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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11 조합장선거 판,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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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3.11 조합장선거 판,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 승인 2015.03.02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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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3.11 선거는 현직조합장 재선을 위한 선거?

우리나라 협동조합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지난 2월 25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13일간의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1326개 조합에 3522명이 등록,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 가운데는 단독후보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조합은 200 개소라고 한다. 투표는 오는 3월 11일 전국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한날 한시에 일제히 실시된다.

1989년 조합장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지난 25년간 농협 등의 조합장선거는 개별 조합별로 정해진 정관에 따라 치르는 ‘그들끼리의 동네선거’였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관심 밖에서 폐쇄적으로 치러지면서 돈 선거 등 부정 탈법선거로 잡음이 많았다. 2011년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공명선거관리차원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강제로 농협 등으로부터 위탁 받아 치르는 전국동시선거로 바꾸었다. 그 결과 이번부터는 대략 270만 명에 달하는 농어가 인구가 모두 참여하는 ‘또 하나의 지방선거’가 되었다. 그래서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었고 국민의 관심도 끌게 되었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덕분에 국민들은 그 동안 ‘어려운 농업인을 돕는 농협’이란 미명하에 감추어진 농협의 일그러진 민낯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는 조합장선거의 모습은 여전히 금품수수와 후보매수 등 시대착오적인 돈 선거, 불법, 탈법선거들로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선거후유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나 총선, 대선은 물론이고 ‘역대 조합장 선거가운데도 최악의 비민주적 불평등, 불공정 선거’가 될 것 이라며 ‘3.11선거는 현직조합장 재선을 위한 하나마나 한 선거’ 라는 것이다. 후보자들과 조합원들은 “이런 놈의 선거가 다 있느냐”며 이 모든 것이 현직조합장을 돕는 선거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후보자들 사이에는 “3.11선거가 만일 이대로 끝이 난다면 대규모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벌써부터 선거무효, 당선무효소송과 조합장직무정지가처분이 봇물 터지듯 쏟아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거 후 몰아 닥칠 후 폭풍이 심상치 않을 거라는 것이다. 도대체 지금 3.11조합장선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위탁선거법에 의한 합법적인 불공정 관치선거?

농협중앙회와 정부(농식품부, 안전행정부,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는 이번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한다며 지난 해 5월 소리소문 없이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의 선거위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8월 이 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그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법은 1) 선거공보, 2) 선거벽보, 3) 어깨띠 윗옷 소품, 4) 전화, 문자이용 5) 정보통신망 (전자우편, 문자, 음성, 화상, 동영상등의 정보)이용 6)명함배부 등 6가지 선거운동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운동은 조합장후보자 본인 한 사람만 할 수 있고, 조합원 개발방문 등은 금지하고 있다. 후보자들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합동연설회나 초청토론회는 금지되었다. 후보자들이 조합원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방법인데 이 또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금지되어있다. 동영상 등도 오직 농축협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게재 가능하다.

그리고 법이 허용한 전화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조합측으로부터 제공되어야 하는데 조합측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전화번호의 제공을 거부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이런 법 조항을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이 말은 후보자들이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구하라는 것이다. 편법을 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현직조합장에게는 손쉬운 일이지만 일반 후보자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이런 법 조항은 모두 그림의 떡이고 오직 현직조합장만을 위해 있는 조항이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조합이 조합원 전화번호를 선거운동용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은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화번호제공을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조합에게 요구하고 농협중앙회, 농식품부, 선관위등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들은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고, 조합원들은 누가 조합장후보이며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비교 선택할 근거가 없다. 조합원들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핵심인 알 권리를 박탈당한 셈이다. 그래서 후보자와 조합원들 모두가 돈 봉투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탁선거법은 현직조합장은 선거운동 전날까지 통상적인 업무수행이란 명분으로 다 풀어놓고 다른 후보자들의 입은 막고 손발을 묶고 있다. 예비후보자 등록제도 없고 예비선거운동기간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명선거감시를 이유로 ‘예비단속기간’을 설정 선거전 180일(지난 해 9월경)부터 선관위와 검찰, 경찰이 지역농협의 협조를 받아 조합장출마예정자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왔다. 그래서 불편부당하게 선거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현직조합장을 돕는 불공정, 불평등선거를 강요하는 관치선거가 되고 있어 후보자들의 불만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3.11선거는 1989년 민주화 바람을 타고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5년간 치른 조합장선거가운데 최악의 비민주적 선거가 될 전망이다.

무자격깡통조합원 정리 못하면 부정선거?

그러나 3.11 조합장동시선거의 아킬레스건은 무자격 짝퉁(깡통) 조합원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선거의 출발은 선거인명부의 적법성에 있다. 그런데 만일 선거인 명부에 선거권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것도 선거인 명부의 20-30%가 그런 무자격자라면 그 선거는 무효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한 사실이 선거인 명부 열람기간 중에, 선거기간 중에 라도 확인되었다면 그 선거는 중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농협 등의 조합원 가운데는 무자격 짝퉁(깡통)조합원이 상당수 포함되어있는데 선거전까지 이들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3.11선거는 부정선거가 되고 선거무효가 되고 당선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 수가 작게는 농촌지역의 경우 조합원의 2-30%, 도시농협의 경우는 5-60%가 넘는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무자격조합원 문제는 농축협 등의 경우 사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몇몇 특정조합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그 동안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방임과 방조 속에 누적되어온 거의 모든 조합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짝퉁조합원은 사망한자, 조합구역 내 주소나 거소,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비거주자 또는 타 지역 이주자, 타업종 종사자로 지금까지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 자 (그리고 앞으로도 지을 계획이 없는 자),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자, 농사실패로 농사를 중단한자 (특히 농사를 다시 지을 계획이 없는 자), ‘조합임직원의 조합원화 방침’ 으로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서류상으로 형식적인 자격요건을 갖추어 조합원된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전 현직 조합장들이 자기사람을 선거용으로 심어 논 깡통조합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런 무자격자들이 피선거권자로서 버젓이 조합장에 출마하고, 선거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이 선거는 명백한 부정선거가 되고, 선거자체도 무효가 돠고 당선도 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선거후유증이 심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 차원이 다르다.

누가 선거 판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3.11조합장선거 판을 이 지경으로 만든 두 주범은 위탁선거법과 무자격조합원문제다. 특히 위탁선거법 제정에 앞장서온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는 자유민주평등선거의 기본상식에서 벗어난 시대착오적 선거를 농업인 조합원과 후보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과 책임을 면 할 수 없게 되었다. 선관위와 검찰, 경찰도 이러한 불합리한 선거를 합법화 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무자격조합원문제도 이를 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의 방조와 직무유기 속에 독버섯으로 자라났고 이제는 선거왜곡은 물론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농협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낙선한 후보자들은 위탁선거법과 무자격조합원의 영향으로 선거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며 3.11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종운동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하다. 위탁선거법의 위헌적인 비민주성과 무자격조합원문제를 들어 선거 후 전국적인 선거무효나 당선무효 소송과 조합장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3.11선거는 국민들은 물론 농업인 조합원들에게도 농협의 실상을 알리고 농협구조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3.11선거가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농협의 근본을 바로잡는 농협구조개혁 등 국가적인 ‘농협바로세우기’의 새로운 역사적 시작점이 되게 한다면 농협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동필 농식품부장관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3.11선거 판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 데 대한 분명한 정치적, 행정적, 도의적 책임 져야 할 것이다.

※ 글쓴이=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본 칼럼의 내용은 KNS뉴스통신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합니다.

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cybo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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