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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법정 최후진술 “보복 표적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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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법정 최후진술 “보복 표적수사”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09.20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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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4년 및 추징금 9억 4,000만여 원을 구형했다.

다음은 이날 법정에서 밝힌 한명숙 전 총리의 최후진술 전문

먼저 진술에 앞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며 세심하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재판 절차를 진행해 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재판을 포함하여 거의 2년여 가까이 피고인으로서의 제 삶은 법정에 묶여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감당하기 힘든 모멸과 수치를 견뎌내야 했으며 분노로 가득찬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두 번에 걸친 검찰의 부당한 기소, 그리고 연이은 재판을 하면서 저는 삶의 소중한 부분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있었고. 해야 할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의 대부분을 재판 때문에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가졌던 꿈과 포부도 유보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삶이 정지된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 수사는 시작부터 잘못 되어 있었습니다. 증거가 있는 사실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에서 기획되고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권력과 정치검찰이 합작하여 기획한 보복 표적수사, 이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고 본질입니다.

제가 권력의 표적이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하나는 국민들에게 깨끗한 정치인으로 알려진 한명숙에게 부패와 비리의 낙인을 찍음으로써 한명숙이 몸담았던 민주정부의 정통성과 도덕성을 훼손하고 상처와 모욕을 주어 국민과 유리시킴으로서 모든 가능성을 차단키고 싶었을 것입니다.

저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님을 모시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국회의원과 장관 그리고 총리를 지낸, 민주정부 10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입니다.

현 정권은 그런 저를 뇌물과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부패한 정치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비리와 부패를 희석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지우고자 시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저의 서울시장 출마를 막거나 낙선시킬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첫 번째 사건의 기소 시점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제가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때였습니다. 첫 번째 재판이 무죄판결을 받게 되자 검찰은 무죄판결 하루 전날인 2010년 4월 8일에 별건수사를 발표하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저에게 정치자금법의 족쇄를 채웠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터무니 없는 음모와 공작이 드러나자 또 다른 조작과 기획을 통해 그것을 덮으려 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이런 의도는 성공했습니다. 저는 선거에서 0.6% 차이로 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게 채워진 검찰의 족쇄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검찰 수사의 성격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이번 재판과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 재판에서 논의되고 검증되고 있는 어떠한 사실과도 저는 무관합니다. 검찰 공소 내용의 단 한 줄도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최후진술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제가 왜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 무슨 이유로 제가 이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검찰이 채택한 증인들도, 그들이 말하는 증언 내용에 대해서도 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 내몬 이 정권이 저를 그 다음 표적으로 삼아 정치생명을 끊어 유폐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바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적인 탄압에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 실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상황을 놓고 논쟁과 다툼을 벌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것이 제가 검찰 신문을 거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법률적으로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일념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했으며 이제 그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최후진술의 기회를 빌어 재판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한만호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바대로 한만호씨와는 특별히 친밀한 관계도 아니었고 그와는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으며 더욱이 돈 얘기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런 엄청난 액수의 돈이 필요한 적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제가 한만호씨와 특별한 관계가 있고 특히 2007년에 한만호씨를 수차례 만나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2007년에 한만호씨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2007년 이전에 한만호씨를 만난 것은 2004년과 2006년에 각각 한 차례씩 식사를 한 것이 전부입니다. 두 번 모두 다른 사람과 함께 한 자리에서였고, 2006년 총리공관 만찬은 여러 사람들이 참석했던 일상적이고 단순한 송년 만찬이었기 때문에 한만호씨가 참석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2007년 이후로는 2008년에 한만호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총선 준비 차 지역구를 돌던 중 김문숙씨의 안내로 병문안을 간 것이 전부입니다.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으로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단순히 위로 차 방문했을 뿐입니다.

검찰은 저의 지역후원회사무실이 한만호씨 소유 빌딩에 입주하면서 염가로 임대하고 저의 일산 집 인테리어도 돈을 받지 않고 해주는 등 제가 한만호씨에게 상당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주장하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지역후원회사무실의 경우, 당시 일산주변 건물은 공실률이 높아서 3000만원 보증금이면 같은 규모의 다른 건물 사무실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을 유치하는 것은 건물 이미지나 신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어느 건물에서든 환영하는 상황입니다. 당시 한만호씨 건물은 분양과 임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현직 국회의원 사무실을 유치하는 것은 건물 분양과 임대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이것은 저의 요청이 아니라 종친회분들과 한만호씨 부친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만호씨가 인테리어를 공짜로 도와줬다는 검찰의 주장도 사실과 다릅니다. 집 인테리어는 입주 전에 이미 마무리가 된 상태였고 입주 후 책장과 한 두 군데 보수를 하는 정도였으며 그 비용은 정상적으로 지불했습니다.

