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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문화 연구소장 ‘재백 김용판’, 수필가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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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문화 연구소장 ‘재백 김용판’, 수필가 등단
  • 안중선 문화예술전문기자
  • 승인 2015.04.30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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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나무로는 숲이 되지 않는다”

▲ 달구벌문화연구소 시낭송회 개최 사진<사진제공=김용판 소장>
[KNS뉴스통신=안중선 문화예술전문기자/사진=서규수] 공직을 마치고 수필가로 등단한 ‘재백’ 김용판 수필가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문학과 수필, 그리고 ‘달구벌 문화연구소’ 운영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용판 수필가와의 일문일답이다.

◉ 1990년 등록돼 25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종합 문예지 월간 ‘문학세계’에 수필가로 등단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바쁜 일정 중 문학에 참여하시게 된 동기와 등단 소감을 듣고 싶다.

먼저 부족한 저의 글을 높이 평가해주신 월간 ‘문학세계’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글쓰기는 알게 모르게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특히 감내하기 어려웠던 지난 2년간, 글쓰기가 없었다면 내 스스로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영월 법흥사에서의 38일, 그리고 나의 꿈’에서 말했듯 후반기 남은 인생에서 좋은 사람, 좋은 남자로 남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닦아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 수필 심사위원분들께서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고 들었는데, 심사평 내용 소개를 부탁드린다.

<수필 부문 심사평>

문무를 겸비한 빛나는 영혼의 수필가 탄생

김용판님의 ‘영월 법흥사에서의 38일, 그리고 나의 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그가 보내온 작품들의 진솔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성이 심사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수필의 맛과 멋을 조화롭게 구사하는 문학성 또한 탁월한 예술적 끼를 겸비하고 있다.

퇴직 후 심신이 지쳐있을 때 동행이 되어주었던 영월군 법흥사에서 108배 기도와 불경을 읽고 필경을 하면서 자아성찰과 심신을 단련시키고 깨달음과 명상을 통해 ‘스스로 낮추어라, 자비를 베풀어라, 참고 또 참아라, 그러면 세상의 모든 불신과 장애를 항복시킬 수 있다’라는 구절을 되뇌면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던 것은 가히 도인의 경지가 아닐까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생각하면서 삶에 대한 반추를 하였으며 좋은 사람, 아름다운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에 대한 자각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인생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구절은 감동의 클라이맥스다. 뼈를 깎는 아픔 속에서 꿋꿋하게 이겨낸 그의 삶의 애환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심금을 울려주고 있으며, 그의 작품성은 심오함 속에서 빚어내는 진주 같은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김용판의 수필은 진정성 있고 따뜻한 삶을 반추하는 작품이며 탄탄한 문장 구성력, 주제의 선명성 그리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내는 언어의 연금술이 돋보인다. 수필의 참모습을 찾아내는 역사적 개척자가 되어주길 바라며, 한국 문단을 빛내는 명수필가가 되길 소원한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심사위원 이수화 채수영 도창회 정소성)

등단 심사평을 통해 칭찬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대표작 수필 ‘영월 법흥사에서의 38일, 그리고 나의 꿈’ 작품내용 소개를 부탁드린다.

