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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뻥 뚫린 한국 상륙 ‘메르스’의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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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뻥 뚫린 한국 상륙 ‘메르스’의 경고장
  • 최충웅 편집인 사장
  • 승인 2015.06.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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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최충웅 편집인/사장] 불청객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한국상륙이 한달을 훌쩍 넘겼다. 중동에서 발병한 메르스는 치사율 40%로 알려져 왔다. 1호 환자는 중동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으나 중동 낙타는 공항검역을 무사히 통과했다. 전염병 전문가가 맡을 공항검역소장직을 보건복지부 관리들이 좀 쉬었다 가는 자리로 여겼는지 의문이다.
이제 당국은 감염정도가 진정세라지만, 잠복기 연장사례에 감염자 속출로 아직 속단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중동에 의료 수출을 하는 우리가 진원지에 이어 '발병국가 2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메르스 보다 더 무서운 게 불신 바이러스다. 정부의 정보독점이 불씨였다. 이미 SNS에 병원 리스트와 루머가 쫙 퍼졌는데, 정부는 이를 ‘괴담’으로만 치부했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공개했지만, 불신 바이러스 전파는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했다. 메르스 잠입시점에 총리대행,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외출장으로 부재중이었다. 대통령은 첫 확진 엿새 만에 주무장관의 대면보고를 받았다. 이렇게 ‘메르스’와의 전쟁은 콘트롤타워 부재에 초동작전 전략 실패로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이후에도 소 잃은 외양간 그대로 방치한 셈이다. 정부 초기대응 부실 책임 첫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감염이 번질 즈음 정치권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씨름 중이었다. 국회도 부랴부랴 대책 특위 구성했지만, 첫날부터 현장 책임자들 국회로 불러 7시간 동안 호통만 쳤다. 황금시간 낭비 통에 메르스 역병은 날개 달고 점령 영토를 넓혀갔다.

지금 대한민국은 격리 중이다. 외국항공 취항이 줄고 국제회의도 공연도 취소됐다. 대통령 방미 일정도 미뤘다. 언론들마저 호들갑이니 관광객이 뚝 끊겼다. 노골적으로 한국 여행을 통제하고 있다.

전염역귀 침투를 도운것도 ‘시민의식’이다. 검사시간 못 기다려 “바이러스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소란피워 택시로 줄행랑을 치고, 수퍼 전파자는 사흘동안 병원 곳곳을 돌아다녀 사고쳤다. 환자와 격리자들이 사실을 숨기고, 격리 통보에도 골프장엘 갔다. 회식 참석에 공중목욕탕까지 누볐다. 이처럼 ‘막 가는 시민의식’이 국가적 대형 사태로 키웠다. 병원·정부·시민이 다 뚫린 것이다.
일부 학교는 사투중인 의료진 자녀들 학교 보내지 말라며 ‘왕따’시키고, 서울시 의료원 진료부장은 "메르스 의심 환자는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환자와 격리자의 더 힘든 고통은 사회적 낙인이다. 메르스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불신과 공동체의식 실종이다.

국가적 위기사태 때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파렴치 정치인들이 나온다. 세월호 사태 때도 꼴볼견은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서울시장 마찰 갈등에 지금이 어떤 위기상황인데 일부 언론사마저 잠룡들의 대선 지지율을 펼쳐놓고 설왕설래들인가.

그래도 이 와중에 희망을 밝혀준 시민들이 있었다. ‘메르스 머슴’ 자청한 옥천군민, 최초발진 평택의 대학생들 예방 캠페인들이다. 전북 순창 장덕마을 주민 102명은 철창없는 감옥생활 잘 견뎌 감염자 없이 풀렸다. 주민의 협조, 헌신적인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공동체의식의 성공사례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투 중인 메르스 전사들에게 힘찬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땀으로 범벅되는 보호복 근무는 고통스런 중노동이다. 감염 위험을 무릅쓴 의료진의 사투는 눈물겹다. 귀가도 못하고 수면부족인 이들이야 말로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이다.

후진국형 전염병 침투로 국가적 손실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은 결코 후진국이 아니다. 경제 지표상에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비록 경제적 발전 민주화로 선진사회 면모를 갖췄다지만 ‘정치수준·시민의식’이 후진성을 대변한다. ‘메르스’가 대한민국에 던져주는 경고장은 ‘위기관리 책임’과 ‘도덕성 회복’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시험대 올랐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 면역력엔 못 당한다. 불신 바이러스도 건강한 사회에는 못 버틴다. 메르스는 방심과 무능, 자만과 불통, 고장난 시스템이 가져온 참사다. 메르스의 경고메시지는 고장난 대한민국 시스템 수술을 명령하고 있다. 썩고 곪은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메르스의 최후 경고장을 외면하면 미래는 없다.

▲ 최충웅 편집인/사장
필자는 언론학 박사로 KBS 예능국장·총국장·편성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경희대학교 교수,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경남대학교 석좌교수, 고려대 국가정책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최충웅 편집인 사장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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