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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로움에 절취, 마우스 주는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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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로움에 절취, 마우스 주는 사장님
  • 박성숙 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 승인 2014.03.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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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숙 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지구대에 40대 남자가 어린학생을 데리고 왔다.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우리 피씨방에서 마우스를 절취한 학생이라며 교복입은 남학생을 가리키고, 한 손에는 컴퓨터 마우스를 쥐고 있었다. 남자는 다소 흥분이 된 상태로 빨리 처벌하여 달라고 재촉하는 듯한 언동이다.

남자에게서 전후 진위를 파악해 나가던 필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팀장은남자에게 직접 물을 갖다 주며 흥분된 상태를 진정시켰다.그리고, 불안하고 어두운 표정의 남학생에게 차분하게 말을 걸었다. 학생에게는 부모가 계시기는 하였다.

그러나, 학생 부친은 뇌경색으로 두 번 쓰러져 본인 병치레도 힘든 상황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생계를 위해 현재 지방에서 노동일을 하며 여건상 장기간 집에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의 모친은 암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었다.

학생의 말을 학생 아버지과의 전화 통화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학생 혼자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는 학생의 탈선이 염려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옆에서 있던 남자는 바로, 피씨방 사장님이었다. 중년이기는 하였지만, 다소 젊어보였다. 처음에 지구대에 들어올 때에는 격앙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학생의 딱한 사정을 알고는 처벌하지 말아 달라한다.

고심 끝에 오히려 가지고 있던 마우스를 학생에게 주고 학생의 탈선을 잘 막아달라고 당부하고 문을 나서는 뒷모습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작은 범죄라도 저지르면 그 사람은 비난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삭막한 세상에서 어린 청소년의 탈선을 안타깝게 여기고, 아량으로 베푸는 사람이 있다.

마우스를 준 사장님은 먼지 바람 부는 이 봄날, 작은 꽃을 피울 수 있게 비춰주는 세상의 따스한 햇살과도 같음이 아닐까싶다.

계속하여 학생의 부친과 담임선생과 연계하여 전화통화를 진지하게 나누시던 팀장님은 학생과 교감하면서 야간에 수시로 상담선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하고 끝내 방문하여 라면 등을 전달하고 오고야 마신다.

예민한 시기에 탈선예방을 위해 조심스럽고도 적극적인 상담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하는 학생을 두고 오는 팀장님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싶다.

아마도 마우스를 주는 그 남자사장님의 느낌과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직업불문한 세상의 한 줄기 햇살같은 분들에게 우리는 많이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성숙 인천 삼산경찰서 부흥지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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