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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딸에 편지 보낸 재판장 “마음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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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딸에 편지 보낸 재판장 “마음 아프지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1.07.1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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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형사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의 답장…잔잔한 감동 줘

[KNS뉴스통신=신종철 기자] 형사사건 피고인의 고등학생 딸의 “엄마를 자식들 품으로 돌려 보내달라”는 간절한 호소에 대해 재판장도 안쓰러움에 눈물을 훔치며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다”라는 편지를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울산지방법원 형사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는 지난 6월30일 아침에 판사실로 날아온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사기 등 11건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자식 품으로 돌려보내달라는 피고인의 고등학교 2학년 딸이 보낸 것.

어머니의 선처를 부탁하는 간절한 편지를 받은 성 부장판사는 재판기록을 다시 읽어 본 뒤 이 여고생에게 답장을 썼다.

성금석 부장판사는 먼저 “이 편지를 쓰는 아저씨는 울산지방법원 형사2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란다”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오늘 아침 일찍 전달된 네 편지를 보고, 10시에 진행할 네 어머니에 대한 재판기록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며 말문을 꺼냈다.

성 부장판사는 “나도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라 네 어머니를 용서해 주고 싶지만, 지은 죄가 너무 많고 피해자도 많은데 피해자들의 용서(피해 변제)를 먼저 받아야만 나도 용서해 줄 수 있단다”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그는 “너희들이 학교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잘못이라면 반성문 작성이나 봉사활동으로 사죄에 갈음하겠지만,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범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너와 네 동생이 처한 현실이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는구나”라며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성 부장판사는 “나도 어려운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자랐기 때문에 너의 처지가 남다르지 않구나. 네 어머니를 너희들의 품속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내 마음을 먼 훗날에는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디 부디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건강하고 굳건하게 잘 자라라. 동생도 잘 보살피고.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어. 긴긴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하지만 넘어진 자리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렴”라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이를 접한 네티즌은 “판사는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 하는 힘들고도 고독한 직업”이라며 “(여고생에게 보낸) 좋은 글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라고 훈훈함을 표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나이만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 이런 분이 어른”이라고 칭찬했다.

신종철 기자 sjc017@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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