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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이 남긴 것] 한국육상 초라한 성적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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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이 남긴 것] 한국육상 초라한 성적표, 과제는?
  • 이희원 기자
  • 승인 2011.09.06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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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이희원 기자] 세계육상 별들의 잔치인 ‘제13회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달구벌에 모인 202개국 선수들을 하나로 뭉친 9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지난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9일간의 대구여정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당초 개최국인 한국은 10종목에서 10명의 결선진출자를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10-10’플랜을 내세웠다.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지만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종목에서 10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을 따낸 바 있어 육상의 불모지라는 이름표를 어느 정도 떼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고나니 한국육상의 성적은 너무도 초라했다. 지난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임에도 단 1라운드 예선통과 문턱에서 좌절하기 일쑤였다. 몇몇 종목에선 한국新기록을 달성했다는 낭보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예선 탈락’, ‘결승진출 실패’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쉬운 경기도 많았다. 멀리뛰기 예선에서 8.02m의 기록으로 12명이 겨루는 결선 오르며 기대감을 높인 김덕현은 세단뛰기 예선에서 발목 부상으로 기권하며 멀리뛰기 결승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여호수아(인천시청)-조규원(구미시청)-김국영(안양시청)-임희남(광주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400m 계주 역시 38초94의 한국新기록 달성 위업에도 조 5위로 그치며 결승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황영조-이봉주로 이어지는 한국 마라톤은 황금기가 무색할 만큼 출전한 5명의 선수 전원이 20위권 입성에 실패, 추락한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고 그나마 남자 경보 20km에 나선 김현석과 경보 50km에 나선 박칠성이 각각 6위와 7위에 올라 떨어진 자존심을 세웠다.

단 공식메달 집계에서는 제외되는 남자 T53 휠체어 400m에 출전한 유병훈과 정동호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은메달과 동메달을 한국에 안겨, 태극마크의 자존심을 지켰고 ‘5개의 한국기록달성(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 남자 경보 50km의 박칠성, 남자 400m계주와 1600m계주, 남자 10종경기의 김건우)’이 이번 대회에 유일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개최국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안은 한국은 지난 1995년 스웨덴의 예테보리대회와 2001년 캐나다의 에드먼튼대회에 이은 역대 3번 째 국가의 불명예를 낳았다.

이번 대구육상을 통해 한국은 다시한번 세계 육상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육상의 불모지임을 깨달았다. 오히려 퇴보해버린 한국의 초라한 성적표는 주변국인 아시아권 중국(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과 일본(금메달 1개)의 메달소식에 씁쓸함을 더했다.

경기의 피날레가 오르고 난 후 연일 화제를 불러온 ‘데일리 프로그램저주’와 200m 세계신기록 달성 위업을 만들어낸 ‘인간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여기에 세계육상강국의 면모를 증명한 1위 미국 등의 명승부로 세계육상의 화두로 떠올랐다. 반면 개최지로서 한국 육상의 초라한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린 한국은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체계적인 장기 육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깨달은 기회가 되었다.

경기 직전까지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대한육상연맹은 허울좋게 포장된 ‘10-10 플랜’만을 앞세워 한국대표팀의 경기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시스템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급할 것은 없다. 불모지라면 개척하면 되는 것, 단기적인 조련으로 눈앞에 경기에 나설 게 아니라 차세대 선수 발굴과 지원을 통한 장단기 플랜을 세워야한다. 이번 세계선수권 개최로 육상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이 고조된 지금,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변화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임에는 틀림없다.

이희원 기자 kate@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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