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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화장과 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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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진품명품] 화장과 발성
  • 조성진 기자
  • 승인 2013.09.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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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공된 '화장빨'이 아닌 원래의 자연스러움에 주목할 때

[KNS뉴스통신=조성진 편집국장] 화장(Beauty make-up)은 각종 화장품을 통해 얼굴의 일부는 돋보이게 하는 반면 자신 없는 부분은 가리거나 위장하는 제반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얼굴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뜻한다.  

나는 화장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상식적인 감별 정도는 가능하다. 자신에게 맞게 적당히 화장한 사람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너무 심하게 찍어 발랐을 때엔 거부감이 인다. 아마도 이것은 보편적인 생각이리라.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장술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지만 후자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외모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는 행위가 화장이라면 소리를 보다 아름답고 멋지게 꾸미기 위한 기술이 발성이다. 발성이 좋은 가수는 소리가 편하고 고음역에서도 안정되어 있으며 어떠한 노래에서도 무리수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발성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가수는 소리가 어색하고 음역대가 바뀔 때 일말의 불안감을 전해준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한 어색함 같은.  

그러나 화장을 전혀 하지 않고도 본연의 미가 뛰어난 자연미인이 있듯이, 발성을 빌리지 않고도 본연의 끼와 ‘필’이 뛰어난 가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현식의 가공되지 않은 원초미나 김정호의 니힐, 빌리 할리데이의 고독은 발성으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일반론으로 볼 때 노래에 소질이 없는 음치일지라도 체계적인 발성 트레이닝을 통해 상당 수준으로 노래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평범한 외모의 여성을 빼어난 화장술로 미인이 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의 예능계는 바야흐로 화장을 한 목소리의 전성시대다. 온갖 발성을 통해 다양하고 기교적인 가능성을 극대화한 탁월한 소리들이 난무한다. 소리의 성형미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좀 더 정교한 발성을 익혀 각자 지닌 원래의 소리에서 세련되고 다양하게 메이크업된 소리들이 난무하고 있다. 오히려 화장 안한 ‘자연미인’을 강조한 소리를 구사하는 가수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이것은 난립하고 있는 실용음악학교와 학원들, 멋스럽고 강한 인상의 소리와 비트로 대중을 현혹하는 기계적 R&B(알앤비)의 전성시대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사람을 만날 때 첫 인상(관상) 만큼 목소리도 중요하다. 처음 만나 짧게 통성명이 오가는 가운데에서도 목소리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건강상태를 비롯한 몇몇 기본적인 사항들을 알 수 있다. 종종 음색이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노래를 해보길 권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음색은 신의 축복과도 같다. 소리 제반 취약점이 발성과 호흡법을 통해 상당 부분 극복된다지만 음색까지 좋아지진 않기 때문이다.  

각자 목소리에는 고유의 색이 있다. 그 색은 태어날 때부터 그 자신만이 지닌 개성이다. 그것은 지구상에 유일한 색깔이며 아무에게도 없는 독보적 명품이기도 하다. 거기에 ‘필’이 어느 정도 잘 배합되느냐에 따라 감동적인 노래로 화하는 것이다. 발성은 이것을 보다 효율적으로 기능케 하는 ‘기술적’ 수단일 뿐이다. 

요 근래 여성의 화장술이 마치 ‘생얼’같은 느낌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제 소리의 과부하가 걸린 음악계도 이런 현상이 자연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되었다. 소리를 가꾸고 또 가꾼 ‘화장빨’이 아니라 원래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전해지는 소리의 편안함 말이다.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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