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 단상...거꾸로수업은 '마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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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 단상...거꾸로수업은 '마음'의 문제다!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6.10.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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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습-9] 배추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어요?

  “배추는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어요?”하고 물었을 때

   기다리고 있는 답은, ‘밭’이다.

  “쌀은 언제 수확해요?”

   역시 바라는 답은, ‘가을’이다.

그런데 ‘배추는?’ 하면 ‘00마트’, 또 ‘쌀은?’ 하면 역시 ‘00마트’이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핸드폰도, 냉장고도,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것 하나 (성장)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 ‘레디메이드’의 천국이다. 그러니 학교 역시 ‘레디메이드 교육’ 아니겠는가, 나아가 삶 역시 ‘레디메이드 인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불 보듯 자명할 밖에. 배추나 고추를 대형마트에서만 보게 하지 말고 밭에서 보게 하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거꾸로 수업 역시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는 말이다. 뿌리부터 살펴 과정 과정에 ‘일손’을 넣어보자는 말이다. 직접 경험을 하게 함으로서 소중함을 일깨우고, 농부의 마음을 읽어 결과물을 가볍게 대하지 않게 하자는 뜻이다. 흔히 ‘나은 정, 기른 정’ 운운한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낳은 결과(10개월)가 중요하겠지만 기르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10개월이 아닌, 10년 이상이니 어찌 비교가 될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기르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 문제인 것과 다를 바 없다.

7월에 가르칠 것(예를 들어, 수확기의 결과물 ‘붉은 고추’)을 염두에 둔다면 4월에 고추 모종이 있음을 미리 안내하고 5~6월에는 고추가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게 해야 한다. 교사가 미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기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수행과정평가를 안내해야 하는 이치와 닮았다. 그리고 나아가 그 고추가 어떤 음식의 양념으로 쓰이는지도 경험하게 해야 한다.

3월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미리 7월의 종점까지 가봐야 한다. 마치 내비게이션을 켜서 목적지까지 모의실험을 해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거꾸로 수업은 한 시간한 단원의 수업 디자인이 아니다. 한 학기 단위의 통 큰 접근법이다. 아이들에게 한 시간의 수업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는 좁은 시각에서는 거꾸로 수업은 성공할 수 없다. 교사의 삶은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 선수와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이다.

거꾸로 수업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먼저 자기 수업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앞서야 한다. 수업을 하는 한 시간 한 시간을 ‘살리겠다’는 마음이 앞장을 서야 한다. ‘죽음’의 거꾸로는 ‘삶’이다. 헤어짐의 거꾸로는 만남이다. 가르침의 거꾸로는 배움이다. 앞의 거꾸로는 뒤다. 시작의 거꾸로 역시 끝이다. ‘거꾸로 수업’의 열풍이야말로 현재의 교육이 ‘끝’에 다다랐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KBS 방송화면 캡처

‘거꾸로 교실’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수업을 살리는 일’이다.

5년 된 교사의 거꾸로는 ‘초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경력이 쌓인 교사의 거꾸로는 ‘열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장의 거꾸로는 ‘교사의 마음’이 되어보는 것이다. 수업 시간의 거꾸로 역시 쉬는 시간이고, ‘조용히’의 거꾸로는 ‘떠들어’이고, ‘잘 들어’의 거꾸로 또한 ‘말해 봐’이다. 1등의 거꾸로가 ‘꼴등’이라면, 혼자의 거꾸로는 ‘여럿’이고, 답변의 거꾸로는 ‘질문’이 아닌가.

한번 바꾸어볼 필요는 있다. 가구 위치를 바꾸면 새롭기도 하거니와 묶은 때 씻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방학 때면 교사의 입장에서 벗어나 학생의 위치로 돌아가서 배움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르침에 숙달된 교사가 배움에는 가장 약하다는 말을 이제는 듣지 않아야 한다.

7:3의 비율인 ‘지필평가 : 수행평가’를 3:7로 바꾸는 작은 몸부림으로도 큰 변화를 꾀할 수 있다. 타율학습의 감독(조용히)을 자율학습인 토론(하브루타 학습) 공간으로 탈바꿈해 주면 그 안에서 점진적으로 살아있는 학습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나같이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 스스로 정화하거나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거꾸로!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이는 ‘그 것, 그 생각, 그 태도, 그 관점, 그 방식’을 거꾸로 해보자. 그러면, 정말 힘들까요. 아니면 ‘어?’ 하면서 ‘가능성이 보이네!’ 할까요. 거꾸로 수업은 결코 어떤 기능(방법)의 적용은 아니다.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거꾸로 교실’이 오로지 ‘미리 디딤 영상 5분여 동영상을 교사가 만들어 제공하고 이를 아이들에게 시청하게 하는, 그래서 본시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흥미와 관심을 가질 것’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 방식은 한 마디로 말하면, ‘예습하면 수업받기 좋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리 알고 오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얼마나 편할 노릇인가. 그런데 이 방식이 과연 교육을 제대로 살리는 길일지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답은 하나다. 선행을 학원에서 하든, 교사가 미리 일부의 자료를 편집해서 제공하든, 이어 수업 시간에 확인하는 절차를 갖던 간에 궁극적인 목표는 ‘알고 있음’이 아니라 스스로 어떤 새로운 상황에 놓일 때, ‘할 수 있음’으로 답을 해야 한다. 그 능력을 길러내는 것이 바로 교육의 최종이다. 물론 이 안에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배우는 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음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임광찬 전남 영흥고등학교 수석교사

서혜정 기자 alfim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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