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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도파업 그리고 ‘젊은’ 신차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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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철도파업 그리고 ‘젊은’ 신차발표회
  • 한명륜 기자
  • 승인 2013.12.1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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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으로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샐러리맨이 아니라 물류업계
대중교통의 혼란과 자가용의 활용성을 간편하게 연결시키려는 세태 반성해야

[KNS뉴스통신=한명륜 기자] 80년생인 기자의 기억으로는 초, 중학교 시절인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난 세대의 가난을 상기시키는 ‘정신교육’이 실시되곤 했다. 지긋한 연배의 연사들은 전쟁 직후의 가난을 ‘밥’의 부재로 설명했지만, 기껏해야 10대초반의 아이들에게 실감이 나지 않는 말이었다. 당연히 자신들의 지식 영역에서, 밥의 대체재인 라면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빵과 마들렌을 대체재 관계로 간편히 연결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탓한 일만은 아니었던 셈.

시계를 다시 돌려 2013년 12월 10일. 다른 매체 기자인 후배의 SNS를 보니 전철 지연증명서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목하 진행중인 코레일 파업으로 인해 수도권 전철이 축소 운행중인데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파업 첫 날인 전일, 국토교통부는 전주 대비 교통량은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자가차량으로 경기도권을 이동하고 있던 기자는 확연히 늘어난 고속도로 교통량을 느낄 수 있었다. 계기판 트립 표시기능에는 평균주행속도가 평소보다 10%이상 떨어져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야 어차피 축소운행으로 지연된 전철을 타건 막히는 길로 자가용을 몰고 나오건 소요시간엔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도권 출퇴근자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콩나물 시루가 된 전철에서 1시간 이상을 간다는 것은 업무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인의 생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용(시간 포함)의 증가를 이유로 차량을 이용한다면 자가용은 대체재일 것이다. 단 정상적인 상황이거나 파업이 단기간으로 끝난다는 상황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파업이 최악의 장기화로 치닫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철도 파업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출근하는 샐러리맨 개개인보다도 물류업계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규모 유통업 및 쇼핑업을 하는 개인 사업자들이다. 통계 자료가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물류대란 1주일이면 거의 2∼300군데의 인터넷 쇼핑몰이 폐업하거나 그에 준하는 위기에 몰린다. 작은 건설사, 설비업체 등도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과연 자동차는 전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한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거나 수요가 감소하면 다른 재화의 수요가 따라서 감소하는 경우를 보완재 관계라고 보는데, 현대 경제학에서 대체재와 보완재 관계는 유동적이라고 본다. 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자동차는 대중교통의 보완재조차도 될 수 없다. 한 마디로 뭣도 아닌 경우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엿보는 시선은 늘었지만 연대적 관심은 줄어가는 추세다. 파업 단 하루만에 4300명 직위해제. 이 수치가 말하는 사태의 복잡성 앞에서, 실생활을 사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의 혼란과 자가용의 활용성을 너무나 간편하게 연결시키고 있지 않나 하는 자문을 던져 본다.

특히 하루빨리 부모 세대의 귀속적 지위가 보장하는 영역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이 대중교통 파업에 보이는 태도는 상당히 방어적이면서도 공격적이다. 즉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해를 거듭하면서 눈에 띄는 게 있다면 갈수록 첨단화되고, 완성도 면에서도 높아지는 신차 발표 퍼포먼스다. 특히 수입차, 국산차를 가리지 않고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고연비 차량의 경우 감각적인 쇼케이스로 참가자들과 취재진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그 휘황찬란한 그래픽과 환상적인 비트에 몸을 숨긴 젊은이들이 대중교통과 자가차량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과거 전후 한국의 밥과 라면을 등치시키던 천진함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지.

한명륜 기자 trashfairy@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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