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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사망 보도기사, 제대로 알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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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사망 보도기사, 제대로 알고 쓰자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3.10.27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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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거장들의 죽음을 ‘숨지다’로 쓰는건 적절치 않아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이 나라는 오랫동안 전통과 예를 중요시 해왔다. 그러다보니 각종 예의범절이 셀 수 없이 많음은 물론 비슷한 듯 하지만 좀 다른 의미의 단어도 무척 많다.

죽음을 뜻하는 용어도 각양각색이다. 숨졌다라는 말부터 사망(死亡), 별세(別世), 운명(殞命), 작고(作故) 등등 수없이 많다.

윗사람이 죽었을 때는 별세, 귀인(貴人)이 사망했을 때는 인간계를 떠나서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타계(他系)라고 한다.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나 민족지도자 급이 죽었을 때 많이 사용하는 서거(逝去)는 사거(死去)의 높임말이다. 임금이나 존귀한 사람이 죽었을 때는 승하(昇遐),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사망했을 때는 참척(慘慽)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임종(臨終)은 부모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다.

종교계에선 죽음을 언급하는 용어가 또 다르다.

불교에서 고승이 죽으면 입적(入寂), 열반(涅槃), 입멸(入滅)이라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임종 때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을 선종(善終)이라고 한다. 특히 선종은 대죄가 없는 상태에서의 죽음이란 의미가 담겨 있어 극히 존귀한 표현이기도 하다. 개신교에서는 신자가 임종했을 때 하나님이 영혼을 불러서 하늘로 갔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라 한다.

죽음을 칭하는 이 많은 것들 가운데에서도 ‘숨졌다’는 가장 하급의 표현이다.

사람의 경우, 지나가던 행인이 사고로 죽는 등 가장 일반적 대중의 죽음을 표현할 때 이 표현을 사용하는 정도.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지도자나 대중스타 등 여론의 관심이 될만한 경우엔 다르다. ‘사망’이란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원로급 세계적 유명인사의 죽음을 ‘숨졌다’고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국내의 모 통신사는 미국의 전설적인 TV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제작자인 딕 클락의 심장마비사를 ‘숨졌다’로 보도했다(2012년 4, 19일). 당시 딕 클락은 82세나 되는 원로였는데 말이다. 이럴땐 ‘별세’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외에도 여러 분야의 명사들 죽음을 보도할 때 국내 언론사에서 ‘숨졌다’라는 표현을 쓰는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치나 종교계보다 문화예술 쪽 명사들이 죽었을 때 이런 하급 표현들을 더 자주 쓰는 편이다. 

죽음에만 격이 있는 게 아니라 죽음 이후 그를 논하는 방식에도 격이 있는 것이다. 특정 분야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거장의 죽음을 얘기(보도, 논평 그 외)하는 방식을 마치 하찮은 미물 대하는 식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

만일 조계종정이나 추기경이 죽었을 때 언론에서 ‘숨졌다’라고 보도한다면 과연 종교계의 반응이 어떠할까?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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