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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EXID의 ‘위아래’ 뮤비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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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EXID의 ‘위아래’ 뮤비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 조성진 편집국장
  • 승인 2014.12.01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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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표현과 ‘인서트 컷’으로 아이돌 뮤비 보는 재미 충족
그러나 ‘도덕적’ 뮤비 잣대로 현재를 재는 건 무리수
‘위아래’는 많은 여지를 남겨둔, 최소한의 ‘선정성’

▲ 사진제공=예당 엔터테인먼트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EXID의 ‘위아래’ 뮤비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까 고민했다. 결국, 책임을 ‘소스 제공자인’ 3자에게 회피하는 형태의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취재+글쓴이의 생각(오피니언)이 더욱 크게 반영되는 칼럼 형식을 따르기로 했다.

뮤비(뮤직비디오)라는 장르는 약 3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음악과 영상을 담아야 한다. 음악과 영화를 동시에 보고 듣는 색다른 장르인 것이다. 따라서 음악이란 특수성과 결합된 영화적 산물이다 보니 존재감 자체도 의견이 분분하다.

영상을 통해 음악을 전달해야 하므로 일단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게 1순위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선 영화적 작법을 채용해야 하므로 단편영화나 CF감독 출신들이 뮤비 연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EXID의 ‘위아래’ 뮤비가 화제다. LE-정화-하니-솔지-혜린 5명이 펼치는 이매지네이션은 뭐랄까, 섹시함+요정의 깜직 모드다.

이 뮤비는 색채감 강한 연출인 반면, 반복되는 이미지의 단순함은 마치, 생각할 겨를없이 반복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미니멀리즘을 연상케 한다. ‘위아래’ 뮤비에서 EXID 멤버들은 상의를 각자 컬러풀한 크롭탑으로 개성 연출을 한 반면 하의는 스키니한 블랙 레깅스로 통일했다. 다양한 컬러풀함에 블랙을 공통분모로 사용한 자체가 시각 디자인적으로 한번만 봐도 오래 여운이 남을 만큼 ‘자극적’이다.

이 부분, 즉 시청자에게 보다 크게 어필하고자 색채배열을 좀 더 공격적으로 시도했다.
한국의 ‘아이돌 뮤비’라는게 대부분 가사에 많이 치중하는 가운데 그걸 노래하는 아이돌 가수의 얼굴과 신체 등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시선을 끄는 게 관행처럼 돼버린걸 생각해보자.

EXID의 ‘위아래’는 특히 가사가 의미하는 것을 영상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다보니 섹시한 요소를 어필하기 위해 원색 계열의 세트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뮤비 촬영 배경이 되는 세트장의 소품들은 대부분 컬러풀한 원색 계열을 써서 좀 더 자극적이고 톡톡 튀는 이미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EXID의 ‘위아래’ 뮤비가 특별한 의미나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종 멤버들의 얼굴과 각선미에 앵글을 담아내는 전형적인 ‘비주얼 디렉팅’ 연출법이다. 다시 말해 아이돌 스타의 얼굴+몸매를 뮤비에 담아내는 국내의 관행화된 작법을 따랐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뮤비 중 뜬금없이 고등어가 튀어나오는 등 생뚱맞은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위 ‘인서트 컷’이다. 뮤비가 흐르는 동안 심심치 않게 하기 위해 전혀 다른 요소의 장치를 넣는 기법이다. ‘위아래’ 뮤비를 감독한 디지패디의 전형적인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런 ‘인서트컷’으로 인해 전문적 식견이 없는 일반 대중은 재미있게 감상하다가도 “앗, 저건 뭐지?”라며 흥미 섞인 궁금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재미+흥미유발, 그리고 다음날 EXID를 화두로 만드는 재료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이다.

뮤비 감독 디지패디가 처음 나왔을 때엔 독특하고 테크니컬한 영상미로 충분히 시선을 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영상 연출의 타고난 테크니션이었으니까.
휘성과 제국의 아이들 등의 뮤비를 연출한 박지호 감독은 디지패디에 대해 “여전히 CG 분야에선 국내 최정상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강한 임팩트를 주던 디지패디 스타일이 이젠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영상에 다양한 색감을 불어넣고 전체를 연출하는 재치와 스킬은 뛰어난 디지패디다. 그러나 만약 ‘위아래’같은 스타일이 국내 뮤비씬에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최근의 아이돌 뮤비 연출 방식은 첫째도 아이돌 부각, 둘째도 한 번 더 아이돌 부각이다. 예전엔 탄탄한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적 요소의 뮤비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토리만 나오는 와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 얼굴이 자주 나오지 않는 뮤비는 경멸 대상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EXID의 ‘위아래’는 현 트렌드를 가장 충실히 따르는 아이돌 뮤비의 전형인 셈이다. 비록 작법상으론 새로울 게 없을 진 몰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원색적인 색감의 향연과 찰나의 순간에 지나치는 생뚱맞은 ‘인서트 컷’의 재치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여전히 디지패디의 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아래’가 사회적 문제가 될 만큼 선정적인가?

그렇게 지적하는 ‘해당’ 관계자들에겐 30년 전, 즉 뮤비가 불꽃처럼 타오르던 1980년대의 작품들을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다. 빌보드를 비롯 전 세계의 차트를 누비던 해외 스타들의 당시 뮤비는 30여년이 흐른 2014년인 오늘날의 ‘위아래’보다 더 농염하고 선정적이다.

세계적인 IT강국, 그리고 이젠 우연히 만난 뉴요커나 심지언 센트럴파크의 거지에게도 삼성 얘기만 하면 “와우~” 할 만큼 대한민국의 가치와 존재감이 커졌다. 이뿐인가. K-팝의 “K”만 나와도 같이 춤을 출 정도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음악/연예를 바라보고 대하는 대중문화에 대한 국내 ‘윗사람’들의 시선은 “방송에 적절치 않다는 등” 여전히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게 아닌가.

어쩌면 EXID의 ‘위아래’는 (국내에) 많은 여지를 남겨둔, 최소한의 ‘선정성’이다.

조성진 편집국장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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