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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편찬위원회 6번째 구술집,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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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편찬위원회 6번째 구술집,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
  • 이준표 기자
  • 승인 2014.02.1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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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면방직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 담은 구술집 발간

[KNS뉴스통신=이준표 기자]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는 6번째 구술자료집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를 발간했다. 2009년부터 서울시민과 관료들의 다양한 서울체험과 기억을 채록ㆍ정리하는 구술자료 수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는 6번째 구술자료집이다.

본 구술자료집은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영등포 방직공장지대의 노동자와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제기 수많은 면방직업 노동자들은 15ㆍ16세의 어린 나이에 미숙련공이나 임시공으로 하루 15시간 노동을 하였다.

이들은 반강제적으로 동원되었고, 감시탑과 철망이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다. 탈출하다가 영등포 역전에서 붙잡힌 이야기, 늘 배고팠던 식사 이야기, 일본 군대에 징집되어 ‘자살특공대원’이 된 이야기 등 격변기를 몸으로 겪어내었던 이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면방직업은 이른바 ‘삼백산업’ 중 하나로 1960년대 공업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산업이다.  일제강점기의 공업이 해방 후 60년대 한국 경제성장과 직결된다는 일부 학자들 분석과는 달리 본 자료집은 기술과 물적 유산의 관리와 지속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단절이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충남의 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년이 기차를 타고 영등포로 올라와 대일본방직회사에 미숙련공으로 취직하였는데, “자라나는 애들이 아주 그냥 핏기도 없어 허옇게 새여가지고…”라고 회상하고 있다. 그는 일년 열두달 햇빛 한 점 쬘 수 없었던 미성년 노동자들의 고된 일상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여공들의 슬픈 이야기가 남성의 입으로 애닯게 전해진다. “회사 담이랑  너덧군데 초소를 만들어 철망까지 해놓고, 밤에 도망가는 사람을 잡아들이고 그랬다구. 그 철망 넘어서 영등포 역전으로 가서 도망가려는 거, 영등포역서 붙들어오고 그랬다고요.”라고 당시 참상을 전한다.

 
기술자들은 장기간 재직하면서 직접 목도했던 공장의 전쟁 피해와 복구과정, 그리고 1960ㆍ70년대 신설비의 도입과 생산량 증가 등 방적 기술의 변화ㆍ발전상을 현장의 눈으로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6·25사변 이후 공장 지붕이 파손돼 없어졌어요. 비오고 눈 오면 눈이 기계 위에 막 쌓이는 거예요. 날이 추우니까 겨울엔 눈을 쓸어 가면서 기계를 찾아 골라 가지고 쓸 만한 것을 찾아 분해를 하고, 분해한 녹슨 기계는 비 안 맞는 곳으로 운반해 세척을 하고. 기계 조립하는 장소에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조립을 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거죠.”라고 힘겨운 전쟁 복구 과정을 전해주고 있다.

16세에 임시공으로 들어가 무려 43년간 경성방직에서 근무했던 한 소년은 처음 20년간은 주말도 없이 365일 출근했다고 전한다. “거짓말 같죠? 명절날 제사 지내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제사를 지낸다고. (그리고) 그날 아침에 8시에 출근하죠”라는 회고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은 그들의 희생과 열정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 자료집은 서울도서관 2층 북카페(02-2133-0267), 정부간행물센터(02-734-0267) 에서 구입 가능하며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 있다. (http://culture.seoul.go.kr)

이준표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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