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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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어서…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11.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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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 화가의 ‘웃음꽃-함께' 사진제공=갤러리 웃다

수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돈도 실력’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난세에서 “대학만 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라는 달콤한 말로 아이들을 교실에 붙잡아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마 전, 아들 녀석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의 사랑에 감사하지만 청소년기의 모든 삶을 교과지식에 갇혀있도록 만들어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필자를 비롯한 교사들은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까. 우선 인생의 여정에 대한 교육의 본질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더 나아가 내게 있는 사랑을 나누어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둘째, 우리는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의 삶이 곧, 성공한 삶임을 말해주어야 한다. 성공의 기준을 남보다 우월한 삶에서 찾는 대신, 존재 자체가 성공이라는 사실과 주어진 삶에서 매 순간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결과적 성공이 아니라 삶의 과정 전체가 성공의 삶임을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금 이 모습이 훌륭한 사람이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풍요로운 삶의 밑거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또는 미래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오늘을 희생의 재물로 여기는 사람은 어떠한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참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의 구조 속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쟁사회일수록 더더욱 이러한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웃을 수 없는 수학교과수업(필자는 수학교사다)을 통해 행복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수학교과를 통해 행복을 끌어냈던 놀라운(?) 필자의 경험 사례를 소개해 본다.

지난해 창의인성을 위한 ‘삶의 여백 발견하기’ 발표수업에서 한 학생은 ‘인생에 사랑이 더해지면 행복하지만, 사랑이 빠지면 슬프다’는 것을 방정식으로 나타내고, 인생의 의미를 연립방정식을 이용해 재해석했다.

“인생이란? 절반은 행복이고 절반은 슬픔으로 구성돼있다. 문제는 내가 무엇을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전제하면서, 슬픈 이야기를 지워버리고 싶다고 지워버린다면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내 인생에 지워야 할 삶의 이야기는 없다. 

학생의 발표를 들으면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교실수업(One stop 교육과정을 통한 진로 및 진학지도)을 통해 함께 배우며 행복을 누리고 있다.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학생들이 있다. 어떤 교사는 아이들 속에 있을 때 자신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하고 웃을 일 하나 없어도, 교사라면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교육의 본질과 그에 따른 방향’을 분명히 하고,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교사’라는 사실을, 필자는 오늘도 교실수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박성은 경기 고양외국어고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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