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8:09 (금)
가면놀이- 과거의 환영이 판치는 나라
상태바
가면놀이- 과거의 환영이 판치는 나라
  • 이호준 여섯줄사랑회 회장
  • 승인 2011.07.30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존을 위한 조율이 아닌 밀실야합의 분열은 만족하지 못한 과거의 환영이다

[KNS뉴스통신/칼럼]

이호준 여섯줄사랑회 회장

1.

시골출신인 필자의 어린 시절엔 손에 잡이는 대부분이 놀이요, 장난감이었다. 특히 만화책 속 주인공과 그에 못지않은 조연급들은 그야말로 동경과 찬사의 대상이었다. 변변히 가지고 놀 것이 없었던 시절 소년 소녀들의 빈곤한 상상력을 채워줬기 때문인데 오죽했으면 읽었던 만화책 속 인물들이 꿈속에까지 나타났을까?
이런 이유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날 때면 어린 시절 등하굣길을 추억하게 한다. 항상 타이거마스크, 로봇 태권V, 마징가Z, 원더우먼, 배트맨, 각시 탈, 마루치아루치, ......등이 종이가면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올망졸망한 상상력의 장사진[長蛇陣]에 합류하는 필자의 어린 판단력을 막기엔 그 어떤 논리도 항상 부족했었다.

준비물 살 동전 몇 닢을 손에 땀이 나도록 주물럭거리며 근수를 저울질 한 적이 많을 정도했다. 하지만 어린 판단력은 가면에 대한 동경과 찬사에 매번 짓눌리는 결과였다.
어째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만큼은 가면을 산 꼬맹이들의 천국이었다. 가면을 쓴 새침이 철수의 정의수호를 외친 이단옆차기가 그럴싸했고, 눈만 부라려도 울음보 터트리기 바빴던 영희는 가면 쓴 역할 수행에 적극적이었다.
만약 그런 가면들의 난리가 쿵짝이라도 맞을라치면 급우들을 향해 뜬금없는 정의수호를 외쳐대며 좁은 책상사이를 종횡무진[縱橫無盡], 교실을 그야말로 뒤죽박죽을 만들었었다. 그 왈패 짓에 끼고 싶은 친구들은 노트 겉장을 찢어 눈, 코, 입 구멍을 대강 뚫어 만든 종이가면을 쓰고, 알록달록 번듯한 가면들의 부하노릇을 자처했다.
그러나 수업시작종이 울리면 모든 것은 파도에 부딪친 물거품. 가면 속에 있을 것이라 믿었던 정의수호도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어느 것도 없었고, 철수는 예전의 새침때기로 영희는 낯가림이 심한 코흘리개 꼬맹이 일뿐이었다.

우리는 그러한 상상의 세계를 동경하며 자본우선주의의 손쉬운 관행에 알맞게 수정, 분리
되어가는 자신을 위한 가르침을 공부한다. 그리고 지향하는 사회 속에서 기계적인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그런 결과에 숙달된 인간들이 사회기여를 명분으로 내뱉은 개발과 발전, 화합
과 행복 등의 미사여구[美辭麗句]는 경쟁을 부추기는 냉소[冷笑]일뿐이며 고전적 바로미터
인 정당성[正當性]보다 새치 혀의 당위성[當爲性]으로 현실을 유린해 보겠다는 협잡질일 뿐
이다.
그것은 눈금이 다른 장사꾼의 저울질로 사회, 정치, 경제현상을 판단할 때 이미 알아봤으며,
케케묵은 교리로 모두를 이끌어 갈수 있다고 두 손 모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2.

서민경제, 청년실업, 일자리창출,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4대강, 용산참사, 미디어 법.... 등등에 선택받은 가면들이여!
공존을 위한 조율이 아닌 밀실야합의 분열은 만족하지 못한 과거의 환영이다.
눈이 있으며 크게 뜨고 보고 귀가 있으면 자세히 들어보라.
서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심정으로, 노동자들은 목숨을 건 단결투쟁으로 절규하고 있질 않는가!

또 다시 남의곳간이나 넘보며 두려움의 눈알을 굴리고 싶지 않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작금의 가면놀이를 위하여 무슨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
착각은 자유지만 그만큼 이율배반적인 것이 현실이다. 원리원칙과 성심성의를 져버리고 위기와 분열을 책동한 궁핍함을 이용하여 무엇을 하려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도 모를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 난센스[nonsense]다.

우리 노동자, 서민들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대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획득하기 전부터 의기양양[意氣揚揚] 외치던 그대들의 함성을...

“서민경제, 청년실업,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일자리창출..... 믿어주세요.”

그러나 오늘도 뒤집어 쓴 가면을 믿고 활개 치기 바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울 줄 모르는 그대들이여!
아는가?
그대들이 뿌린 씨앗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엉겨 붙는 ‘가시덤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호준 여섯줄사랑회 회장

 

 

 

 

이호준 여섯줄사랑회 회장 jlist@kns.tv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