’

마지막으로 찾았던 뉴올리언즈의 <프리베이션홀>, 이곳에서 재즈의 원형을 발견한 기쁨에 얼마나 눈물겨워 했는지... 버본 스트리트를 거닐고 있노라면 길가에 즐비한 클럽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딕시랜드 재즈, 술 한 병을 들고 거리의 사람들과 흥겹게 춤을 추었던 경험 또한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 재즈를 통한 소중한 기억이다.

재즈 카페

우리는 흔히 재즈 카페 하면 우선 화려하게 치장된 인테리어와 네온, 담배연기 자욱한 데카당스한 분위기, 그 곳엔 언제나 아름다운 남녀가 있고 술과 낭만적인 음악이 흐르는 곳, 이런 이미지를 상상하기 쉽다. 본인 또한 그러했으니까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미국 등지에서 직접 본 재즈 카페는 그러한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함부로 담배를 피울 수도, 술에 취해 춤을 마음껏 출 수도, 연주 중에 자유로이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오직 재즈 음악 그 자체만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훗날 본인은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연주인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와 배려에서 나온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꿈꾸는 자와 재즈

재즈를 좋아하게 된 이후, 재즈는 나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재즈를 통해 인종과 국가를 뛰어 넘는 박애와 인류애를 배웠고 문화의 다양성이 주는 소박한 의미를 깨닫게 해 주었다. 나에겐 재즈를 통한 미래의 꿈이 있다. 그것은 원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순박한 꿈이다. 나는 매일 재즈 음악을 들으며 그 꿈속에 빠진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믿음을 오늘도 깊이 되새기면서.

나는 왜 재즈를 좋아하는가?

이승준 칼럼니스트 hotjazz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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