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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악마는 저주받은 명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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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악마는 저주받은 명품인가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3.10.15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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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악마는 히브리어로 ‘사탄’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적’을 의미한다. 악마를 의미하는 ‘diablo’는 히랍어로 ‘고발자’, ‘중상 모락자’ 등을 뜻한다. 반면 예술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도 ‘악마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악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광범위하게 우리의 세상에 관여하여 우리의 정신에 깊이 침투해 있다. 이것은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세례를 받으면서 모든 기독교 인들은 악마를 물리치겠다고 선서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대부분 이것을 지키지 않는다. 갖가지 유혹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용되는 악마는 ‘부정적 존재’로서의 악마다. 하지만 엄청난 테크닉이나 예술적 필링이 뛰어난 아티스트들의 정신세계를 자극하고 그것을 작품화 하는 ‘긍정적 존재’로서의 악마도 있다. 루시퍼는 예술의 영역-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예술적 영역-으로 볼 때 바로 이 ‘긍정적 존재’ 의미로서의 악마다.  

루시퍼는 모든 피조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완전한 존재였다. 토마스 아퀴니스도 역시 <신학 대전>에서 루시퍼를 ‘모든 천사 중에서 가장 완전하고 고귀한 천사’라고 쓴 바 있으며 단테 역시 <신곡>에서 루시퍼를 ‘다른 피조물 보다 월등히 뛰어난 자’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가장 높고 뛰어난 존재일수록 교만에 가장 많이 노출 될 수 있다. 그 교만은 자유의지에 의해 강화되어 나타난다. 그런데도 자기보다 한참 아래의 천사를 택해 인간을 찬미 하겠다는 조물주의 말을 듣고 하느님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하느님은 음악에 소질이 있는 루시퍼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루시퍼의 하느님에 대한 반항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무엇보다도 루시퍼의 반란은 자기의지를 갖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자유의지야 말로 사탄적 힘의 근원이고 예술적 모티브의 발현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음악인은 사탄과 하느님 사이의 중재자 루시퍼가 추락한 후 하느님은 인간을 만들 생각을 했다. 하느님은 인간이 비록 진흙으로 만들어졌지만 하느님과 사탄의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리고 이 생각은 정확했다. 하느님과 루시퍼 사이의 중재자 다시 말해 하늘과 사탄 사이에 중재자로 나선 인간, 즉 그가 음악가들인 것이다.  

뛰어난 음악일수록 악마적인 충동성이 넘쳐 완벽한 예술성으로 자고의 이상을 실현해 감동을 준다. 음악 속에서 선악이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가장 성(聖)스러운 음악을 만들었다는 J.S.바흐를 보자.  

그의 위대한 <대위법>과 <푸가> 등은 종교적 장엄함과 엄숙주의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매우 도발적이고 악마적 광기로 둘러쌓여 있다. 음 사이 사이를 쌓아가는 그 다층성과 과학적인 구조주의는 천재적 충동과 광기마저 느껴진다. 하느님 즉 성(聖)스러운 기운과 사탄적 기운이 팽팽하게 대립하여 변증법적 합일을 지양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에 능통했던 루시퍼의 경우, 인간을 도구로 사용해 하느님에게 분노를 풀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며, 하느님 역시 인간을 통해 루시퍼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또한 반대로 인간을 통해 하느님의 메시지를 루시퍼 또는 사탄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밀 듯 밀려오는 감동적인 예술은 엄청난 악마적 추진력을 지니고 있다. 그 임팩트는 개인의 인생관마저 바꿀 정도로 엄청나다. 베토벤이나 리스트, 파가니니, 피카소 등등 루시퍼의 재능을 타고난 천재적 광기의 소산들 말이다.

“악마의 협조 없이 진정한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앙드레 지드)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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