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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흙수저 금수저’ 수저계급론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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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흙수저 금수저’ 수저계급론의 그늘
  • 최충웅 편집인
  • 승인 2016.01.2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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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편집인

[KNS뉴스통신=최충웅 편집인] 지난해는 전래동화에나 나올법한 ‘흙수저 금수저’ 수저 계급론이 우리사회를 풍미했다. 젊은 세대의 신조어(新造語) 조사에서 '흙수저·금수저'가 1위고, ‘헬조선(한국이 지옥에 가까운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 2위였다. 조사대상이 만 19세에서 30세 미만 청년 989명으로 대입수험생(48.7%)과 대학생(45.9%) 중심이었다. 치열한 입시와 취업난으로 개인별 노력 능력과는 별개로 부모의 경제적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불평등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수저론'은 계층론이다. 불확실한 미래의 높은 벽 앞에서 고달픈 청춘의 좌절과 억울함의 분출이 2015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강타한 것이다. 신조어 ‘노오력’(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노력하라는 조언이나 충고 등을 비꼬는 말)도 인기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땅콩회항사건'서부터 국회의원의 보좌관 급여 떼먹기 로스쿨자녀 졸업·취업압력 갑(甲)질로 ‘현대판 음서제(蔭敍制)’ 논란, 한 식품회사 명예회장의 운전사 폭행사건, 백화점 판매원 무릎꿇린 '갑질모녀' 처럼 갑을관계 사건이 불거질수록 젊은이들의 울분이 분출되고 ‘흙수저 금수저’ 풍자가 증폭된 것이다.

유행 신조어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각박한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 수저계급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통계청 조사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흙수저’도 노력하면 본인세대에서 계층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21.8%, “낮다”는 62.2%로 압도적이었다. 뭇 서민층의 선망이던 “개천에서 용났다”는 속담은 ‘수저 계급론’의 그늘에 가려졌다.

한창 재기발랄할 성장기에 수능 입시에 짓눌리고, 바늘구멍 취업에 찌든 이들에겐 미래에 대한 진정한 선택의 자유가 박탈당해 왔다. 벽돌을 찍어내듯 획일적 교육제도 속에 갇혀 기성세대와는 소통이 단절된 채, 익숙한 모바일 세상 SNS 늪에 빠져 ‘수저 계급론’이나 ‘헬조선’ 같은 담론에 함몰된 것이다.

신조어 이면에는 미래를 조망해보는 의식이나 진지한 고민이 없다.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다보니 삶의 가치나 비전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상대적 열등의식, 자포자기에 빠진 젊은이들은 도전정신과 역동성마저 상실해 가는 것이다. 수저론에 빠진 청소년들이 희망이 없이 패배적이고 냉소적인 의식으로 사회에 진출하면 사회발전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을 흙수저로 비관하면서 자발적 노예가 되는 것이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자살률 1위에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흙수저는 돈의 유무로 사람을 계급화 하는 부정적인 면에서 상대방을 비꼬고 저주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자조(自嘲)적 의미의 풍자이다. 자포자기 심정에서 사회를 냉소적으로 보는 것이다. 헬조선에는 웬만한 노력으로는 수저 색깔을 바꾸기 힘들다는 체념이 담겼다. 계층의 고착화로 신분 상승이 어려운 사회 구조로 위축되면서 ‘수저론’이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좌절감과 무기력한 패배주의는 대한민국의 적신호이다. 게다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새로운 사회적 위기에 당면해 있다. 이런 현상은 기성세대에 큰 책임이 있다. 청년세대에 대놓고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된다고 다그치는 것은 도움도 위로도 안 된다. 수저계급론의 본질을 파악해서 해결의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치계, 기성세대가 나서야 한다. 불신사회 시스템을 걷어내야 한다.

“임자 해 봤어!”로 현대그룹 신화를 이룬 고 정주영 회장도 초등중퇴에 흙수저의 표상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흙수저 입양아로 대학 중퇴자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항상 갈구하고, 도전하라”로 시작되는 그의 유명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연설은 진한 여운을 준다.

“나는 흙수저라 좋다” ‘흙수저 자성론’을 외친 어느 대학생 글이 감동을 준다. “나는 흙수저란 말이 싫다. 부모님이 그 단어를 알게 될까봐 죄송하다. 나는 부모님에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그래서 감사하다. 가진 것 쥐뿔도 없지만 덤벼라 세상아! 외치며 호기를 부리는 게 젊음이다. 불평등한 세상에 무릎 꿇지 않아야 청춘이다.”

2016년 새해는 좌절과 분노를 강력한 도전의 에너지로 전환하자. 남의 탓,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삶의 의미를 포기하는 것이다. 올 한해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신조어가 쏟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필자소개

= 최 충 웅(崔 忠 雄) =

언론학 박사

(현) 고려대 국가정책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YTN 매체비평 출연
경남대 석좌교수

(전) KBS 예능국장, 총국장, 편성실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장

최충웅 편집인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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