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0:26 (목)
[기자수첩] 보스턴 레드삭스의 2013월드시리즈 제패가 갖는 의미
상태바
[기자수첩] 보스턴 레드삭스의 2013월드시리즈 제패가 갖는 의미
  • 한명륜 기자
  • 승인 2013.11.03 0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MLB 홈페이지
[KNS뉴스통신=한명륜 기자] 현지 시간 10월 30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의 6차전은, 9년만의 두 팀 간 리턴 매치가 그대로 최종전이 됐다. 그리고 최종전의 승리자는 다시, 붉은 양말의 영웅들이었다. 2004년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 데 희생양이 됐던 홍관조는 이번에도 사냥감이 됐다.

이번 레스삭스의 우승은 그 어느 해, 어느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먼저 2000년대 이후 첫 3회 우승팀이 보스턴이 됐다는 점. 밤비노의 저주를 풀기까지 월드시리즈 패권의 들러리였던 이 팀은 그러나 2004년 우승을 계기로, 패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괴물이 됐다. 물론 이 팀의 이름값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할 성적일지도 모르겠지만 2000년대 두 번째 우승 다음 시즌인 2008년에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고, 2009년에도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8회 우승은 9회로 3위를 차지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이어 4위의 기록이다. 그 중 3회를 2000년 이후에 ‘몰아서 이뤘다. 뉴욕 양키스의 우승으로 시작한 2000년 이래 한 팀이 복수 우승을 한 경우는 2006년과 2011년의 세인트루이스와 2010, 2012년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보스턴과 함께 3팀이 복수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연속 우승팀은 없었고, 2001년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3년의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등 상대적으로 신진에 속하는 팀, 1993년 이후 15년만에 권토중래한 필라델피아 등이 얽혀 절대강자가 없는 전국시대였다. 1990년대만 해도 양키스가 3회(연소 2회 포함) 우승하며 전통의 강자 면모를 이어가는 추세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누구든 패권을 노릴 수 있는 긴장상태였다. 이것이 보스턴에 의해 깨지려 하고 있다.

우승을 부르는 오티즈의 ‘발’?…홈런보다 많은 2루타와 필승 내야안타

2004년 첫 우승부터 2007년 두 번째 우승까지 데이빗 오티즈는 6할 장타율을 꾸준히 기록했지만 25+ 홈런 타자로 전락(?)한 2008년 이래 장타율은 1할 정도가 떨어진 상태다. 물론 지난해인 2012년 장타율이 6할 1푼 1리를 기록하면서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 수치가 1.026을 기록하긴 했지만 홈런이 23개에 머물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오티즈의 최근 3년간 삼진 숫자가 80개 대를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2011년과 금년은 3할 9리, 지난해는 3할 1푼 8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볼넷 숫자가 전성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님에도 나온 수치다. 과거의 볼넷은 그가 선구안이 좋아서라기보다 투수들이 피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기에 납득 가는 결과인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2루타 숫자가 홈런보다 앞선다는 사실. 공교롭게도 그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루타가 홈런보다 많았던 시즌은 2004년과 2007년부터 현재까지이다. 사실 최근에야 홈런 숫자가 줄어서 나온 수치이긴 하지만 그의 ‘괴물 시기’라 불리는 2000년대 후반에는 이 시즌에 모두 보스턴이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에는 홈런과 2루타가 각각 41대 47이었으며, 2007년에는 35대 52였다. 금년엔 오랜만에 30개 라인에 복귀한 홈런보다 8개가 많은 38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사실 오티즈가 느림보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그의 독특한 뛰는 폼 때문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하고자 주루 시 스트라이드를 많이 하지 않는다. 스트라이드를 많이 하게 되면 고관절에 걸리는 부하가 체중이 적은 선수보다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고관절뿐만 아니라 허벅지 뒤쪽 근육까지 위험할 수 있다. 체격에 맞지 않게 다소 ‘종종거리는’ 주루동작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느리지 않다. 2004년 10월 7일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상대팀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의 명 유격수 데이빗 엑스타인을 상대로 내야안타를 쳐냈다. 지던 경기를 뒤집고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의 계기가 된 주루였다. 이번 월드시리즈 역시도 세인트루이스의 2루수 맷 카펜터의 ‘2익수(우익수 방향까지 커버하는 2루수를 빗댄 표현)본능’을 이긴 혼신의 주루로 1루에서 세이프되는 모습을 보였다.

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인공들, 일본인 투수

이번 월드시리즈의 마지막 타자는 맷 카펜터. 그가 상대한 보스턴의 마무리는 올해 포스트시즌 열리지 않는 금고열쇠였던 우에하라였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였지만 미국에 와서 부상으로 고전하며 지난해까지 볼티모어와 텍사스에서 5승 9패 14세이브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부상을 떨치고 느리디 느린 80마일대 중반 패스트볼과 큰 속도차가 나지 않는 스플리터로 포스트시즌 13경기 동안 1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 동안 볼넷은 단 1개였다.

일본인 투수는 우에하라만이 아니었다. 마지막 타자를 넘겨주기 전 다자와 준이치는 8회를 잘 마무리지었다. 일본 사회인야구 출신으로, 2009년 보스턴에 진출한 이후 2011년까지는 매년 20경기 남짓 뛰며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부상까지 겹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충실한 수업을 쌓은 그는 금년 71게임을 소화하며 정규시즌에서도 보스턴의 힘이 되더니 포스트시즌 13경기 7과 1/3이닝 동안 1점만을 내주며 마운드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일본인 투수의 인연은 두 번째. 2007년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했을 때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뉴욕 메츠)는 3차전에서 5와 1/3이닝 2자책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다자와와 우에하라로 이어지는 마무리 행진을 보며 마쓰자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한명륜 기자 trashfairy@kns.tv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