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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쌀 수급안정,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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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쌀 수급안정,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하다
  •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16.11.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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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신유통연구원] 올해 쌀농사는 역사상 최대의 풍작이라고 한다. 하지만 농가와 정부가 모두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 자주 언급되고 있는 ‘풍년의 역설’ ‘풍년에 한숨짓는 농심’ ‘쌀 풍년이 두려운 정부’ 등의 표현이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농가는 수확기 쌀가격 하락으로 제값을 받지 못해 소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농민의 근심이 증가하는 만큼 정부의 고민도 많다. 목표가격 대비 쌀값 하락분을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하는 구조에서 쌀값 하락은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확분에 지급된 변동직불금만 7000억원이 넘었는데 올해 쌀값이 작년보다 더 떨어진다면 재정부담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농민이나 정부나 풍년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몇년간 기상조건이 좋아 쌀 생산량은 증가하는 반면에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쌀값 폭락이 이제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급감하는 수요만큼 공급을 줄이지 못하는 구조적 쌀 초과공급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어서다. 그런데 풍년을 기다리지는 못할망정 풍년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님에 틀림없다. 모두 다 쌀 풍년을 반기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쌀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정부는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대책의 요지는 농가가 수확한 벼 중39만t을 공공비축과 해외공여용으로 매입해산지 쌀값 폭락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또 민간의 벼 매입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즉 일정물량의 매입을 통해 산지 시장의 가격 폭락을 막겠다는 의도다. 쌀 수확기를 앞두고 산지 시장의 불안정과 농가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단기적 궁여지책이다.

그런데 현재 쌀 문제의 핵심은 구조적 수급불균형인 공급과잉에 있다. 쌀 초과공급의 구조적 원인은 기계화, 수리시설 확충, 품종 개발 등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함께 쌀을 생산하는 경우에만 주어지는 가격 변동직불금으로 인해 생산이 거의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식습관 패턴의 변화로 쌀 소비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처방은 쌀 수급의 균형을 어떻게 시장원리에 맞게 적절히 이뤄내는가에 달려 있다. 즉, 쌀 공급을 어떻게 수요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 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현행 쌀 생산과 연계된 변동직불금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쌀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 현행 쌀가격 변동직불금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제도로 개편하고, 논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식량작물로의 합리적 생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

쌀 특정품목에 국한해 생산과 연계된 가격 변동직불금 지원은 불가피하게 생산과잉과 함께 가격하락 방지를 위한 수확기 쌀 시장격리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쌀 이외 품목을 포함한 생산비연계 직불정책 도입으로 시장원리에 따른 생산자의 합리적 생산의사 결정을 유도하고 작목선택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 쌀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쌀 가공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소비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식품기업들이 활용하는 데 용이하도록 가공적성에 맞는 쌀 생산 품종을 개발하고, 가공용 생산단지 육성을 통해 안정된 물량·품질·가격으로 제공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풍년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쌀 수급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jeo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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