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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도시,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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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 여행] 에스프레소보다 진한 도시, 로마
  • KNS뉴스통신
  • 승인 2016.11.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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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로 날아가는 날..

파리의 드골 공항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누군가가 여행을 하는 우리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유럽여행을 재밌게 하려면 먼저 런던을 보고 그리고 파리를 느끼고 로마에서 드러누워 버리라고 말이다. 난 처음엔 그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무지하게 흔들리던 에어 프랑스를 타고 몽블랑을 넘어 로마에 도착하면서부터 그 말의 진위를 서서히 실감하기 시작했다.<https://brunch.co.kr/@kotani4>

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는지가 말이다. 'Step by step'이란 말이 있다. 여행의 잔 재미를 일깨워 주는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꼭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그만 PUB들로 이루어져 있는 작은 골목길의 런던... 사람들로 가득 차 낭만과 문화적 정서의 극치를 보여주던 화려했던 도시 파리... 하지만 내가 첫 발을 들이대고 다가 간 로마는 사실 화려하다기보다는 웅장한 스케일로 낯선 이방인을 맞이했다는 그런 첫 느낌이었다.

하지만 난 외려 로마가 이루어 낸 도시의 스케일이 새침데기 처녀의 수줍음 같은 멜랑꼴리 한 파리보다는 더 솔직하고 담백하게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로마는 사실 건국 초기 지금처럼 웅장한 도시의 모습은 아니었다. 현재 남아있는 역사적 유적들 중 집정관 시대의 포로 로마노의 모습이나 원형경기장 그리고 콜로세움들이 들어서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로마의 흔적을 둘러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짝 로마의 관광정보 보다는 훨씬 더 흥미로운 시오노 나나미의 역작 '로마인 이야기'를 들쳐 내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건국 당시 즉, 8세기 로마의 땅은 일찍이 이탈리아를 양분하고 있었던 북쪽의 에트루리아 인들과 남부 이탈리아의 그리스 인들 조차 전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 새로운 도시가 생겨도 그다지 두려워하거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그런 땅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은 언덕을 좋아하는 에트루리아 인들에게 로마의 일곱 언덕은 방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전혀 쓸모가 없었고 그 언덕 아래 습지는 사람이 살만한 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부의 그리스인들 역시 해상 상업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바다에 가까이 접해 있지 않은 로마는 그저 슬쩍 지나치기에도 번거로운 땅이었으리라.

그런 로마가 강대해지고 번성할 수 있었던 계기는 도시가 번성하면서 이민족들을 합병하는 과정의 놀라운 전략 때문이었다. 지금도에 트루 리아인들의 매장 풍습들이 로마 곳곳에 남아있는 것은 그들의(로물루스) 후손들이 점령한 땅의 시민을 자신의 로마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흡수합병을 하는 혁신적인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점령지역의 시민은 대부분 노예로 부리거나 처형했다) 

