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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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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 이홍규 / 한믿음협동체 운영자
  • 승인 2011.08.26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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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많은 비 때문에 경향각지(京鄕各地)에서 많은 이재민이 속출하고 참담한 고통을 감당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분들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봉사단체 회원들과 전북의 정읍에 갔다. 비는 그쳤지만 물 폭탄을 맞은 산외면 노은마을 주택가와 농경지는 처참하게 초토화 되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 그 자체였다.

회원들과 함께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진흙 속에 파묻힌 가재도구를 꺼내 일일이 물로 씻었으나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아 거의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오래된 농촌의 목조건물에서 홀로 생활하시다 참변을 당한 할머니는 회원들의 손을 잡으시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햇빛이 비치지 않고 흐린 날씨이자만 습기가 많고 온도가 높아서, 분주히 일하는 회원들의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를 자루에 담아 큰 트럭에 실었다. 우리가 작업하는 맞은편 에는 군 장병들과 다른 봉사단체 회원들이 분주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복구 작업을 정신없이 하다보니 갈증이 나서 준비해온 생수를 마시고, 옆에서 일하는 장병에게 물을 권하고,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어려운 이재민을 돕는 일을 하니 보람을 느낀다”는 대답을 했다. 신성한 국방의무를 수행하면서 수해복구 작업에 열심히 임하는 젊은 후배의 모습이 무척 듬직해 보였다.

한참 푸르던 들판은 진흙 속에 파묻혀 풍성한 가을수확의 희망은 날아가 버리고 긴 한숨이 흐르고 있었다. 굴삭기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논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자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진 벼의 모습이 나타났다. 논 주인은 쓰러진 벼를 움켜잡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먼 산을 바라보며 슬픔을 감추려 애를 썼다. 그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가꾸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것을 빼앗아간 물 폭탄이 원망스럽다고 긴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어느덧 해는 서산마루를 넘어가고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땅에 내려 앉아, 작업을 중단하고 땀에 젖은 몸을 시냇물에 담갔다. 차가운 물속에 더워진 열기를 식히니 하루의 노곤함이 사르르 풀렸다. 땀흘려 일한 뒤에 느끼는 기쁨은 세상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회원들은 작업을 마무리 하고, 주민들께 ‘용기 잃지 마세요“라는 격려의 말과 함께 성금을 전하고 작별의 인사와 함께 승합차에 올라 깊은 어둠을 밝히며 마을을 떠나왔다. 차가 마을을 벗어나 멀어질 때 까지 손을 흔들며 주민들은 우리 일행을 배웅했다.

차를 타고 오면서 회원들은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고, 비록 하루의 짭은 시간 이지만 수재민들과 함께 복구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한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膾炙)되는 말 가운데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혼자만의 행복추구가 아닌 이웃과의 나눔과 배려가 큰 행복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다. 그래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같이의 가치’라는 이미지 광고가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되는 것 같다.

아프리카 속담에 ‘빠르게 가려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인생길을 걸어가면서 지치고 힘든 이웃의 짐을 함께 지고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간다면 정말로 행복한 길이 될 것이다. 봉사활동이 주는 보람과 기쁨을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으면, 봉사단체 회원들과 함께 달려가 사랑을 지속적으로 나누고자 한다. 봉사와 나눔은 결코 힘든 일이 아니라 관심과 작은 배려가 있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이홍규 / 한믿음협동체 운영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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