<영월 법흥사에서의 38일, 그리고 나의 꿈>

김용판

2013년 4월 2일 서울청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퇴임한 이래 거의 2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 과정은 한마디로 험난한 여로였다. 물론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 스스로 마음의 평정과 신체 단련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심신은 이미 너무나 지쳐가고 있었다. 심신을 충전시킬 시간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이렇게 하여 머무르게 된 곳이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사자산에 위치해 있는 법흥사란 절이다.
2심(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2014년 7월 13일 입산하여, 8월 19일 하산할 때까지 법흥사에서의 38일은 정말 새로 태어나기 위한 나름대로의 치열한 시간이었고 너무나 의미 깊은 나날이었다. 마침 법흥사의 삼보(三寶) 주지스님은 1998년 내가 경북 성주경찰서장으로 있을 때 알게 된 인연이 있는 분으로 호쾌한 성품의 내공이 깊은 큰스님이다. 영월 법흥사는 부처님의 정골(頂骨)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참배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특히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사자산은 문자 그대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적멸보궁에 비친 사자산 연화봉의 모습은 신비하기조차 한 곳이다.
(중략)
어쨌든 산사에서의 나의 생활은 숙소에서 15분 정도쯤 오르막길을 걸어야 있는 적멸보궁에 하루도 빠짐없이 들러 매일 밤 108배 기도하고 숙소에 와서는 『금강경』을 읽고 필경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몇 번이나 그만둘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끝내 이를 물리치고 38일간 108배 기도를 계속할 수 있었음을 지금도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 49재(齋) 때인 1999년 6월 초, 성주 대흥사에서 3,000배를 하며 어머니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한 이후, 제대로 기도한 경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중략)
낮에는 법흥사가 있는 사자산을 비롯해 인근에 있는 많은 산을 오르내렸다. 2014년 여름, 도시에서는 유독 덥다고 아우성을 칠 때도 산과 산사는 시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법흥사 주변 외딴 계곡에서 돌탑 3개와 앉아서 참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좌대를 발견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일념으로 돌탑을 쌓고, 또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어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는 좌대를 쌓았으리라는 생각이 스쳐가며 이 장소를 발견한 것이 큰 인연으로 생각되었다.
그 무렵에는 나의 지인이 ‘물에는 6대 미덕이 있다”라고 알려준 이후라 계곡에 흐르는 물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때였다.
물의 6대 미덕은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겸손함이 있고, 가다가 막히면 피해서 돌아가는 지혜가 있다. 이 그릇 저 그릇에 다 담길 수 있는 융통성이 있으며, 구정물도 마다하지 않는 포용력이 있다. 단단한 바위도 뚫고 마는 인내와 끈기가 있고, 유유히 흘러 마침내 바다를 이루는 큰 꿈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 좌대와 돌탑을 발견한 이후 낮에는 운동을 마치고 어김없이 여기 와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잠기었다. 때로는 계곡물을 보며 어떤 고승이 읊었다는 ‘계간불능유득주 경귀대해작파도(溪澗不能流得住 竟歸大海作波濤)’를 읊조리기도 했다. ‘계곡의 물은 흐르고 또 흘러서, 마침내 큰 바다에 이르러 파도를 만든다’라는 것이다. 물의 6대 미덕 중 바다가 되는 큰 꿈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은 2014년 8월 10일, 음력 7월 15일로 조상들에게 기도를 드린다는 백중날이었는데 비도 조금씩 내렸다. 변함없이 물의 미덕을 생각하며 명상에 잠겨 있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격동이 일며 눈물이 하염없이 솟구쳐 나오는 것이었다. 나의 부족함이 떠오르고 내 주위의 좋은 사람, 좋은 인연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눈물 또한 그치지 않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좌대를 만들어준 사람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그 좌대는 나에게 밝음을 주었다는 의미에서 ‘밝을 금(昑)’을 넣어 금선대(昑禪臺)라 불렀다.
내 일생에서 그런 감동의 눈물을 그렇게 많이 흘려보기는 그날이 단연 처음이었다. 물론 그동안 살아오면서 억울함과 분노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고 감격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백중날 그날 내가 흘린 눈물만큼 내 영혼에 충격을 준 눈물은 결코 없었다. 지금도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감동과 조그마한 깨달음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뿐이다. 다만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며 내 자신에게 이렇게 자문해본다.
“앞으로 너의 꿈은 무엇이냐?”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은 관상학을 공부하다가‘상호불여신호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身好不如心好)’란 구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한다. ‘얼굴(관상) 좋은 것보다 몸 좋은 것이 낫고, 몸 좋은 것보다 마음 좋은 것이 낫다’라는 이 글귀를 보고 어떻게 하면 ‘마음 좋은 사람’이 될 것이냐 하는 화두를 좇다 보니 독립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백범일지』에 나온다.
지금의 내 마음이 김구 선생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하면 나의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로 후반기 남은 인생에서 ‘마음의 근육’이 제법 있는 ‘좋은 사람’, ‘좋은 남자’로 남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과연 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나는 영월 법흥사에서의 38일의 추억과 감동을 삶의 에너지로 삼아 후반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절에 있는 동안 나를 진심으로 보살펴준 삼보 주지 스님과 공양주 보살을 비롯한 인연 맺은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달구벌 문화 연구소 소장으로 재임 중이신데 운영 목적과 중점 추진하실 내용 소개를 부탁드린다.

‘대구’의 다른 명칭인 달구벌의 옛 문화를 찾아 널리 알리는 한편, 현대문화를 시대적 측면에서 개선해야할 점을 발굴하여 달구벌 문화가 보다 발전적으로 뿌리내리는데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 아울러 관내 문인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시 낭송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문화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 대구시 동구 소재 ‘신암 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하신 특별한 사유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그들이 무력으로 독도를 점령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국내 일부 지도층의 주장은 정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우리 모두가 고뇌하며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이러한 대비 중 명백한 것은 우리 애국지사들이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고 어떻게 희생되었는지에 대한 선열들의 행적을 추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다지기 위해 대구출신 선열들이 안장되어있는 대구시 동구의 ‘신암 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하였다. 이러한 공간이 후대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교육장으로 적극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신암 선열공원<사진제공=김용판 소장>

◉ 요즘 따로 하시는 일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정들었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인 대구에 내려와서 대구 문화와 지역 경제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변에서 특강 요청이 있으면 적극 동참하여 후배들에게 경험을 알려 주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최근에도 인천지방경찰청 직원 400여 명에게 치안철학을 주제로 강의하면서 경찰관의 책무와 자부심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 2015년 3월17일 인천지방경찰청 특강<사진제공=김용판 소장>

또 모교인 달성중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해 동문 선후배들과 정담을 나누고 회포를 풀어 무척 즐거웠다.

▲ 달성중학교 총동창회체육대회에서 김용판 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김용판 소장>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영월 법흥사에서 지내는 동안 삼보 주지스님에게 많은 설법을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은 주제는 ‘스스로 낮추어라, 자비를 베풀어라, 참고 또 참아라. 그러면 세상의 모든 마귀와 장애를 항복시킬 수 있다’는 말로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영월 법흥사 삼보 주지스님(좌측)과 김용판 소장(우측)<사진제공=김용판 소장>

안중선 문화예술전문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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