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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만난 사람] 국악인 신운희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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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만난 사람] 국악인 신운희 단국대 석좌교수
  • 김지원 大記者
  • 승인 2015.04.3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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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소리로 세상을 주유하는 진정한 예인(藝人)

 

▲ 영혼의 소리로 세상을 주유하는 진정한 예인(藝人), 국악인 신운희 단국대 석좌교수

[KNS뉴스통신=김지원 大記者] 선생을 만난 건 늦은 오후 시내 한 호텔 커피숍, 첫인상은 정갈한 모습에서 예인(藝人)이라기보다 인문학적 소양으로 가득한, 부드러우면서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으로 가득해서 고전에 등장하는 고관대작 댁 마님의 채취로 기자의 선입견을 압도한다. 그것은 단순 연륜에서 뿐만이 아니라 세월 속에 배인 정갈한 인품 때문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로인해 국악에 대한 질문을 가벼이 할 수가 없어서 여러 날 선생의 인물됨을 공부해야 했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고, 편입해서 국악을 공부하였으며, 문학에 재능이 있어서 노랫말을 썼고 문단 데뷔로 수필가가 되었다. 그의 인품은 수필집 ‘아름다운선택’에서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또 후학들을 양성하기 위해 상담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문하생 지도와 자선공연을 취재하며, 선생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했지만 지면의 한계로 다 담지 못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본지에 게재된 질의응답 중에는 다른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을 일부 인용하기도 했다.

본지 기자와 같은 질문을 했고, 이보다 더한 답변이 안 될 것 같아서이기 때문이다.

정악(正樂)의 正義 

서양음악의 클래식은 정통 궁중음악이고 팝은 서민음악이다. 이런 분류는 서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은 정악과 민속악으로 구분되는데, 정악은 궁중음악을 비롯한 상류 지식층의 음악이고, 민속음악을 대중음악이라 한다.

한국의 국악을 슬픈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악의 정악에는 슬픈 곡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애이불비(哀而不悲)한 음악, 즉 슬픔도 결코 슬픔으로 표현하지 아니하는 음악이 바로 정악이다. 그래서 정악 곡은 계면조(界面調)로 된 곡조차도 꿋꿋하고 화평 정대한 느낌을 준다.

반면 정악과는 달리 민속악에는 슬픈 느낌을 주는 곡이 대단히 많다. 수심가, 육자배기, 흥타령... 그리고 산조, 시나위 이러한 곡들은 눈물을 바가지로 흘리게 하고, 애간장을 긁는 슬픈 곡들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이러한 곡들은 슬픈 느낌을 주면서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우리 민족 정서의 본질은 한(恨)이 아니라 흥(興)이 많기 때문이다.

 

▲ 신운희 석좌교수의 공연 모습.

◆ 역사학을 전공하신 분이 국악, 그 중에서도 노래가 느리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외면하는 정가에 심취하여 전공을 바꾸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시지요?

☞ 숙명여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어요. 평소에 시를 좋아했고 글쓰기도 좋아했어요. 가곡, 가사, 시조에 담긴 시어(詩語)들이 너무 마음에 와 닿는 거예요. 그 시어들을 대할 때마다 내 인생을 반추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했지요.

◆ 노래를 배우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는지요?

☞ 1980년도에 ‘중앙문화센터’에서 김월하 선생님께서 시조창 강의를 하시는데, 노래의 선율이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그 부르는 모습이나 입고 계신 의상이 너무 우아하고 멋진 거예요. 선생님의 그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1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와서 가곡을 공부해보지 않겠는가?”라고 권하셔서 용기를 내었지요. 그래서 개인지도를 받았어요.

◆ 처음에 배운 가곡을 기억하고 있나요?

☞ 여창 우락(羽樂)이라는 곡인데 “바람은 지동치 듯 불고 궂은비는 붓듯이 온다”로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박자 치는 것이 조금 까다롭고 가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재미있게 배웠어요. 지금도 많이 불리고 있는 가곡이지요.

정가의 ‘정(正)’은 하늘이 준 천성으로 맹자의 착한 성품을 의미한다고 들었습니다. 

정가의 ‘정(正)’은 하늘이 준 천성으로 맹자의 착한 성품을 의미한다고 했는데 굳이 맹자를 지칭할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선조들뿐만 아니라 현재도 유명한 군자들이 많습니다. 굳이 맹자가 아니더라도, 하늘이 준 천성인 ‘정(正)’이 가득한 분들이 우리나라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봅니다. 정가의 어떤 부분이 청중들의 마음을 점잖고 바르게 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모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가 그 자체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 국악인 신운희 단국대 석좌교수.

◆ 우리나라는 많은 시련을 겪어 왔고 현재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아픔이 많은 국가입니다. 이러한 대한민국을 정가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또 대표적인 곡이 있다면?