특히 경악할 만한 사실은 검찰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제가, 운전기사도 따돌리고 직접 운전을 해서 백주 대낮에 길거리에서 마치 작전을 수행하듯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에 속합니다.

길거리를 다니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곤 합니다. 더욱이 그 시기는 국회 회기 중이었습니다. 검찰의 이해할 수 없는 이 주장에 대해서는 법률적 잣대 뿐 아니라 상식의 잣대로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또한 검찰이 제가 받았다는 돈 중에는 1억 원의 고액 수표도 있다고 합니다. 현금이든 수표든 받은 적이 없지만, 불법적으로 은밀하게 돈을 전달하면서 1억원이라는 고액의 수표를 건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검찰은 제 여동생을 제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의 관리인이라고 억지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검찰은 제가 1억원 권 수표 한 장을 자금 세탁하기 위해 혈육인 여동생에게 주고, 여동생 명의로 발행한 고액의 수표 4장과 교환했다는 불가가사의한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 또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한만호씨와 김문숙씨간의 돈거래에 관련한 것입니다. 저는 두사람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작년 검찰이 해당 내용을 언론에 유포한 뒤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여동생이 문제의 1억원 수표를 사용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문제의 1억원 수표를 김문숙씨가 제 여동생에게 2주동안 융통해 주었다는 사실도 그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한만호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김문숙씨와 제 여동생을 만나서 이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저의 심정은 한없이 착잡하고 서글픕니다. 양심과 명예는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저는 그 양심과 명예를 의심받는 초라한 범죄의 혐의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참혹하고 끔직한 일인지는 누명을 쓰고 법정에 서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0개월의 재판 기간 동안 단 하루도, 단 한 시간도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미래는 아득하고 막막했습니다. 삶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고, 살아갈 날의 힘을 빼앗겨 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법정에 나오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 재판인데도 저는 일찌감치 무대에서 밀려났습니다. 한만호씨의 위증여부를 놓고 상습사기범과 마약범까지 등장하여 지리한 공방을 하는 동안, 저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 알지도 못하고 저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말을 듣기 위해 그 숱한 날을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만 해야 했습니다.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저의 결백을 온몸으로 증언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사법의 정의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면, 저를 믿고 항상 응원을 보내는 국민이 없었다면 몇 번이고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역임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검찰로부터 부당한 기소를 당하고 두 번씩이나 연이어 재판을 받으면서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를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재판을 받으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정적 제거를 위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공여자의 허술한 진술 하나에 의존해 공소권을 남용하여 기소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 우리나라 검찰의 현주소입니다. 검찰은 언론을 통한 피의사실 공표는 물론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해 표적이 된 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흠집 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과 억측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습니다. 이 재판 과정을 통해 나라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개혁이 필수적임을 절감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2년여 전, 권력과 정치검찰의 칼끝이 저를 겨냥할 때 국민들에게 제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정권과 검찰의 표적이 되어 찢기고 상처 입었지만 양심의 법정에서 여전히 저는 자유입니다.

이제 법정 안의 갇힌 자의 삶이 아니라 법정 밖의 세상에서 그간 접었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두 번의 부당한 기소를 겪으면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고 있지만 이 시련을 단련의 기회로 삼자고 다짐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저 개인이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도, 더 많은 것을 갖고 싶다는 그런 작은 꿈이 아닙니다. 뒤틀린 역사를 바로 세우고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모든 ‘긍정적 변화’에 제 땀과 열정을 녹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 꿈을 향해 다시 힘차게 출발하는 것은 제가 가진 진실이 이 법정에서 입증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저는 재판장님의 판결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숨을 죽이고 재판장님의 판결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 재판을 통해 역사는 결국 정의의 길로 간다는 불변의 진리가 밝혀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를 믿고 진실을 밝히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신 변호사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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