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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담뱃값 인상, 정부 곳간 더 채우려는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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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담뱃값 인상, 정부 곳간 더 채우려는 발상?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4.10.23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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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의 62% 이상이 세금…국민건강증진기금도 금연과 관계없는 데 사용
2000원 인상시 최저임금저소득층은 연소득 10%를 담뱃세로 납부
‘우회증세’ 논란 잠재우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에겐 치명적인 좌충수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담뱃값 인상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정부는 지난 9월11일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담뱃값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한 ‘종합 금연 대책’을 발표했다.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4000원선으로 올리기로 한 것.

담뱃값 인상은 곧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보면 정부로서도 명분이 있지만 ‘우회 증세’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 법인세, 소득세 등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 대신 담배나 술에 붙는 속칭 ‘죄악세’를 올리는 사실상의 증세 추진이기 때문이다.

현재 담뱃값의 절반 이상은 세금이다. 국내 담배가격(2500원 기준)은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39%(950원), 담배소비세 25.6%(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4.2%(354원), 지방교육세 12.8%(320원), 부가가치세 9.1%(227원), 폐기물 부담금 0.3%(7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2500원짜리 담배라면 세금·부담금만 1550원에 이르는 셈이다. 담배 가격을 1000원만 올려도 연 2조5458억 증세 효과를 낳게 되는 셈이니 조세담당자의 입장에선 이 얼마나 ‘수지맞는’ 일이란 말인가.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세수분석 효과’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릴 경우 정부는 연간 5조456억원에 달하는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담배 1갑을 피우면 1550원, 담뱃값의 62%를 이들 명목으로 내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정부 안대로 1500원의 담뱃세금을 올릴 경우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폐기물 부담금이 각각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현행 14.2%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비율을 대폭 높인다고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담뱃값 인상으로 추가 확보된 재원은 금연지원사업에 전폭적으로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게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담배 관련 세금은 6조원인데 77%가 지방세고 23%가 국민건강증진기금이다. 그 중 금연홍보에 쓰는 돈은 120억~130억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뱃값 인상은 “건강정책을 위한 인상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하다. 그게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 억제에 반대할 국민은 없지만 문제는 구멍 난 정부재정을 메꾸기 위함이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담뱃값은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쓰여 왔는데 지금까지 이 기금은 금연과 관계없는 데 쓰였다. 복지부의 쌈짓돈이었다”라며 “이에 대한 반성과 제대로 쓰겠다는 정책 제안 없이 담뱃값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에 의하면, 담배부담금 1조9000억 원 중 1조가 건강보험제도 운영 명목으로 쓰이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2300억 정도가 금연정책과 관계없는 보건사업 육성에 쓰이고 있어 결국 금연정책에 쓰는 것은 89억 원 즉 0.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박 대통령은 증세 안 한다고 해놓고, 제일 걷기 편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국민건강을 내세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끊임없이 비판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중소상공인 단체인 골목상권소비자연맹은 정부의 인상안에 강력 반발했다. 골목상권소비자연맹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최저임금 저소득층은 연소득의 약 10%를 담뱃세로 납부하는 격”이라며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담뱃값 인상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연과 명작은 뛰어난 감성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 담배가 그걸 생산적으로 고무시키는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장 그르니에의 말대로, 사람들은 “사건을 정면에서 맞닥뜨리지 않고 과거나 미래로 잠시 피해 버리기 위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여기에는 추억, 상상 등등 온갖 종류의 사고행위가 포함된다. 군대에서 훈련후 5분간의 휴식 중 피우는 담배 한 모금, 글이 안 써질 때 입에 물게 되는 담배, 막노동판에서 땀을 식히며 한 대 빨아대는 담배, 이 모든 것들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생산적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다른 한 재화의 수요량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쇠고기가 비싸면 대신 돼지고기를 산다거나 만년필 대신 볼펜을 쓴다거나 하는 게 그 예다. 반면 예술인을 비롯해 창작행위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서민에게 있어 담배는 이러한 ‘대체재(substitute goods)’가 아닌 절대적 가치의 의미를 지닌다. 담배를 애호하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담배 대신 다른 것으로 그만큼의 만족도와 효용성을 찾으라고 한다면?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담뱃값이 크게 오르면 중국이나 동남아 등을 통한 밀수 등 불법 담배 소비가 늘어날 우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담배는 소주와 마찬가지로 가장 서민적인 기호품의 하나다. 그럼에도 그 가격을 높인다면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안 그래도 서민들 살기가 막막한 판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정부는, 엄청난 액수의 담배부담금을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공격적으로’ 사용했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다. ‘우회 증세’ 논란을 비롯 각종 의혹을 잠재우는 길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번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매우 위험한 ‘좌충수’가 될 수도 있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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