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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뉴스9’, 폭발적 시청률의 일상적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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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뉴스9’, 폭발적 시청률의 일상적 비밀
  • 한명륜 기자
  • 승인 2013.09.20 15: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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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지지나 의혹을 보내기엔 애매한 메커니즘 있어

[KNS뉴스통신=한명륜 기자]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이 앵커석에 앉은 <뉴스9>의 시청률 폭발이 며칠 사이 화제다.

16일, 손석희의 ‘앵커 복귀’에 이미 2%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린 해당 프로그램은 결국 추석 연휴 첫 날인 17일, 2.22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시청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합언론뿐만 아니라 연예 전문매체에서조차도 이를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는 기사를 낼 정도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시청률은 종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주말 11시대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 2,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런 현상은 손석희라는 개인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반영된 현상이다. 뉴스 프로그램이 손석희 개인의 이미지와 혼동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원론, 아니 ‘바람’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실소가 나올만큼 당연한 이야기지만 TV라는 매체는 그 모든 의미작용이 이미지를 통해 이뤄진다. 그 의미작용은 별로 깊은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오히려 2차적인 연상이나 의미의 확장이 필요하게 되면, 소비자(시청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즉 방송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미지들은 아이콘(icon; 도상)적일 수밖에 없다. 기호학이나 미술사에서 이 도상은 어떤 이미지들이 가지는 유사성을 종합해 나오는 개념이다. 예컨대 작업 완성도나 시대가 달라도 성모 마리아의 무릎 위에 죽은 예수가 누워 있으면 그것은 피에타(Pieta) 도상이다. 

다시, JTBC<뉴스9>의 현재 ‘센세이션’은 손석희 사장의 이미지가 JTBC라는 방송국의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파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칭찬하기 위해서든 욕하기 위해서든 일단 사람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소비한다(본다). 

그러나 여기엔 지지나 의혹을 보내기조차도 애매한 오류, 아니 메커니즘이 있다. 우선 JTBC의 이미지는 ‘보수, 우익’과 연관된다. JTBC를 보수의 ‘상징’이라고 불러도 딱히 무리인 것은 아니다. 언론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설을 통해 분명히 어떤 현실정치적 방향을 나름의 의미체계로 조직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한데 손석희 사장을 그의 대척점에 있는 어떤 정치 견해의 ‘상징’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뉴스데스크 이후 2004년부터 진행했던 <100분 토론>에서나, MBC 라디오의 아침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에서도 그는 어찌 보면 통신사 기자를 떠올리게 할만큼 ‘팩트’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코멘트는 어떤 정치적 비판이라기보다 그 팩트를 가리는 상황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런 점은 일정 부분 엄기영 전 MBC 사장과도 닮은 점이다. 

한데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팩트’는 지켜야 할 무엇이 아니라 주물러서 자신들의 이들을 담을 그릇을 만들 질료다. 자연히 현실정치 기득권자들의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손석희가 수행한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가 현실정치 행위에 투신하여 어떤 쪽을 지지한다든지 하는 정치적 스탠스를 내보인 적은 없었다. 이 부분은 엄기영 전 사장과는 차별된다. 따라서 그에게서 어떤 진보, 때로 좌파적 이미지가 보였대도, 그 이미지는 그가 맡아 온 프로그램들에서 그가 보여 준 모습의 유사성에 의해 종합되고 도출된 ‘아이콘’ 이상이기 어렵다. 

고로 <뉴스9>은 손석희라는 아이콘이 JTBC라는 심벌의 만남인 셈이다. 하나의 아이콘이 상징체계를 바꾸기엔, 그 구조역할의 계산법이 극도로 복잡해진 상태다. 그렇다고 JTBC가 자신들이 기껏 돈을 내고 산 아이콘을 이리저리 뜯어고쳐 차별성을 잃게 만드는 악수를 둘 가능성도 적다. JTBC 입장에서는 어떤 모멘텀을, 손석희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의 장(場)을 얻었고 그걸로 거래는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방송이 시작된 지 불과 일 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두 계약 당사자의 이러한 속성 차이로 인해, 지금의 상황을 센세이션 이상으로 보지 않는 게 가장 이성적인 판단 아닐까. 따지고 보면 이런 조합은 최근 고도자본주의에서 일상적인 풍경이다. 물론 이 흔한 풍경이 언제나 거대한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한명륜 기자 trashfairy@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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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박멸 2013-09-21 10:51:13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바른 소리라면 채널은 상관 없지 않을까요? 설사 조선tv라 할지라도 말이죠. 종편의 태생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그걸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순결주의로는 이룰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어쨌든 손석희씨가 채동욱씨처럼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목이 날아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바퀴벌레박멸 2013-09-21 10:47:41
기사 잘 봤습니다. 손석희와 jtbc의 결합이 좀 쌩뚱맞을 수 있겠군요. 하지만 이 기사뿐 아니라 일련의 손석희씨와 관련된 기사를 보며 느낀 점은 사회가 일개 개인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이 너무 무겁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가 토론 진행자로서, 혹은 뉴스 진행자로서 팩트 이상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팩트 중심의 발언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 팩트조차 왜곡해서 전달하는 매체가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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