☞ 나라의 면적이 작다고 속국이 되기보다는 국가 방위 태세를 소홀히 하고 국방력이 없을 때 강대국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는 문명의 혜택을 지대하게 누리며, 우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 한다거나 감사한 생각을 갖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교과서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요즘사람들은 도덕성이 결핍되고 정서가 고갈되었습니다. 정서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실리적인 산술을 추구하며, 따뜻한 마음이 녹슬고 심장이 산성화 되었습니다. 또 슬퍼하기보다는 웃음을 선호하고, 고뇌하기보다는 척결하고, 속단하고, 외면하기를 좋아합니다. 생각하는 것을 피하고 즉흥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가로 위로받기보다는 정서함양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정가는 어느 곡 하나를 꼽아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정서와 느낌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곡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정가를 말씀드리자면 ‘북두칠성’이라는 기원의 곡입니다.

◆ 우리 사회가 정가에 대해 무관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 어느 나라든지 전통문화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정서적인 표출이자 쇠퇴의 반영입니다. 헌데, 우리나라 전통음악은 한의 표출이고, 한탄식과 한숨이 품어내는 영혼의 울림 같은 음색에 가사 역시 절절하고 굽이굽이 한 맺힌 노랫말을 쏟아냅니다. 그 가운데 정가를 주목해보면, 정가를 읊던 계층이 대부분이 선비들이었으며, 당대 최고의 지식층들이 풍류를 즐기기 위해 읊었던 음악이 정가입니다. 따라서 정가는 고도의 시학과 풍류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100년 전으로 소급해본다 해도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 정서와, 심지어는 국민성까지 바뀌었음을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즉, 조선시대 지식층과 현재 우리 사회의 지식층들의 환경과 생활상 역시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식층들은 이조시대의 지식층들처럼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합니다. 망중투한(忙中偸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한가한 틈을 얻어 마음을 즐기라는 뜻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말이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가를 외면했다는 말보다는, 바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물려 여유로울 수가 없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또한 정가의 가사에는 현재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고어(古語) 또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많이 사용되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해(註解)를 달거나, 쉬운 말로 고치는 작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 최근 한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정가를 통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 우리 국민이 한류 기류를 타고 승천하는 기상을 볼 때마다 열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각종 스포츠며, 예능계와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 한류 열풍이 부는 것은 외교관 천여 명이 힘을 합쳐도 따르지 못할 성과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류 열풍을 이용하여 정가를 해외에 알리자는 목표를 두는 것은 저급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진실과 열성을 쏟아서 최선을 다한 후의 평가는 관객이나 관중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지 어떠한 기류를 타려고 목표를 두는 분야는 없습니다. 특히 전통문화를 놓고 한류 열풍의 과녁을 맞추려고 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상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외로 향하는 방법까지 물으셨는데 예술을, 그것도 국가와 역사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인 정가를 한류 열풍 운운하며 방법까지 제시하라고 하는 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입니다.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대부분은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경극이라든지 일본의 가부키며 서양의 오페라, 또는 러시아의 발레 중 호두까기 인형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그 나라를 대표하는 예능이지만, 국민들은 자국의 역사를 대표하는 문화를 보유한다는 자체에 긍지를 가지고 있지, 이를 해외시장에 내다팔려고 눈을 돌리거나 열풍을 얻으려는 상술은 부리지 않습니다.

 

 

 

 

▲ 신운희 석좌교수의 공연모습.
◆ 현재 강의 하고 계신 곳은 어디입니까?

 

 

☞ 모교인 단국대학교 국악과와 장애인 보육원에서 지도하고 있습니다.

◆ 해외 공연 또는 전국적으로 실력을 검증 받은 결과는 어떻습니까?

☞ 전주대사습에서 장원, KBS 국악 경연대회, ‘세종대상’을 비롯해 시조부분은 여러 개 있습니다. 또 한국국악대상을 받았습니다.

◆ 월하선생 이외에 지금까지 배웠던 다른 스승들은 어떤 분이신가요?

☞ 김호성, 이동규, 김경배, 박귀옥, 서현숙, 송암 스님 등입니다. 특히 박귀옥 선생님께서는 저희 집으로 오셔서 노래 이외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면과 시조에 관한 이론적 배경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지요.

 

▲ 신운희 석좌교수의 공연 모습.

◆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 사회 봉사활동은 오래전부터 해왔고, 10여 년 전 부터 장애인과 보육시설의 아이들을 음악으로 치료를 해주고 있는데. 마음의 치료가 많이 돼요. 정신 장애아들이 더하죠. 아이들이 많이 달라져요. 엄마라고 절대 안 부르던 아이들이 저한테 엄마라고 합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이 참 많아요. 그들을 찾아 가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예요.

◆ 가곡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으셨는지요?

☞ 힘든 고비가 끝이 없었어요. 한 고비를 넘기면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 내야지요. 내가 좋아서 시작한 길이고, 은혜를 많이 받아왔으니 그걸 감사하면서 가곡의 지킴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음악도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솔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정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교수님의 앞날에 행운이 넘치고 뜻한바 대로 꼭 이루시길 바라며, 자연과 사람, 정가를 사랑하는 시대의 선구자적인 여류 가객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취재 김지원 大記者 (kjw5580@hanmail.net)
사진, 자료사진 및 정리 이인재 기자

김지원 大記者 kjw55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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