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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출신 北인권 운동가 “영원한 독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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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출신 北인권 운동가 “영원한 독재 없어”
  • 데일리NK=KNS뉴스통신
  • 승인 2016.08.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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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스칼라튜 美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北 변화 주체 주민에 외부정보줘야”

[데일리NK=KNS뉴스통신]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한(恨)이 맺혔다고 할까. 당시 루마니아의 독재자였던 차우셰스쿠(Ceausescu) 독재체제를 바꿔놓을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당시 루마니아와 너무나도 비슷한 체제인 북한을 보면서, 그곳에서 고생하고 있을 주민들을 위해서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20년 가까이 헌신케 한 원천은 ‘한(恨)’이었다. 고국인 루마니아의 주민들이 차우셰스쿠(Ceausescu) 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체제 변화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 젊은 날의 그에겐 일종의 부채(負債)였다.

루마니아의 독재체제가 몰락한 이후 최초의 국비유학생으로 우연히 오게 된 대한민국은 북한체제·북한인권을 접하게 되면서 또 다른 고향이 됐다. 북한이 루마니아와 너무나도 같다는 것을 알아가고 자신이 경험했던 이상의 억압이 북한 주민들에게 가해지고 있다는 점은 스칼라튜 총장이 북한인권운동가의 삶을 선택한 계기였다. 그는 최근 진행된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아마도 루마니아에서 차우셰스쿠 정권이 유지되고 또한 제2의 권력세습까지 이뤄졌으면 루마니아는 북한과 이 세상에서 가장 비슷한 나라가 됐을 것”이라면서 두 사회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차우셰스쿠는 민족적 공산주의와 신 스탈린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 1964~1989년 사이 25년간을 루마니아의 전제적 지배자로 군림했다. 특히 김정은이 ‘김일성 따라하기’를 통해 체제공고화를 도모했던 것처럼, 40년 전 차우셰스쿠는 김일성을 따라하며 루마니아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 1971년 북한을 방문하고 온 차우셰스쿠가 북한식 주체사상, 독재자에 대한 신격화를 루마니아에도 적용한 것이다. 개인숭배정책을 통치의 전면에 내세운 차우셰스쿠는 자신의 생일은 물론 그의 부인 엘레나의 생일까지도 국경일로 지정했다. 권력은 이들에게 독점되어 있었고, 법적 절차는 제도가 부재하거나 결핍됐다.

공고할 것만 같았던 차우셰스쿠 체제가 위기를 맞은 것은 1980년대 말, 루마니아를 포함한 공산권 국가들이 경험했던 경제적 위기 때문이었다. 불만이 폭증한 루마니아 민중은 ‘차우셰스쿠 물러나라’는 구호와 함께 공격적인 시위를 전개했고, 수천 명이 사살되는 피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증오하던 억압적인 독재 정권을 타도하게 된다. 차우셰스쿠는 이에 놀라 피신하다가 체포됐고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날에 총살 처형됐다.

스칼라튜 총장은 30여 년간 차우셰스쿠의 독재체제를 지탱한 것은 비밀경찰 ‘세쿠리타테’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론 1만 400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비공식적으로 그 숫자를 가늠할 수조차 없이 많았던 비밀경찰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도청·사찰을 통해 차우셰스쿠의 독재체제를 보위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독재체제를 “어둡고 위험하고 미래·희망도 보이지 않는 사회였다”면서 “남을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내게)밀고자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남을 절대로 믿지 마라. 그리고 특히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믿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런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는가”라고 반문하며 독재체제의 참상을 폭로했다.

“영원한 독재 없어…北 변화 주체 주민들에게 외부세계가 정보 유입해야”

그는 독재정권이 감시·폭력을 통해 주민들을 억압할 지라도 “영원한 독재체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북한 역시 변화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가 주민들의 힘으로 차우셰스쿠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렸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주민들이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고 결국에는 김씨 일가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북한 주민들”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에서 힘과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알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 방법으로 외부정보 유입을 꼽았다. 그는 “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하고 있던 루마니아 주민들도 미국의소리(VOA)방송, 자유유럽방송과 같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의식이 생겼다”면서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차단되어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라디오 방송, USB 등을 통해 정보를 유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칼라튜 총장은 “북한 사회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억압적 사회분위기·가혹한 통제·처벌·감시 때문에, 사회통합 정도가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동인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진실을 알게 되고 각성하게 된다면 북한 사회도 변화할 수 있고, 이는 사회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 또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독재체제에서 살게 되면 이러한 체제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루마니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영원히 유지되는 독재체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정아 국민통일방송 아나운서와 진행된 이번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의 대담은 최근 국민통일방송 단파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북한으로 송출됐다.


= 본 기사는 데일리NK와 교류된 기사입니다. 저작권과 책임은 데일리NK에 있습니다.

데일리NK=KNS뉴스통신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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