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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회 "PD수첩 '광우병' 정정보도, 정권에 사과한 것인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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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회 "PD수첩 '광우병' 정정보도, 정권에 사과한 것인가” 반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09.08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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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지난 2일 미국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제작진에 대해 무죄판결을 확정했으나 일부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MBC(문화방송)가 뉴스데스크와 일간지 광고를 통해 사과하자 기자들이 반발했다.

먼저 MBC 뉴스데스크는 PD수첩 판결에 대해 지난 5일 사고(社告)를 통해 “MBC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실보도를 해야 할 언론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PD수첩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MBC는 그러면서 “더욱 겸손한 태도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뿐만 아니라, MBC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논란과 광우병이 전 국민의 주요 관심사였던 시점에 문화방송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며 “당시 문화방송의 잘못된 정보가 국민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해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사과를 표명했다.

그러자 MBC 기자회는 자사의 사과방송에 대해 8일 밤 ‘누구한테 사과한 것인가? 시청자인가, 정권인가?’라는 제목으로 긴급성명을 발표하며 강력 반발했다.

기자회는 “‘다시는 MBC 보지 않겠습니다’, ‘MBC뉴스 애청자였던 제가 정말 창피합니다’, ‘수십 년 쌓은 성도 관리 책임자 하나 잘못 들이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뉴스데스크에서 ‘PD 수첩’ 판결에 대한 사고(社告)와 관련 리포트가 나간 뒤 연일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라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이어 “MBC는 이번 사고(社告)를 통해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PD수첩 판결은 유죄가 아닌 무죄 판결이다. 대법원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감시와 비판을 인정한 게 핵심인데도, 이는 외면한 채 ‘석고대죄’하는데 급급했다”고 MBC를 질타했다.

기자회는 “물론 사실(fact)을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이 무죄가 나왔다고 해서 보도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사소한 실수이니 용납될 수 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확한 보도를 위한 다짐과 왜곡된 자아비판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자들도 당혹스럽다. 뉴스데스크 첫 머리에 사고(社告)에 그치지 않고 리포트까지 2꼭지 내보낸다는 계획은 보도국 편집회의의 정상적인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토론이 생략된 채 오후 늦게 큐시트에 추가됐을 뿐 부장들도 내용을 몰랐다. ‘확실하게 매듭짓자. 이왕 사과할 거면 확실하게 털고 가자’는 경영진과 보도국장의 입장만 확고했고, 이런 ‘과잉 보도’는 MBC를 아끼는 시청자들을 ‘확실하게 털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는 “MBC는 침묵했다. 민사법정에서나 다퉈볼 사안을 무리하게 검찰권을 동원해 언론의 비판을 잠재우려한 정부나, 수갑 찬 모습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체포와 구금으로 몰아붙인 검찰의 폭압적 태도에 입을 닫았다”며 “반면 판결의 정확한 취지와 보도 내용 사이의 구별점을 가려내는 최소한의 노력을 저버림으로써 공정한 자세로 우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개탄했다.

또 “경영진은 PD수첩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촛불 정국’의 책임까지 지려했다”며 “그러나 오늘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 전문에도 적시됐듯이 ‘촛불 시위는 이명박 정부의 정국 운영에 전반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는 “그렇다면 MBC의 이번 사과에 누가 흡족해 할 것인가? PD수첩을 ‘사회적 흉기, 음주운전’이라고 빗대던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광우병 보도는 정부의 명줄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했던 한나라당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묻는다. MBC 경영진은 누구에게 사과한 것인가? 시청자인가, 정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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