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기가 혀끝을 지나 온 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맛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해년마다 증가하여, 이제는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차(茶)가 되었다.
한적한 농촌에 살면서, 원두커피를 마시며, 여유 있는 듯한 흉내를 내지만 왠지 어색하다. 아주 오래전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커피광고가 무척 인상적 이었다. 중년의 부부가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 하며 가을날 갈대숲을 걸어가며 해가 저무는 장면 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행복을 느끼고, 가을날의 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 했다. 글을 쓰는 작가와 커피 또한 잘 어울리기 때문에, 꼭 글을 쓸 때는 창가에 앉아, 은은한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글을 쓴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커피마시기 참 좋은 날이다. 이런 날에는 커피의 향기가 문밖으로 퍼져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커피마시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을 불어 넣어준다.
때마침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옆집에 사는 친한 선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옥수수를 수확하여 집으로 가던 길에 커피향이 은은히 풍겨 나와 발길이 저절로 옮겨져, 옥수수 한망을 들고 오셨다고 했다.
얼른 안으로 들어오시게 한 후, 뜨겁게 우려낸 커피를 큰 컵에 따라드리니, 향기를 맡은 후 한 모금 마셨다. “이렇게 좋은 커피를 그동안 혼자서만 마셨는가?” 라고 질문을 던지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국내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에 주문하여 오늘 도착 했습니다. 커피는 많이 있으니, 언제든지 오셔서 드세요”라고 화답했다.
선배와 마주 앉아 올해 농사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옥수수를 많이 심은 선배는, 도시의 소비자와 직거래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옥수수는 칠월에 많이 수확되어, 여름철 간식거리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말에는 읍내에서 지역농산물 장터가 열리기 때문에, 함께 판매하러 가자고 해서, 흔쾌히 허락을 했다.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에 대해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 농산물을 한 상자에 담는 ‘꾸러미’를 만들어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나눴다.
로컬푸드 운동에 대해 깊은 관심과 열정이 있는, 지역의 농업인들과 함께 모여서 이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 했다. 농산물의 소비형태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여, 이제는 생산자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선배는 돌아가고, 창밖엔 먹구름이 하늘을 가렸고, 빗줄기가 멈춰서 주변은 적막하다. 비가 오는 날 모처럼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냥 묻어 두기엔 너무나 아까워, 로컬푸드 운동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한다.
지역의 생산자들과 함께 모여서, 협의를 하려면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므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지역의 현황과 농업생산량 등 자료를 발췌하여, 추진계획서를 한참 작성하다보니, 어둠이 깊게 내려앉았다. 농촌이라는 공간에 생활하면서, 농업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농업을 지켜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홍규 편집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