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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식물방역과 검역체계의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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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식물방역과 검역체계의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16.04.25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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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1월 전북 김제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전북과 충남지역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약 1만6000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문제는 구제역이 북상해 수도권을 덮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축이 도살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3월25일에는 경기 이천의 오리농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1만마리 이상이 매몰되기도 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은 발생한 농가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준다. 또한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매몰비용 등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축산물 생산과 연관된 전후방 관련 산업에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소독을 위한 교통체증과 이동제한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민·관·군의 인력동원으로 생기는 행정공백 발생 등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매년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정부 당국에 진정 묻고 싶다. 그동안 수없이 가축방역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 그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 가축질병과 식물병해충이 없는 청정 대한민국이라는 목표가 현 상태의 방역체계와 인적·물적 기반으로달성 가능한가. 사건이 터졌을 때만 호들갑을 떨었지 실제 방역체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왔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과 식물병해충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인력·장비·예산을 획기적으로 늘일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과 당위성만 무성했을 뿐 현실화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식물방역은 대표적인 공공재로서 이해집단과 지역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투자의 성과가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난리법석을 떨다가도 사건이 종료되면 국회의원들마저 자신의 지역구 개발예산보다 챙겨주지 않는 분야이다.

국경검역에 있어서도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견줘 갈 길이 멀다. 농축산물 수입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외래병해충·병원균 유입 방지와 증가하는 검역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취약한 검역기반으로 수입 농축산물의 철저한 위생검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외래병해충과 병원균 유입 증가로 농업부문에 대한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방역·방제를 위한 막대한 재정지출, 농업자원 및 환경자원 훼손,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농식품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다. 아울러 수출국들의 검역완화 요구에 과학적·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통상마찰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수출국들의 자국산 농축산물의 이른 수입허용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원활화에 초점을 두고 지속적으로 동식물검역과 위생조치에 대한 국제규범의 명확화와 이에 근거한 이행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미국 주도로 12개국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WTO협정보다 강화된 형태로 동식물검역과 위생조치 마련에 합의했다. 이런 동식물검역과 위생조치에 대한 국제적인 규율 강화 움직임은 대규모 농축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향후 동식물검역제도 운영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관세보다는 동식물검역조치가 농업보호 효과로 크게 나타나고 있는 우리 농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방역과 국경검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동식물방역과 검역조치를 사전에 철저히 해나간다면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무엇보다 현재의 동식물방역과 검역체계의 점검을 통해 최대한 빨리 호주나 미국 같은 선진국 수준의 예산·장비·인력 등의 기반 확충 노력이 요구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jeongb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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