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4:44 (수)
"농협개혁이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상태바
"농협개혁이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 승인 2011.07.07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 시계, 미래로 돌리자

[KNS뉴스통신=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지난 3월 11일 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를 1중앙회-2지주회사체제로 재편하는 사업구조개편과 함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수립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농협중앙회 자산에 대한 실사작업도 끝났고, 경제사업 활성화 및 투자계획수립을 위한 연구용역도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농협중앙회 부서 간(교육지원, 농축경, 금융) 막판 조율도 한창이고, 농식품부와 비공식 협의도 이미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6월16일 발표된 ‘농협경제사업의 미래비전과 활성화 방안’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농협사업구조개혁과 경제사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반세기 만의 농협개혁이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실망과 걱정과 의문이 앞선다.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 수립 막판
왜 반세기만에 농협중앙회를 1중앙회-2지주체제로 개편하려는 지에 대한 중앙회, 일선조합, 정부 등 관련주체들의 문제의식이 크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농협운영과 경제사업 추진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지키기에 급급하며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이 크다.

농협개혁 산으로 가나’ 걱정 앞서
그 동안 갈등을 빚져온 중앙회와 회원조합간의 경제사업 경합을 어떻게 조정하고, 시장에서 중앙회와 경제지주 경제사업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어떻게 조합원과 회원조합의 실익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없다. 그 동안 중앙회장을 감싸며 농협의 돈과 인사와 권력을 장악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농협조직문화를 관료화 시켜온 교육지원부서가 경제, 금융사업이 떨어져 나간 후 그들의 권력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에 불안해하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반개혁적 심기를 노출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농협개혁을 어둡게 하는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그 동안 행정지시로 정책사업을 대행시켜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없고 내심 부족자본금에 대한 지원금 규모 줄이기에만 신경 쓰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경제지주가 제대로 만들어 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법 개정으로 2015년 3월까지 유통판매사업 모두를 경제지주로 이관하고 나면 중앙회에는 사실상 자재사업만 남기 때문에 2017년 3월까지로 되어있는 경제사업 이관계획을 15년까지로 앞당겨 조기에 이관하고, 경제지주를 중심으로 한 경제사업 추진체제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것이 경제사업 활성화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경제사업을 명분으로 회원지도를 한다며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 일선조합을 통제하고 관리해온 교육지원부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특히 그 동안 회장을 앞세워 조직을 장악하는 ‘통치자금’으로 사용해온 무이자지원자금의 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나기 때문에 반발이 거세다고 한다. 그 때문에 경제사업을 조기에 이관하자는 주장도, 무이자 지원자금을 유통지원자금으로 운용방식을 전면개편하고 경제지주가 이를 관장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군 지부는 폐지하고 도 지역 본부는 도 단위 광역경제사업 조직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한다. 교육지원부서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개혁에 대한 저항이 사실이라면 이는 반세기 만의 농협개혁에 찬물을 붓는 격이어서 교육지원부서에 대한 개혁 없이 농협개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앙회의 회원조합 길들이기에 익숙해진 일선조합들이 무이자 자금 운용방식의 개선 등 경제사업 개혁방안에 오히려 반개혁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선조합의 태생적 한계인 규모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실 읍면적자조합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통폐합, 그리고 일선조합 간 연합사업 활성화가 필요한데 중앙회는 정치적으로 이를 방치해 왔고, 일선조합도 이를 이용해 상호금융 등 신용사업에 의존하면서 경제사업을 적자사업으로 치부하고 환원사업으로 추진하는 잘못을 저질러 왔다. 그러나 중앙회는 오히려 이를 빌미로 중앙회 주도로 경제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경제지주 밑에 다수의 자회사 설립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의 모든 영역에서 수집 가공, 처리, 유통 판매 등 자체사업을 확대하고, 일선조합과 수직적 통합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라면 중앙회의 일선조합에 대한 경제사업 지배는 더욱 확대되고 경제지주를 중심으로 거대한 종합식품유통그룹이 만들어지게 될 것 같다.

관련주체, 과거 잘못된 관행 깨야
이쯤에서 우리는 중앙회, 일선조합, 정부 등 농협개혁 관련주체들이 3·11 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중앙회로부터 경제와 금융부문을 완전히 분리하자고 한 것은 농협중앙회로 하여금 회원조합과 사업적으로 경합하기 보다는 일선조합의 연합체로서 감사, 교육지도, 조사연구, 국제협력, 농정활동 등 비사업적 고유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 회원조합에 봉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임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앙회 경제, 금융사업은 지주회사로 조기에 이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제사업은 경제지주를 중심으로 경제논리에 따라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사업 활성화의 요체는 중앙회 경제사업의 활성화에 앞서 산지농협의 연합사업(품목별로 시군, 시도, 또는 전국단위)이 먼저 활성화 돼야 하고, 농민조합원은 질 좋은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하게하고 수확 후 수집, 가공 처리와 유통판매는 일차적으로 일선조합장들이 나서고 경제지주가 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도시농협과 경제지주가 나서 소비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잡다한 농협브랜드를 ‘하나로’ 통합, 우리도 썬키스트, 제스프리, 그리너리, 요플레 등과 같이 세계로 통하는 협동조합기업을 만드는데 모두가 합력해야 한다. 3·11 농협법 개정 정신에 따라 중앙회, 일선조합, 조합원, 그리고 정부 등 모든 관련주체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단절하고 개혁에 나서는 결단 없이 농협개혁은 먹을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지 걱정이다. 농협의 시간을 과거로 흐르게 할 수는 없다. 농협의 시계를 미래로 돌려야 한다.

 

최양부 농협제자리찾기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 sha72@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