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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런 국회의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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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런 국회의원도 있었다
  • 최원일 편집국장
  • 승인 2015.12.28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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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일 편집국장
친지 중에 국회의원을 지낸 분이 있다. 이 분은 딱 한번 의원생활을 하고 두 번째는 출마를 포기했다. 사석에서 남들은 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의원되기를 왜 포기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의외로 쉽게 나왔다. 가족들 반대가 너무 심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만두기로 했다는 대답이었다.

그분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원래 대학졸업 후 정당에 공채직원으로 들어갔다. 20여년 정당사무직으로 일하면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렀다. 총선, 대선 등 회수가 늘다보니 풍부한 경험이 쌓여 나름대로 선거 전략의 전문가라는 평판을 얻었다.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투표 2~3일전에 해당지역을 한 바퀴 돌면서 민심을 살펴보면 당락은 물론 득표율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선거전문가로 당에 도움을 주고 연륜도 쌓여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가 됐고 꿈에 그리던 배지를 꿰어 찼다. 독실한 신자인 그는 매일아침 다짐했다. 절대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말자. 공인으로서 부끄럽지 않는 행동을 하자. 정치신의를 지키자. 이런 약속을 스스로 지키도록 노력하며 의원생활 4년간 비례 초선답지 않게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주변의 평가도 좋아 차기에는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를 맡을 기대도 커졌다.

헌데 일이 꼬일려 그랬는지 정당생활 초기부터 자신을 잘 이끌어 주던 어르신의 신상에 변화가 왔다. 정치인으로서 색깔을 바꾸든지 아니면 불이익을 감수하든지 택일해야할 처지가 됐다. 진로문제와 함께 다음선거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런 과정에서 가족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봤다.

당시 지역구에 출마하려면 아무리 줄인다 해도 20억은 써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설 때였다. 먼저 부인이 선거비용의 절반을 내놓는다면 출마를 하든 안하던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낙선하더라도 그 돈이면 당분간 생활에 지장은 없을 테니 알아서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며느리는 물론 대학생 딸도 한번 하셨으면 됐지 엄청난 모험을 걸 필요가 있느냐면서 극구 반대했다.

동원가능한 자금줄, 인력문제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냉정하게 당락을 판단해 봤다. 얻은 결론은 2등은 충분할 것 같은데 1등은 아무래도 변수가 많아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서지 않았다. 결국 출마를 포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처음엔 갈등이 따랐으나 차츰 안정을 찾았다. 우선 상사에 대한 정치신의를 저버리지 않게 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무엇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참모들과 선거운동 할 분 들 수고를 덜게 됐다. 자신도 고생 실컷 하고 돈 버리고 몸 상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식구들도 낙선후유증을 피하게 돼 너무 좋아하더라고 했다. 일거삼득, 아니 사득이 된 셈이다. 자신도 더 정치에 미련 갖지 않고 마음을 비우니 되레 일도 잘 풀렸다고 한다. 정치를 떠난 후 상당한 위치의 공직생활을 한참 더 할 기회가 주어져 대단히 만족하게 정년을 맞을 수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따랐다.

내년 4월에 20대 국회의원을 뽑는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보니 자연스레 기억에 살아 있는 어느 멋쟁이 전직 국회의원이 생각나 그분 얘기를 장황하게 해봤다. 새해가 불과 며칠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예비후보자들은 후보등록을 하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내가 사는 경기도 지역에는 벌써 여야해서 열 명 가까운 분들이 예비등록을 했다는 지역신문 보도가 있었다.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분은 말할 것 없이 다시 또 나온다. 과거에 시의원이나 도의원 했던 분, 재작년 시장에 나섰다가 고배를 든 분도 끼어 있다. 거기다가 또 다른 정치지망생들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선거 때마다 펼쳐지는 비슷비슷한 양상이 다시 되풀이 된다. 국회의원이 되려고 출사표한 분들은 다들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원대한 꿈은 물론이고 어려운 서민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지역발전을 위해 한 몸 던지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런데 당선 돼 의원이 되고나면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하는 행동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들 똑똑하고 소신이 뚜렷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한데 집단화 되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자주 한다. 이제 임기가 마무리 되는 18대 국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차라리 없는 게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이 많은 국민들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오는 판국이다. 설마 진짜로 국회가 없기를 바라겠느냐만 하는 짓들이 너무나 실망스럽기에 하는 말이다.

친구들과 만나 소주한잔 하다보면 으레 나오는 소리가 도대체 국회는 뭐하는 곳이냐는 핀잔이 쏟아진다. 특히 요즘같이 여야 할 것 없이 민생은 아랑곳없이 발목잡기만하거나, 자기들끼리 다투거나, 자기정파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판국에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발 해 넘기지 말고 국익이나 민생관련 경제법안 좀 챙겨달라고 아우성을 칠까?

이런 국회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욕을 먹는데도 그 자리를 기필코 차지하겠다고 기를 쓰는 분들이 많은걸 보면 역시 의원님이 좋은 자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선거를 치르거나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앞서 말한 그 친지 국회의원이 생각난다. 4년간 의원생활을 경험했는데도 미련 없이 가족들 의견을 받아들여 흙탕물속에 다시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그 멋진 분 말이다.

과거 우리 국회에는 사리사욕 안채우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서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기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듣고 있다. 내년 4월에 들어설 20대국회에는 이런 분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원일 KNS뉴스통신 편집국장
<주요경력>
(전) 매일경제 증권부장, 편집부국장, 전산제작국장
(전)일간투데이 편집국장, 논설위원, 논설실장

최원일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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