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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뮤지컬 “여리고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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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뭐볼까?] 뮤지컬 “여리고의 봄”
  • 윤준식 기자
  • 승인 2015.10.23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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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종교개혁 주간에 기독교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예수의 마지막 여행길에서 마주친 평범남 삭개오의 이야기

▲ 평범남 삭개오를 주인공으로 한 기독교 뮤지컬 "여리고의 봄" <사진=뉴와인엔터테인먼트 제공>

[KNS뉴스통신=윤준식 기자] 1517년 10월 31일, 신학을 공부하던 마틴 루터는 당시 유럽의 주류종교였던 천주교가 성당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면죄부를 판매하는 등 종교의 부정부패와 타락에 대한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다. 이 사건은 500여년전 유럽을 뒤흔드는 종교개혁으로 확산되었고 르네상스와 더불어 현재의 유럽을 존재하게 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기독교로 통칭하는 개신교(프로테스탄트, Protestant)의 전통은 종교개혁을 통해 확립되었으며 이날을 기념하고 종교개혁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10월 마지막주를 종교개혁주간으로 정해 지켜오고 있다. 오늘은 종교개혁의 정신이 담긴 공연을 소개한다.

뮤지컬 “여리고의 봄”은 신약성경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의 마지막 행적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이다. 십자가 형을 받기 직전 예루살렘을 앞둔 예수는 인접도시인 ‘여리고’를 방문하게 된다.

누가복음서에는 여리고라는 도시에서 세금징수원이라는 직업을 가졌던 삭개오라는 남자가 예수를 만나기 위해 뽕나무에 올라갔고 예수는 그런 삭개오에게 “오늘 삭개오의 집에 머물겠다”며 나무에서 내려오라는 말 한마디를 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나무에서 내려온 삭개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재산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다면 네 배로 갚아주겠다”고 다짐하는데 기록은 여기에서 그치고 있다.

뮤지컬 “여리고의 봄”은 예수와 ‘여리고’라는 도시의 개연성을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신약성경의 기록은 예수가 여리고에서 ‘바디매오’라는 맹인의 눈을 뜨게하는 기적을 행했다고 전하는 한편, 예수가 말했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도 여리고라는 도시가 등장하는 점 등을 절묘하게 잡아내 극 속에서 함께 이야기한다.

로마를 위해 세금을 징수하기에 유대인들로부터 죄인 취급받는 삭개오, 몸에 장애가 있는 것도 율법에 따르면 죄 때문이라고 하여 멸시받는 맹인 바디매오, 혼혈민족인 탓에 유대인들로부터 멸시받던 사마리아 여인 마리아, 고아소녀 뵈뵈의 설정 외에도 부자청년, 율법학자, 성전상인을 등장시키며 종교의 권력화, 이데올로기화, 상업화에 대해 유쾌한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경고하고 있다.

▲ 뮤지컬 "여리고의 봄"- 맹인 바디매오 <사진=뉴와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편으로는 성서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는 물론 사회적 물의를 빚는 종교단체와 종교지도자들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이 뮤지컬의 특징 중 하나는 평범남인 삭개오가 전체적인 극의 내용을 끌어가며 예수는 조연으로 잠깐씩만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독교극이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나 영웅의 면모를 가진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대비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삭개오의 개심이 더 크게 조명되며 현대적인 종교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아주 심플한 무대도 특징이다. 장면 중간중간 배우들이 작은 큐브들을 이동시키며 무대에 변화를 주면서 모던한 감각을 유지한다. 또한 섬세한 음향오퍼레이션을 통해 무대의 빈틈을 메우고 있어 객석의 관객은 전혀 허전함을 느낄 수 없다. 또한 황금실 음악감독의 곡들은 다양한 변화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전개를 끌어내고 있는데 이번 작품이 뮤지컬 첫 도전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작품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뮤지컬 “여리고의 봄”에 등장하는 삭개오는 예수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참된 가치를 깨닫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을 나누기로 작정한다. 그 첫 번째 실천으로 재산을 나누고 이웃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종교가 추구해야하는 참된 가치는 무엇일까, 평범한 삶 속에서 그 가치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종교개혁의 의미와 함께 볼만한 좋은 작품이다.
 

윤준식 기자 newsnz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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