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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상품이 아닌 전통을 판다, 파텍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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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상품이 아닌 전통을 판다, 파텍 필립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3.10.2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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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손목시계에도 등급이 있다.

명품 시계 중에는 태그호이어와 오메가, 까르띠에 등이 사랑을 받고 있고 그 위에 롤렉스가 있다. 롤렉스는 1000만 원대를 오가는 고가의 명품이지만 그보다 더 럭셔리하고 정교한 품질을 자랑하는 소위 ‘명품 위의 명품’도 있다.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파텍 필립 등과 같은 ‘하이앤드 워치’가 그것으로 ‘시계의 종착역’이라고도 불린다.  

이 하이앤드 시계들은 1억대를 오가는 천문학적 가격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가격이 비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계의 핵심은 태엽 구동장치, 즉 무브먼트다. 시-분-초의 정확도와 내구성, 그 외 제반 부분을 완벽에 가깝게 튜닝한 기술력의 총아가 무브먼트이고 하이앤드 시계일수록 이 무브먼트 기술력에서 빛을 발한다. 오데마 피게-바쉐론 콘스탄틴-브레게-파텍 필립 등의 시계가 대표적이다. 극히 작은 시계 통(바디) 안에 수백여 개의 부품들을 치밀한 물리학적 설계로 조합시킨 무브먼트의 세계는 또 하나의 우주다. 뚜르비용같은 무브먼트는 지구의 중력 때문에 발생하는 시간의 오차조차 극복하는 놀라운 기술력이다. 충격과 먼지 등 외부로부터의 악조건에서 자생력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위의 하이앤드 제품들을 ‘시계의 종착역’이라고도 부른다.

이들 하이앤드 워치는 단순히 시계를 (판매)상품으로만 보지 않고 그 이상의 가치로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특징이 있다. 파텍 필립이 대표적이다.  

파텍 필립의 슬로건은 ‘Begin your own tradition’이다. 번역하면 ‘(파텍 필립을 차고)당신의 전통을 시작하십시오’ 쯤 되겠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유산과 가치를 역설하는 문구다. 또한 이 시계는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4대 이상에 걸쳐 찰 수 있는 강하고 정교한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파텍 필립은 1839년 스위스에 정착한 폴란드 귀족 앙투안 드 파텍과 프랑스 출신의 시계기술자 장 아드리앙 필립에 의해 탄생했다. 창사이래 줄곧 ‘최고의 정확도’를 위한 시계에만 몰두하다보니 제작 량이 극히 적고 희귀하다. 무브먼트 부품들을 정교하고 미술적으로 아름답게 배열하는 감각도 세계 최고다.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모델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시계의 황제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저 사람은 올드(old)해”라는 말보다 “클래시컬(classical)”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두 표현 모두 ‘늙고’ ‘보수적’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클래식’에는 ‘격조’와 ‘전통’ 등 보다 무게감 있는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다.

온통 금으로 뒤덮인 롤렉스 시계를 좋아하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취향을 세련된 격조의 파텍 필립 클래식 모델로 바꾸게 한 것은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의 안목이었다.  

마피아 ‘미드’ <소프라노스> 4탄에는 이런 씬이 나온다.

마피아 보스 토니 소프라노가 자신의 재정을 자문해주는 브라이언에게 그간 수고했다며 감사의 표시로 파텍 필립을 선물한다. 토니는 혹시 상대가 너무 과한 선물이라 놀랄까봐 브라이언에게 ‘뮤직박스’라며 상자를 건넨다. 이 엄청난 선물에 브라이언은 뼛속까지 충성을 다시 한 번 외치게 된다.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가 착용했던 시계도 파텍 필립(ref.1463)이다. 이외에 할리우드 스타 찰리 쉰을 비롯한 스타 명사들의 손목에도 파텍 필립이 올려져 있다.  

이들 모두는 파텍 필립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 다시 말해 ‘클래식’의 격조에 열광하는 것이다. ‘상품’이 아닌 ‘전통’을 판다는 파텍 필립의 취지에 뜻을 같이 하는 셈이다. 물론 파텍 필립의 오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오차를 극복하는 제반 기술력에 대한 쉼 없는 정진과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고유의 아이덴티티 확립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제품을 단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고유의 전통 또는 오리지널리티를 특화시킨 마케팅으로 현존하는 시계의 황제가 된 파텍 필립은 진품명품의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나 보여주는 좋은 사례랄 수 있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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