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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뜻 나설 수 없는 용기와 나설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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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뜻 나설 수 없는 용기와 나설 수 있는 용기
  • 송지순 기자
  • 승인 2016.11.1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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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순 기자

[KNS뉴스통신=송지순 기자] 여의도는 시끄럽다. “이젠 자서전 전국이 완전히 끝났나 봐. 국회에서 자서전 관련된 얘기는 쏙 들어간 것 같이 조용해…“. 대한민국 국회 주변은 항상 시끄럽다. 여기에 주변 사람들은 ‘전혀 아니다’는 파와 그 상황이 ‘정확하며 자료도 가지고 있다’는 파가 서로 갑론을박하면서 핏대를 올리며 싸우고 있다. 더불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그리고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 건까지, 정말로 바람 잘 날 없는 여의도의 오후는 시끄럽게만 돌아가고 있었다.

기자는 마포에서의 약속으로 걷기를 작정하고 마포대교 위를 걸었다. 중간쯤 걷다 보니 대교 아래 물 위에는 119 순시선이 떠 있었고, 대교 위에서는 119대원들과 차량 몇 대가 비상 등을 켜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순간 머릿속엔 ‘아차 누가 강물로 뛰어들었구나’라는 생각에 무언가 가슴이 절여오는 느낌과 동시에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재촉해서 기자가 그 위치에 도착할 즈음엔 이미 상황은 종료되는 분위기였다. “어, 상황 종료? 아니면 누가 죽어서 허탈한 것?”이란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마침, 가까이에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막 타려 하는 한 남성이 있어, 그에게 혹시 이 분위기의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슬며시 “무슨 일 있었나요?”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는 뭔가를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부터 자세한 상황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 “제가 이 다리 위를 자전거로 건너던 중, 어느 여인 한명이 다리 난간 위로 기어오르려 애쓰는 모습을 목격했고, 그것을 말리려고 그 여인에게 쫓아가 감싸 안아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저 앞에 난간을 오르려는 또 다른 남성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사람이 나의 남편인데 그의 행동을 막아 주세요”라며 사정을 하더란 것이었다. 그 남성에게 달려가 그를 난간에서 떼어 놓고, 두 사람을 한 데 모은 다음, 119 신고로 소방서차량과 구급대가 출동했고, 그제야 상황이 종료됐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순간 불안한 마음이 엄습했다. ‘아니 저 두 사람을 저대로 놔두고 119가 이 자리에서 철수한다면, 다른 사고를 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 소방관이 벌써 112신고를 해서 그들의 집이 있는 남양주까지 바라다 주기로 했습니다”며 빙긋이 웃었다.

기자는 그에게 “당신이야말로 두 생명을 구한 진정한 영웅입니다”고 말을 하니 그는 계면쩍어하며 “아마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다 그렇지 않겠어요?”라며 겸손해했다. 그는 또, 그 여인이 한국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것 같았고, 중국에서 시집온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일이 쉽기도 하겠지만, 정말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은가 봐요. 오죽하면 이렇듯 부부가 함께 이 대교에서 뛰어내리려니 말입니다.”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읊조렸다. 실제로 많은 수의 국민들은 사소한 경제문제나 가정사로 인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자살률 ‘OECD 1위’란 불명예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안에서는 서로 안다리를 못 걸어,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해 대면서, 꼴불견 아닌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또 선거철만 되면 길바닥이 되었던, 논두렁이 되었던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해대지 않던가.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안녕히 가세요. 저는 집이 시흥이라서 빨리 가봐야 합니다”라며 자전거에 올라 길을 재촉하며 떠나갔다. 그의 등 뒤에 대고 “정말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여의도 정치인들이 정쟁질이나 일삼고, 자기 멋에 겨워 국민을 어리석게 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아직도 선 뜻 용기를 낼 수 있는 영웅 덕분에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구석이 많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래서 민초들은 그들의 생각보다는 훨씬 더 문명적이라는 결론에 든든한 마음마저 들게 한 훈훈한 장면이었다.

송지순 기자 yhkmad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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