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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콴유의 권위, 그리고 박근혜의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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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콴유의 권위, 그리고 박근혜의 신뢰
  • 서영석 바르게살기운동 부천시협의회장
  • 승인 2015.06.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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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석 바르게살기 부천시협의회장
[서영석 바르게살기 부천시협의회장]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고 했던가.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거쳐, 말레이시아연방에서 축출 당했던 말레이반도의 남쪽 끝 작은 어촌마을. 1959년 5월, 리콴유(李光耀)는 인구 200만, 1인당 국내총생산 미화 400 달러 남짓의 이 초라한 도시국가의 지도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인구 550만, 1인당 국내총생산 미화 6만 달러에 육박하는 아시아 최고의 강소국 싱가포르를 남기고 지난 3월 23일 타계했다. 그의 나이 만 91세, 30여년의 장기집권이 자연스레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리콴유의 30여년 국가지도자생활을 가능토록 만들었단 말인가? 권위다. 리콴유를 비판하는 혹자들은, 그의 권위를 싱가포르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위하하는 것으로 묘사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권위에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절제와 진정성이 있었다.

싱가포르항공 여객기에서, 1등석에 앉은 리콴유가 기내 간식서비스를 가장 마지막에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엘리트교육을 받은 리콴유의 자녀세대들이 싱가포르 국가요직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특권 없이 평생을 시계수리공으로 일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리콴유 그 자신부터 사심 없는 반 부패개혁을 시작했고 이해관계에 민감한 고위공직자들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함으로써 세계최고 수준의 청렴도를 현실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비위가 확인되면 단 하나의 예외 없이 일벌백계했다. 당연히 시장은 높은 자유도를 유지하면서 그 만큼의 공정성도 함께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태국 발 아시아 금융위기와 무관하게 1997년 당시 미화 2만 6천 달러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갑절 이상으로 끌어올려, 지금의 경제수준을 달성했다. 적어도 이 지표에 한해서는 싱가포르가 미국보다는 미화 1만 달러, 일본보다는 미화 2만 달러 정도가 높다. 2015년의 대한민국은, 싱가포르의 97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과 비교하여 다소 높은 미화 2만 8천 달러 정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과 싱가포르가 홍콩,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분류되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리콴유 그 자신도, 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싱가포르가 건재했던 이유를 반 부패개혁이 성공했기 때문이라 자평했다.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이다. 반 부패정책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굴복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절제와 진정성 있는 권위의 리더십으로 반 부패개혁에 성공하는 한편,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의 토대를 가꾼 리콴유의 정치역정이, 선진국진입, 자유주의 통일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고 있는가?

첫 번째,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가지도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국정과업의 본질에 매진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반 부패개혁이었고, 리콴유의 권위 밖의 것들, 다시 말해 전문성을 요하는 무역, 재정, 교육, 미래산업의 육성과 같은 국정과제들은 관료들이 소신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일임했다. 아시아 물류허브에서, 금융허브로, 또 교육허브에서 관광허브로, 이제는 의료허브로까지 빠른 속도로 국가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이다.

두 번째, 절제와 진정성 있는 권위에는 예외가 없었다는 점이다. 반 부패개혁을 위한 권위에는 리콴유 본인과 그들의 친인척도 예외가 없었으며, 오히려 부패조사국 관리들에게 국가위정자들에 대한 비위감찰을 장려한 바 있다. 1995년 리콴유의 부인과 아들이 부동산을 할인 취득했다는 사실까지도 비위감찰의 대상이 되었고, 판촉의 일환으로 일반대중에도 적용되는 할인매매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수사를 계속했다. 싱가포르 국민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 따위의 법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 이러한 위로부터의 혁명이, 리더와 국민을 자연히 닮아가게 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국민이 체감하는 규제의 양과 질은, 우리의 그것과 비교하기 어렵다. 금연위반 시 싱가포르화 천 달러, 지하철 내 가연성 연료를 소지한 경우 싱가포르화 5천 달러, 거리에서 침을 뱉는 경우 싱가포르화 5백 달러 등. 싱가포르화 1달러 당 한화 약 800원 정도의 환율이라 가정했을 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국민들의 규제부담은 생계와 직결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에 탈선을 일삼는 국민은 없다. 규제의 입법목적이 반테러, 안전, 환경과 같은 공익임을 국민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이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지난 3월 29일 리콴유의 국장에 참석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부패가 생명까지 앗아가게 만든다며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반 부패개혁이 국가생존의 문제라 강조했던 리콴유의 통찰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콴유에게 권위가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신뢰가 있다. 현재 당청 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조차 지난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만이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을 강조한 바 있다. 각종 비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박 대통령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적임자로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관건은 대통령이 부정부패척결이라는 과업을 차질 없이, 일관하여 완수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장애물이 없을 리 만무하다. 답보상태에 있는 공무원연금개혁, 의회만능주의에 빠진 국회법개정, 광우병괴담을 방불케 하는 메르스 파동은, 박근혜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의 동력을 소진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더불어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일관하여 피력한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난세의 2015년 대한민국이기에, 정권 후반기에 접어듦과 동시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박근혜 정부이기에, 대통령은 부정부패척결이라는 아젠다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반 부패개혁을 견인했던 리콴유의 권위가 좌파세력과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싱가포르를 지켜냈던 것처럼, 부정부패척결을 완수해 나가려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신뢰가 이념대립과 정쟁, 저 성장의 늪에서 표류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데 빛을 발해야 할 것이다.

= 본 기고문은 KNS뉴스통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

서영석 바르게살기운동 부천시협의회장 bspsy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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