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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아르마니 슈트 40주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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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아르마니 슈트 40주년을 맞이하며
  • 조성진 편집국장
  • 승인 2015.07.25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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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바디 라인을 따라 흐르는 세련된 멋스러움이 강점…작은 키엔 부적합
유명 영화와 다수 스타 모델로 유명세 지속
품격있는 ‘장인정신’의 시장화 성공, 억만장자 패션 디자이너로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젊은 시절엔 명품을 ‘작품’으로 보단 ‘겉멋’으로 소비하려 했다. 그 많은 시계 명기가 있었음에도 ‘까르띠에’에 잠깐 애착을 가진 것도 ‘페라가모’ 지갑과 액세서리, 그리고 ‘크리스찬 디올’ 셔츠와 ‘아르마니’ 슈트에 집착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슈트를 처음 입었을 때 “만족”보다는 “뭐 이래”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편안한 착용감보다는 무언가 2% 부족한 인상이었는데, 그럼에도 몇 년 동안 블랙 컬러의 아르마니 슈트를 여러 벌 구매했다. 이 슈트가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가의 의류였음에도 내게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던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아르마니 슈트의 매력이자 최대 강점은 남성의 바디 라인을 따라 흐르는 세련된 멋스러움에 있다. 그런데 이 바디 라인은 일단 키가 뒷받침돼야 한다. 큰 키에 잘 빠진 체구야말로 아르마니 패션 라인이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한다. 반면 나처럼 단신인 경우 라인이 살아나지 않아 이 슈트의 특장점을 연출하기 쉽지 않다.

물론 아르마니는 “난 결코 모델을 위한 옷을 만들지 않는다. 고객이 내 패션 스타일에 맞추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의상을 통해 고객이 세련되게 부각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하드웨어(신체)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아르마니 남성 슈트 홍보대사나 아르마니 모델 또는 매니아로 잘 알려진 스타/명사들 중 단신인 경우를 찾긴 힘들다. 거의 대부분 일정 수준의 신장과 기본 골격을 갖춘 인물들이다.

아르마니 슈트 인기에 처음 불을 지핀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1980)에서 리처드 기어의 멋진 모습도 그의 존재감 큰 신체적 조건(180cm)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기 미드 ‘마이애미 바이스’(1984)에서 주인공 돈 존슨의 파트너로 나왔던 리코 팁스가 입은 아르마니 슈트와 타이도 마찬가지다. ‘오션스13’(2007)의 조지 클루니, ‘배트맨 다크 나이트’(2008)의 크리스천 베일도 그렇다.

대표적인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음악인 에릭 클랩튼은 빌보드 차트를 비롯한 전 세계 대중들의 폭발적 인기를 얻기 이전엔 야드버즈, 크림, 블라인드 페이스 등등 여러 락그룹에서 블루스 기타 연주자로 명성을 얻던 인물이다. 다시 말해 매니아스러운 장르의 일급 연주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음악 인생의 가치관과 철학이 바뀌며 오랫동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린 락커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를 위해 클랩튼은 92년 조르지오 아르마니에게 손길을 내밀고 아르마니는 누구보다 그의 변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후 아르마니는 절제된 쓰리버튼 슈트와 차분히 가라앉은 컬러의 재킷을 클랩튼에게 입혔고 이 지성미와 은은한 세련미는 현재까지도 에릭 클랩튼을 상징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마피아 명화 ‘언터처블’(1987)의 주인공인 케빈 코스트너와 숀 코너리 의상도 아르마니를 통해 당시의 클래식컬한 품격을 빛나게 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에서 90년대의 ‘파워 드레싱’을 재현하고자 했던 명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오랜 절친인 아르마니에게 슈트를 의뢰했다. 이렇게 해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아르마니 슈트를 입고 나와 영화에서 그 멋스러움을 더할 수 있었다.

2014년 9월엔 배우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결혼식에서 아르마니 턱시도를 입어 다시 한 번 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조지 클루니는 영화면 영화 옷이며 옷, 그 어떤 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는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다.

참고로 에릭 클랩튼과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너리,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신장은 각각 182, 185cm, 189cm, 183cm, 180cm다.

아르마니 브랜드는 1975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세르지오 갈레오티와 함께 이태리 밀라노에서 창업해 동년 9월 최초의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올해로 40년의 역사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40년 동안 아르마니 슈트는 전 세계 남성복 정장 패션의 진리처럼 되었다. 또한 짧다면 짧은 이 40년 동안 아르마니는 역사상 돈을 가장 많이 긁어모은 억만장자 패션 디자이너로 등재되었다. ‘장인’이라는 최고의 영예와 초고가 임에도 불황을 모르는 절대 강자로서의 판매력, 그리고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갖게 된 진정한 행운아인 것이다.

그러나 명품, 특히 옷과 같은 온몸을 감싸는 패션류 명품엔 절대적 기준이 통용될 수 없다. 무브먼트의 탁월한 성능으로 일오차를 모르는 기계식 명품 시계에서 찾을 수 있는 절대적 기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자동차, 시계, 안경, 패션, 향수 등등 온갖 명품에 오랫동안 천착해오며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이 세상에 완벽한 명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쉬지 않는 장인정신으로 완벽을 향해 그 오차를 계속 좁혀갈 뿐이다.

조성진 편집국장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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