사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면서도 굳이 시간이 없어 로마의 일곱 언덕에 산재한 유족들을 샅샅이 돌아보지 못한 게 나로서는 너무나 아쉬운 일정이었고 게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40여 일 만에 쏟아진 장대비로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한산하게 활보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콜로세움에서 함께 여행을 하던 친구가 집시들에게 가방을 소매치기당할 뻔 한 사건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정신없는 오후 일정 바로 그거였다. 예전보다는 많이 없어졌다는 소매치기들...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다녀온 사람들이 얘기하는 도둑의 천국 이태리... 소매치기의 천국 이태리.. 이런 얘기들이 난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높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고대 로마의 문명을 지니고 있는 나라가 선진국 답지 않게 그렇게 치안을 방치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며칠을 둘러보고 난 곧 그 환경을 이해했다. 도시 전체가 유적인 로마....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 로마. 기차 안이나 공항이나 관광지나 수많은 사람들로 득실대는 그 장터에 어찌 날파리들이 없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융통성까지 발달한 나라라면 그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정신없는 일정을 뒤로하고 눈으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번개 같은 식사를 마친 나는 재밌는 얘기를 하나 듣게 되었다. 현재 유럽지역에서 이태리가 스페인에게 관광수입이 많이 뒤지고 있다고 가이드가 귀띔을 해 준 것이다. 그게 2003년부터라는 얘기는 유럽의 여행 자체도 이제는 관광보다는 휴양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로마 시는 단호하게 외국 관광객들의 버스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이유는 보기에도 분명했다. 길이 워낙 좁고 불편한 지라 외국인들이 타고 온 2층 버스들이 시내를 점거하면 그네들로선 일상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태까지 이른 관광 여파 탓이었다. 걷지 않고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여행은 사실 미적지근하고 알찬 재미가 없다. 차라리 잘 찍은 사진으로 휴양지 가서 들여다보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하지만 관광수입이 떨어져도… 로마를 걷게 하려는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일반 시민들이 불편해서라는 단서를 명분으로 걸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그것이 정말 맘에 들었다. 그래서 파리보다는 조금 더 그네들의 땅을 온전하게 밟아 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수많은 역사를 다시 새기며 전 시대를 통틀어 도시와 건축, 예술 그리고 전쟁과 화해의 역사 속에서 찬란하게 한 획을 그은 로마의 땅 위에서 나는 2천 년이 넘은 돌들이 박혀있는 울퉁불퉁한 마차 길을 걸으며 그 땅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로마 친위대의 기병 소리를 너무나 선명하게 듣고 또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나는 그 길 위로 디지털카메라라는 새로운 문명이 탄생시킨 기록장치를 들고 다니고 있다. 그네들이 만든 원로원과 집정관, 그리고 민회를 통한 더욱이 기독교 윤리에서 해방된 혁신적인 정치제도를 발견하고 그것을 승화시켜 건국한 로마의 제도처럼 나는 21세기가 만들어낸 지적 기억의 유린 장치 디지털카메라를 인 마이 포켓하고 넉넉하게 로마를 휘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고 변했다. 로마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그 운명을 다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그 땅 위에서 그들의 숨소리를 가능하면 더 가깝고 진실되게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기에 나의 작은 카메라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한 역사 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재미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타시대 사람들이 그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 주는 그런 새로운 문명과의 충돌 또는 호흡 같은 것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다. 로마는 고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찬란한 문명의 희로애락만을 안겨주지 않았다. 공항에서 로마로 들어오는 길에 보았던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은 시대적인 괴리감을 극복하게 해주는 뭔가 짜릿한 경험을 나에게 선사해 주었다. 멋지지 않은가~로마의 휴일... 특파원 기자와 공주의 사랑이라. 진부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질 유치함에 치를 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랬을까?

아마도 로마라는 도시에 처음 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꼽혔다고 할 만큼 난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오드리 헵번의 그 작은 미소는 나에게 하루만이라도 진정한 로마를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스페인 광장에서 그것도 법으로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지정되어 있는 계단에서 젤라토를 마구 흘리며 달려 내려오는 내 모습이 그럭저럭 멋지게 보였을 것이라는 유치 찬란한 상상까지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로마는 여러모로 일정상 아쉬움이 크게 남는 도시였다.

 

역사를 횡으로 나열해 놓고 그 시대적 배경을 각인한 상태에서 조목조목 씨실과 날실이 짜이듯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그런 도시... 집정관 시절 자신의 두 아들을 처형하던 비운의 아버지 부루터스의 쩌렁쩌렁하던 목소리에서부터 콜로세움에서 군중들의 함성 속에 묻혀 잔인하게 날아다니던 시나리오 속 막시 무스의 칼날과 민회 정치를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장소 포로 로마노에서 거북하게 만들어진 무솔리니의 독재까지... 거기에 더불어 조 브래들리 기자의 의미심장한 질문에 미소로 답하고 살며시 엔딩을 찍었던 그녀! 앤 공주의 미소까지.. 로마는 그렇게 날 생선처럼 펄떡이며 내 앞에서 살아 있었다.

다모토리(최승희)

거기에 덧붙이는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누군가의 카메라 안에 든 파일이나 필름 속에도 그 흔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자신만의 것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여행은 늘 그런 것이니까 말이다. 언제고 다시 방문할 날을 기약하며... 아주 짧은 말도 안 되는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또 다른 도시 피렌체로 길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떠나는 날,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아쉬운 푸념을 질렀다. 그라지에! 나의 로마여!!! (by 다모토리·Mar27.2016)

KNS뉴스통신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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